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 넣어 둔 해지 카드에 남아 있던 포인트 12만점이 본인 결제계좌로 곧바로 입금됐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확인된 실제 환급 사례다. 1포인트는 1원으로 계산돼 12만원이 현금이 됐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이렇게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숨은 금융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8조4482억원에 이른다. 2021년 말 15조9000억원에서 계속 불어났다.
문제는 이 돈에 시한이 있다는 점이다. 카드포인트도, 세금 환급금도 5년이 지나면 소비자 손을 떠난다.
◆ 잠자는 18조원 중 카드포인트만 2조9060억원
숨은 금융자산의 구성을 보면 장기 미거래 예·적금이 7조5209억원으로 가장 많다. 미청구 보험금이 5조8506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이 둘이 전체의 72%를 넘는다.
찾아가지 않은 카드포인트 잔액은 2조9060억원으로 전체의 15.7%를 차지한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신규 포인트 적립액은 2025년 기준 약 8조2588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 3조3978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적립은 늘어나는데 쓰이지 않는 몫도 함께 쌓이는 구조다.
미청구 보험금은 별도 집계로도 확인된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은 약 12조6000억원, 1인 평균으로는 18만~120만원 수준이다.
◆ 5년 넘기면 카드사·국고로 넘어간다
카드포인트는 상법상 상사채권 소멸시효가 적용돼 적립 후 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최근 5년간 8개 전업 카드사에서 이렇게 증발한 포인트가 5018억1600만원이다. 2025년 한 해에만 936억6500만원이 소멸했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국세환급금은 국세기본법 제54조에 따라 최초 지급요구일로부터 5년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지방세 환급금 역시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5년이 지나면 관할 자치단체 세입으로 넘어간다.
주소가 바뀌어 환급금 통지서를 받지 못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세청 사례를 보면 4년 넘게 방치돼 있던 종합소득세 과오납금 80여만원을 손택스에서 계좌만 신고하고 곧바로 받아 간 납세자도 있다.
◆ 지난해 1조6329억원 돌려줬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공개한 실적을 보면 2025년 캠페인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간 숨은 금융자산은 1조6329억원이다. 유형별로는 카드포인트가 630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 4037억원, 예·적금 3388억원, 보험금 2579억원 순이었다.
환급액의 66.0%인 1조774억원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신청한 비대면 건이었다. 창구에 가지 않아도 되는 절차가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4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장기간 거래가 끊긴 계좌와 오래된 보험계약이 고령층에 몰려 있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 조회는 1분, 500만원 이하 세금은 전화로도
카드포인트는 여신금융협회 통합조회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에서 전 카드사 잔액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1포인트당 1원으로 본인 계좌에 즉시, 늦어도 다음 영업일에 입금된다. 여신금융협회 실적을 보면 1건당 평균 이체 금액은 약 2만원, 서비스 도입 이후 현금으로 바뀐 누적 금액은 약 5000억원이다.
현금화 대신 기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통합조회 시스템에서 공익기부나 정치후원금으로 내면 연말정산 때 소득·세액공제를 받는다.
세금은 홈택스와 손택스에서 미수령 환급금을 조회한다. 500만원 이하 국세환급금은 세무서에 가지 않고 전화 통화나 홈택스 계좌 신고만으로 받을 수 있다. 지방세는 위택스에서 확인한다.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원클릭 환급 서비스를 인적용역 소득자 등 311만명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금은 잠들어 있는 규모만큼 돌려주는 규모도 크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6월 안내한 숨은보험금 환급 실적을 보면, 조회 서비스를 거쳐 소비자에게 돌아간 금액은 연간 약 4조2000억원이다. 계약자가 청구만 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보험사 장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지방세 환급금의 근거 조문은 지방세기본법 제64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세 미환급금 일괄정리에 나서면서 위택스 환급 절차를 함께 안내했다. 자치단체가 보유한 미환급금을 일괄로 걸러내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작업이다.
포인트를 계좌로 받는 길이 열린 것은 2021년 1월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와 현금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카드 자동이체 정보를 한 곳에서 조회하고 변경하는 서비스도 함께 내놨다. 카드사별로 따로 접속해 포인트를 확인하던 방식이 한 번의 조회로 바뀐 시점이다.
국세환급금의 시효 조항은 국세기본법 제54조 제1항이다. 국세청은 올해 5월 미수령 환급금 조회 안내를 통해 청구 기한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진다는 점을 다시 알렸다. 기산점이 적립일이냐 지급요구일이냐에 따라 마감 시점이 달라지는 만큼, 조회 화면에 표시된 발생 시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 수수료 10~20% 유료앱과 스미싱은 걸러야
민간 세무 플랫폼은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공제를 과다하게 신청했다가 뒤늦게 가산세까지 추징당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납세자 몫이다. 국세청은 납세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소득세 환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024년 12월 밝힌 바 있다.
환급금 조회를 미끼로 카드 비밀번호나 CVC 번호,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유도하는 문자도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정보를 요구하는 조회 서비스는 없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제도의 빈틈도 남아 있다. 일부 카드사는 포인트의 현금 전환 비율이 1대 1이 아니거나 별도 전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포인트 자동사용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압류된 계좌이거나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니면 모바일 즉시 환급이 막혀 세무서나 영업점을 직접 찾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사용법을 몰라 65세 이상 소비자가 놓친 포인트는 2025년 11월 기준 연간 약 150억원 규모로, 2020년 108억원보다 늘었다.
전 금융권 공동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집중 캠페인은 올해 9~10월 중 진행된다. 결제할 때 보유 포인트를 먼저 차감하는 서비스는 올해 8개 전업 카드사 전체로 확대 운영되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별 숨은 금융자산 현황을 소비자포털에 공개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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