한때 한국인의 술자리를 지배했던 '소맥(소주·맥주)'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힙트레디션(Hip Tradition)' 바람을 탄 전통주(傳統酒)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빠른 취기와 폭음으로 대표되던 음주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대신에 자신이 정성껏 선택한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는 '취향 중심의 음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총출고량은 298만8천㎘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회식 축소,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확산이 만든 구조적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힙트레디션 열풍을 타고 젊은 층의 전통주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편의점 전통주 매출은 5년 전 대비 7배로 뛰었다.
2030세대에게 전통주는 더 이상 어르신들이 제사상이나 명절에만 올리던 고리타분한 술이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미적 감각을 드러내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 된 것이다. 특히 고유의 역사성에 감각적인 패키징, 독특한 풍미가 결합하면서 전통주는 젊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매력적인 장르로 떠올랐다. 유명 셰프 및 명인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그리고 술과 음료를 다양하게 조합하는 믹솔로지(Mixology) 레시피의 확산 덕분이다. 윤남노 셰프와 협업해 출시된 세븐일레븐의 '복담주'가 단기간에 전통주 카테고리 1위에 오른 사례가 대표적인데, SNS상에서 아이스크림 '폴라포'와 섞어 마시는 이색 레시피가 화제를 모았다. 앞서 히트를 친 '미꿀막(미숫가루꿀막걸리)' '말차막' '윤주막' 등도 차별화된 스토리텔링과 맛으로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다 100년 역사의 옛 양조장을 복원한 '영양 발효공방1991' 사례처럼, 전통주는 공간과 역사를 경험하는 문화 콘텐츠이자 소규모 양조장 제조주의 정수(精髓)로 확장되고 있다.
'획일적인 소맥'에서 '개성 있는 전통주'로의 이동은 단순한 주종 변화가 아닌, 나만의 취향과 가치를 증명하려는 주체적인 문화적 소비의 확산이다. 이는 젊은 층이 더 이상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맛과 경험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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