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배리어프리 연극인 '젤리피쉬'를 봤다. 예전에는 수어로 진행되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 안내문에서 '릴렉스드 퍼포먼스'라는 말을 만났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공연을 보는 동안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이 허용되는 공연이다. 신경 다양성을 가진 관객을 포함한 모든 관객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관객의 행동이나 감각적인 반응을 공연 일부로 수용하고,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며 객석의 출입과 이동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체관극'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공연계에서 '릴렉스드 퍼포먼스'라는 말은 꼭 이단아같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공연은 꽤 많은 것을 요구한다. 정해진 시간에 와야 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한다. 식음료를 먹어선 안 되고, 촬영도 금지된다. 무대에서도 정해진 대사와 동선에 따라 배우가 움직이고 맞춰둔 약속에 맞춰 조명과 음악, 무대 장치가 움직인다.
그런데 '젤리피쉬'를 보면서 조금 다르게 해도 공연은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객석에서 소리를 내도, 잠시 밖을 나갔다 돌아와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배우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도 무대 일부가 된다. 원래라면 숨기려고 했을지도 모를 것들이 이 공연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공연장 곳곳 릴렉스존을 마련해두거나, 안정을 위해 말랑한 공과 인형이 놓여 있었다. 공연을 보는 방법뿐 아니라 공연장에 머무는 방법까지 조금씩 달랐다.
배리어프리라는 말은 장벽이 없는 공연이라는 뜻이지만, 장벽이라는 건 듣지 못하는 것, 보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규칙도 누군가에게는 장벽이었을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전에 봤던 수어 공연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무대 위 두 명의 배우를 따라다니며 수어가 이어졌고, 나는 배우의 연기와 함께 수어를 바라봤다. 그때도 묘한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를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이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기 위해 공연의 모양을 바꿨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에게도 공연을 편하게 보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면, 그때 공연이 나를 받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공연에 맞추기보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길. 그리고 이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들의 시도가 계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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