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 (16)진경스님 "나로부터의 자유, 세상을 비추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주어진 대로, 놓인 대로, 처한 대로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미래의 행복 좇는 순간 지금의 행복 놓친다

붓다선원 선원장인 진경스님.
붓다선원 선원장인 진경스님.

진경스님은 1985년 출가 이후 국내에서 교학과 수행을 병행하다 1998년 미얀마로 향했다. 한국 불교의 익숙한 환경을 뒤로 하고 부처님 수행의 원형을 찾아 길을 나선 것이다. 지금처럼 해외 수행처를 찾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비구니 승단을 인정하지 않는 남방 불교권의 척박한 풍토 속에서도 스님은 오직 '무아(無我)'를 깨치기 위해 정진을 이어갔다. 미얀마의 마하시·쉐오민·떼잉구, 인도의 고엔카, 영국의 아마라바띠,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까지 20여 간 국내외 수행처를 찾아다니며 스님이 마주한 것은 '나'라고 믿어 왔던 견고한 고집이 허물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얀마 파욱 수행센터에서 선정과 지혜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수행 체계를 깊이 체득하며 오랜 방황을 끝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스님은 2013년 경남 거창에 붓다선원을 개원해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수행 도량을 이끌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저서 '나로부터의 자유, 세상을 비추다'도 발간했다. 고통을 안고 선원에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반복되는 괴로움의 원인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는 스님의 답변을 담아냈다.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진경스님과 대담을 나눠봤다.

-불교에서는 내면의 행복을 강조하는데 세속의 행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맞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돈, 명예 등 저 멀리 있는 세속적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원하는 대상을 손에 넣거나 목표를 이루면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세속적 행복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얻지 못하면 그 자체로 괴롭고, 얻어도 잃을까 두렵다. 끊임없는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되며,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속성 때문에 불만족이 되풀이된다.

불교 경전에서는 감각적 욕망을 '살점 없는 뼈다귀'에 비유한다. 살점 없는 뼈다귀를 아무리 핥아도 배가 부리지 않듯, 감각적 욕망은 애써 좇아도 얻는 것은 거의 없어 갈증 만 심해질 뿐이다. 무엇인가를 구하거나 가지려고 할수록 더 큰 괴로움과 집착을 낳는 것이 바로 감각적 욕망의 속성이다.

반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며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사람은 외적 조건과 무관하게 평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내 숨을 바라보는 고요한 수행 속에서 지혜가 자라나고 마음이 자유로워져 홀로 충만해진다. 이런 행복은 세속적 성취나 감각적 즐거움에 기대는 행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으로, 확신이 있고 안정되며 위험이 없는 행복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겐 내면의 행복, 수행 이런 말이 귀에 안 들어올 것 같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는다. 사업이 무너져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괴로움이 얼마나 크겠나.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분명히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고 결국 빈손으로 떠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내 것이라 굳게 믿고 의지해 왔던 것들이 사실은 잠시 인연 따라 머물다 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 때 큰 고통을 겪지만 처음부터 집착한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괴로움도 적다.

결국 우리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무엇이 진짜 행복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더 가지려고 하기보다 혹시 무언가에 잘못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듭 돌아봐야 한다.

먹고사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다면 있는 그대로 만족하는 삶을 선택하기 바란다. 지금 이대로의 나, 내가 가진 능력과 조건에 감사하며 바로 여기서 실현 가능한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자신을 부정한 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떠도는 것이 괴로움임을 알아야 한다. 현재에 자족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며,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참된 재산이다. 이것이 '나로부터의 자유'다.

진경스님은
진경스님은 "수행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나로부터의 자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나.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질문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결국 '마음'이라는 가장 깊은 자리와 맞닿아 있다. 마음의 문제는 내면의 탐욕(貪)·성냄(瞋)·어리석음(癡)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서 시작돼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드러난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탓하고 비난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방식이고, 둘째는 타인을 오해하고 불신하며 반복되는 갈등 속에 빠지는 방식이다. 마지막 셋째는 세상을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며 원망과 냉소 속에 갇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혜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오온(五蘊)으로 이뤄진 '나'의 실상, 즉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바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서 연민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관계의 문제 속에서도 상대방 역시 그만의 조건과 환경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 또한 깊어진다. 세상 역시 원인과 결과라는 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통찰하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세상과 다투지 않게 된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고요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르게 사랑할 줄 모르면, 마흔이 되고 예순이 돼도 욕심을 내려놓으며 타인을 배려하기 어렵다. 사랑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바를 채우려는 마음을 멈추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의 목적은 언제나 자리이타(自利利他), 곧 나의 행복이 다른 이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 곧 수행이다.

수행법으로는 '숨보기' 명상을 추천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이기도 하다. 이를 생활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이와 세상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진경스님이 좌선하고 숨보기 명상을 하고 있다.
진경스님이 좌선하고 숨보기 명상을 하고 있다.

-숨보기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숨보기 명상은 걷고, 서고, 눕는 모든 순간에 가능하지만 깊은 집중을 계발하기에는 앉는 자세가 가장 좋다. 이때 앉는 자세는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만약 가부좌나 반가부좌가 힘들다면 양다리를 바닥에 나란히 둬 한 다리가 다른 쪽 다리를 압박하지 않는 평좌를 권장한다. 적당한 두께의 방석으로 엉덩이를 받치면 상체를 똑바로 세우면서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척추를 곧게 펴고 턱을 살짝 몸 쪽으로 당긴 뒤 손은 무릎 위에 편히 올리고 눈을 감는다. 그런 다음 온몸의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이완한다. 바닥에 앉는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 통증이 수행을 방해한다면 의자를 이용해도 괜찮다.

자세를 잡았다면 이제 마음을 정돈할 차례다. 모든 조건 지어진 것의 무상함을 새기며 '무상한 몸과 마음에 더는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과거와 미래를 향한 근심과 걱정, 계획들을 모두 내려놓는다. 그리고 마음을 편안히 하면서 '지금 여기, 콧구멍 입구나 윗입술 주위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알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리고 난 뒤 숨이 콧구멍이나 윗입술을 스쳐 들어오고 나갈 때, 숨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인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 알고, 나갈 때는 나가는 줄 알면 된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긴지 짧은지 꿰뚫어 알고, 숨의 전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망상이 일어나면 그 또한 망상이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면 된다. 주의를 둘 곳은 들숨과 날숨 그 자체 뿐이다. 이렇게 여태껏 무심코 쉬던 숨을 이제는 또렷이 알아차리면서 쉬는 것, 이것이 수행의 전과 후 차이다.

-숨보기 명상을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과 행복이 있나.

▶세속적 행복은 그 안에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늘 불안정하다. 그것이 사라지면 더 큰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면 숨보기를 통해 느끼는 평온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5분만 숨을 봐도 마음은 한결 가볍고 편안해진다. 이는 감각적 욕망을 떠난 안전한 행복이며, 괴로움으로 변하지 않는 참된 행복이다. 이 행복을 30분 만이라도 경험해 보라. 숨을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속 잡념이 잦아들고 순수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숨에 지속적 고찰이 있을 때 희열감이 솟아난다. 그러나 그 희열에 빠지지 않고 더욱 차분히 숨에 집중하면 충만한 행복감이 일어난다. 그때 느껴지는 행복에도 집착하지 않고 단지 숨을 잘 알면 행복감이 더욱 깊어진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에 이르게 된다. 이 희열과 행복감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숨에 집중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처럼 진정한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런 행복을 잠깐이라도 경험하면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고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으킨다. 이렇게 꾸준히 닦아나가다 보면 지혜의 눈이 열리고 금생에서 비세속적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도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리며 명료한 정신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6.5%로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정평가는 62.0%로 증가해 긍정평가와의 격차가 25.5%...
대구경북 광역철도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구미국가3산업단지 인근에 '동구미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구미시는 ...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가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아버지 장모 씨는 딸이 발견된 야자수농장에 평소 가지 않았다고 의...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