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자리가 600일 넘게 공석(空席)이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지호 당시 청장이 탄핵소추되면서 직무가 정지됐고,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됐다. 그로부터도 벌써 여덟 달. 언제든 신임 청장을 임명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는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계속 이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지금의 경찰은 예전의 경찰이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거치며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사실상 수사를 독점하는 조직이 됐다. 오는 10월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된다. 사건의 전 과정을 스스로 결정·통제하는,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력이 되는 것이다. 경찰청장은 바로 이 거대한 힘을 가진 조직의 수장(首長)이다.
권한을 다 몰아주고는 그 권한을 관리·지휘할 최종 책임자 자리를 20개월이나 방치하고 있는 상황은 상식적이진 않다. 장기간 수장 없는 조직.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는 치안 공백과 민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만 해도 광주 장윤기 사건,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 등 부실 수사·증거인멸·허위 보고 등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의 기강 해이와 무책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그런데도 왜 그 지휘부의 정점(頂點)을 비워두고 있는지, 청장이 공석인데 누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지, 청장을 임명하지 않은 이는 대통령인데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정부는 10월 검찰청 폐지에 맞춰 청장 인선(人選)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그런데 검찰 조직 개편 일정에 경찰 수장 인선을 종속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수사 권력을 다 쥔 경찰청장 자리를 장기간 비워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일수록 경찰의 지휘 책임 소재부터 먼저 분명히 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은 권한만 비대(肥大)해지고 책임은 실종된 조직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유사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경찰청장 공백 600일. 국민이 믿고 권한을 다 맡겨도 되는 중요한 조직이라는 건지, 수장이 있어도 없어도 되는 그런 조직이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댓글 많은 뉴스
호남 반도체 용수 예타 면제…6조원 투입해 클러스터 조성 가속
李대통령 지지율 30%대로 주저앉아…부정평가 60% 육박
동학농민혁명 후손 723명에 매년 120만원…전북이 첫 지원
김민석, 이진숙에 "이제 '여자 전두환'으로 통일해 부르자"
이럴 줄 몰랐나…'검수완박' 해놓고 뒤늦게 '경찰 개혁' 주문 李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