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민주 전·현직 의원들, 2심서 무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18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윤관석·임종성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 대표 후보(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서 허 의원과 임 전 의원 등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1개씩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2022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각종 알선·청탁을 빌미로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이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3대 속 돈 봉투 관련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에게 휴대전화 속 녹음 파일 등을 다른 사건 수사에 사용해도 좋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적법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은 1심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 3대 안에 이 사건 금품 수수 관련 내용이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며 "휴대전화 3대의 임의 제출 관련 압수 조서 등에도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만 기재돼 있고, 남은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수사의 실마리가 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025-12-18 17:56:20
"네이버·카카오·KT·삼성전자까지 폭파하겠다"…'공중협박죄'도 못 막는 폭발물 협박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KT에 이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폭파 협박이 잇따르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3월 시행된 '공중협박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검거된 협박범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나 저연령층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억지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카카오 CS센터 사이트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제주 본사, 그리고 네이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게시됐다. 또 해당 사이트에는 "삼성전자 수원시 영통구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 총기로 쏴 죽이겠다"는 글도 이어 게재됐다. 이에 앞서 "분당 KT 사옥에 사제 폭탄 40개를 설치했다는 협박이 들어왔다"는 KT의 신고도 접수되는 등 이날 하루 동안만 대기업을 상대로한 폭발물 협박이 3건이나 보고 됐다. 신고가 접수되면서 해당 회사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경찰이 수색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등 피해가 막심해지고 있다. 폭발물 협박 신고는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대구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달 10일에도 "하교 후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메일이 학교 대표 이메일로 접수돼 전교생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폭발물 협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막아설 법은 미흡한 상황이다.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 허위로 폭파 협박 글을 작성할 경우, 지난 3월 신설된 형법상 '공중협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수의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연히 협박한 경우, 실제 피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의 장난성 협박은 처벌보다 예방과 교육 중심으로 접근하되, 성인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12-18 15:29:12
외도 의심하다 여친父 보복살해한 40대…2심도 무기징역
자신을 경찰에 신고힌 것에 격분해 연인의 부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성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들 간의 관계,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피고인의 언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피해자의 수사 단서 제공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그의 부친을 살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원심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1억원을 형사공탁하기로 했지만 피해자들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릐사를 밝히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경북 상주에 있는 연인 B씨의 부모 집에 찾아가 부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범행을 말리는 모친에게 중상을 입힌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도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외도를 의심한 끝에 소주병을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이후 B씨의 피해 진술로 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자,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5-12-18 10:40:48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검찰이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근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재판에서 정 전 부시장은 최후진술로 "공직자로서 법률 위반한 행위를 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진과 '준비된 대통령, 검증된 대통령'이란 글귀가 적힌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공직자인만큼 사안이 더 중요하다며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정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선관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마자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하는 등 위법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으로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정 전 부시장은 이날 법정을 나서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출마를 고민 중인 건 맞다"고 답했다.
2025-12-17 18:19:33
김중군 수성구의원, 수성미래교육재단에 장학금 200만원 기탁
대구 수성구는 김중군 수성구의원이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 200만원을 수성미래교육재단에 기탁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원은 수성구의회 도시환경보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재까지 수성미래교육재단에 모두 600만원을 기탁했다. 김 의원은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12-17 16:17:56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정장수, 법정서 혐의 인정…"부끄럽고 죄송"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결심 공판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17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정 전 부시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공직자로서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한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조기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홍 시장의 사진과 함께 '준비된 대통령, 검증된 대통령'이란 글귀가 적힌 게시물을 올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죄명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이 사건인데 피고인 지금 공무원 신분으로 저지른 범행으로서 일반인들에 비해서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할 것"이라며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정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선관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마자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해서 수정하는 등 해서 위법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다했다"라며 "피고인 페이스북 친구가 4천6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댓글을 단 사람들은 150명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전 시장은 당내 경선 후보에서 탈락하기도 했다"라며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으로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2022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의해 시정혁신단장으로 발탁되며 시에 입성해 정책혁신본부장을 거쳐 경제부시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정 전 부시장은 민선 9기 대구 동구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다만 이날 검찰이 200만원의 벌금을 구형함으로써 정 전 시장의 행보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정 전 부시장은 이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을 만나 동구청장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련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만 "출마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편 정 전 부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1월 23일 오전 10시 10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2025-12-17 11:27:25
가스라이팅 100억원 편취…20대 男 징역 20년→16년 감형
또래 여성을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하는 수법으로 해당 여성의 재력가 부모로부터 100억원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왕해진)은 17일 또래 여성을 사귀는 척 속여 현금 등 자산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20대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A씨가 빼돌린 현금 일부를 보관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 20대 B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 B씨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죄책이 극히 무겁다"라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 반면에 피해자들은 평생 모아온 재산을 모두 잃고 막대한 채무까지 부담하게 되어서 가정이 파탄되고 삶이 파괴되는 처참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현금과 명품 등이 경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교부가 될 경우에 기회가 일부나마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주된 범죄인 사기에 대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 기준은 징역 6년 이상 징역 13년 6개월 이하인데,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피해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난 것"이라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3년 11월~올해 3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C씨와 교제하는 척 속이고 심리적으로 그를 지배해왔다. 그 이후 C씨 부모가 보관 중이던 현찰, 부모 계좌에 입금돼 있던 돈 등 자산 100억원어치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00억원 중 70억원가량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바꿨고, 개인 상품권 매매 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한 뒤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일부는 B씨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확보한 압수물인 29억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명품 시계와 가방 등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2025-12-17 10:13:15
[대구고립보고서]"옆방남자가 죽었다, 그 방을 치운건 나였다"
대구 중구 성내2동. 경상감영공원을 끼고 공구 골목 쪽으로 100여m를 더 가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이 나온다. 오래된 수제화 가게, 피혁점, 카바레 사이로 일제강점기부터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대구 최대 번화가였음을 알리는 흔적들이다. 모퉁이 하나만 돌아 개미굴처럼 퍼진 샛골목으로 들어가면 주변은 빠르게 바뀐다. 다닥다닥 붙은 낮은 여인숙과 여관들이 '요새'를 이룬 모습이었다. 대부분 지어진 지 60년 안팎의 2층짜리 목조건물로 계단이 몹시 좁고 가팔랐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49층에 이르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쪽방촌을 내려다본다. 대구의 대표적 집창촌이었던 '자갈마당'을 밀어내고 세워진 단지다. 이런 풍경은 옆동네인 대신동과 동인동의 쪽방촌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지난 9월 22일, 동인동의 A여관 101호에서 사망한 지 일주일이 지난 주검이 실려 나왔다.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옆방 주민의 연락을 받은 쪽방상담소 직원이 101호의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뒤였다. 사망한 양정모(56·가명)씨는 어떤 이유에선지 전기장판과 선풍기를 동시에 켜둔 채 숨을 거뒀다. 사인은 미상. 양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노숙인 자활시설을 전전했다. 밥보다는 술을 더 자주 먹었다. 쪽방에 올 때쯤에는 각혈을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병원은 기피했다. 사망 3개월 전쯤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대구의료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양 씨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니었다. 그는 치료를 마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두어 달을 더 앓다가 절명했다. 공무원으로부터 〈strong〉아들의 부고를 들은 늙은 아버지는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아들과도 연락하지 않은 지 수십 년"이라며 시신 인수를 거부〈/strong〉했다. 그렇게 양 씨는 무연고 시신으로 화장됐다. "이거 한 번 봐요." 101호 옆방에 사는 윤광수(42·가명) 씨가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눈이 불편한 지 휴대전화를 코앞까지 갖다 댔다. 화면에는 어질러진 바닥과 핏자국, 검은 얼룩이 보였다. "꽤 오랫동안 몰랐죠." 그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더운 날씨 탓에 건물 안에 시취가 진동했지만 이웃 중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strong〉윤 씨는 며칠간 혼자서 옆방을 치웠다.〈/strong〉 시취(屍臭)가 밴 세간을 전부 빼내고 피를 닦고 장판을 뜯어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구더기들은 빗자루로 쓸어버렸다. 그러나 구더기는 하루만 지나도 어디에선가 또 나타났다. 그는 A여관을 거의 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잡다한 일을 하곤 했다. "무보수 총무 같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생전 양 씨는 말수가 적었다. 쪽방상담소나 노숙인 자활시설에서도 그와 유의미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없었다. 〈strong〉가끔은 A여관 대신 길에서 자는 날도 있었다. 구걸을 하기 위해서였다.〈/strong〉 그렇지 않은 날은 TV를 틀어둔 채 술을 마셨다. 가끔은 혼자 고함을 치거나 흐느꼈고, 아주 가끔은 토악질을 해댔다. 윤 씨는 이런 소리를 통해 양 씨의 존재를 확인했었다. 윤 씨가 A여관에 입주한 지는 이제 1년 반이 됐다. 그 시간 동안 얇은 벽 하나를 두고 지낸 이웃이 고립돼 숨졌지만, 그는 무덤덤했다. 〈strong〉쪽방촌에서 이웃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strong〉 그러나 이웃의 말로가 언젠가는 나의 결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윤 씨를 계속 불편하게 했다. 가난에 의한 불편은 익숙했다. "평생을 떠돌이로 살았다"는 윤 씨의 일생은 늘 '나쁜 집'과 함께였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기찻길 옆 달셋방·무허가 판잣집, 다 쓰러져가는 노후주택에서 살았다. 지금의 쪽방에 이를 때까지 그는 단 한 번도 가난의 궤적을 벗어난 적이 없다. 외로움은 가난과는 달랐다. 익숙해진 듯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을 찌르듯 솟아난다. 〈strong〉"실은 내일이 제 생일이에요."〈/strong〉 인터뷰가 끝날 무렵 윤 씨가 말했다. "당연히 평소처럼 집에 박혀 있을 거고요."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뗐다. "침울하죠. 명절이나 생일에는 더요. 이 세상에 나 하나 생각해줄 사람 하나 없는 걸 실감하니까요."
2025-12-16 16:49:25
[대구고립보고서] "'나홀로 집에'는 유쾌, 난 지옥'"…1평 테두리에 잠긴 쪽방촌 사람들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남쪽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 사이로 난 골목에 들어서면 서구 비산7동의 속살이 드러난다. 붉은 벽돌과 시멘트로 덧씌운 건물들 사이에 '여관', '여인숙'이라 적힌 작은 간판들이 숨어 있다. 오래된 여관이나 여인숙, 일반 주택을 개조한 건물들이다. 입구는 대부분 열려 있지만 대부분 어둡다. 인기척도 없고, 사람이 사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문 옆에 붙은 '달셋방 있음'이라고 휘갈겨 쓴 종이만이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비산7동의 시멘트 벽돌조의 2층짜리 다세대 건물인 'A여인숙'. 50년이 넘은 이 건물 내부에는 곰팡내와 오래된 양념 냄새, 담배 냄새, 관리되지 못한 공용 화장실 냄새가 뒤섞여 났다. 바깥을 다른 건물 벽이 막고 있어 환기가 안 됐다. 복도를 중심으로 17개의 쪽방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흐린 전등이 비추는 방문에는 낡은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6번 방은 김완수(56) 씨의 거처다. 한 걸음이면 벽에서 벽까지 닿을 수 있는 좁은 방. 각종 쓰레기들이 찌든 이불 위로 술병과 담배꽁초, 각종 레토르트 식품이 높게 쌓여있었다. 방 대부분을 쓰레기 더미에 내준 탓에 한 뼘 방바닥에 웅크린 채 자야 한다. 그는 이 방에 매달 월세를 15만원씩 내고 있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이지만 김 씨가 외출하는 날은 드물다. "귀찮어." 그는 대신 방 안에서 TV를 틀어둔 채 술을 2병씩 마신다고 했다. 옆방도 비슷한 처지인 듯했다. 얇디얇은 합판 벽 사이로 옆방의 TV 소리와 낮은 기침소리가 그대로 넘어왔다. ◆쪽방촌 몰린 곳에 무연고 사망도 많아 쪽방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구도심의 뒷골목 같은 그늘진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strong〉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난 끝에 스스로를 돌보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들〈/strong〉이 많다. 대구쪽방상담소 등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쪽방주민은 약 530명 정도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구 비산7동(약 90명), 중구 성내2동(80명), 동구 신암4동(70명), 중구 대신동(60명)에 몰려있다. 쪽방 건물과 방 개수로 따져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비산7동에는 11개 건물 157개 방, 신암4동에는 8개 건물 131개 방, 대신동에는 7개 건물 102개 방이 모여 있다. 쪽방이 몰린 동네에는 외로운 죽음이 잠복해 있다. 지난 2년간 대구에서 인구 대비 무연고 사망 비율이 가장 높았던 행정동은 비산7동(0.216%)이었다. 이어 성내2동(0.177%), 산격1동(0.174%), 동인동(0.144%) 등이 뒤를 이었다. 대신동도 0.107%를 기록했다. 쪽방촌과 고립사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strong〉대구의 쪽방촌〈/strong〉은 〈strong〉과거 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쇠락한 곳〈/strong〉이라는 특징이 있다. 당시 인부들이 묵었던 여관과 여인숙이 지금의 쪽방이 됐다. 비산동과 대신동은 섬유 산업 중심지로 과거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북성로와 대구시청을 품고 있는 성내2동·동인동은 공구 산업이 발달해 1970년대 후반에 호황을 맞았지만, 1998년 검단동 유통단지로 상당수 업체가 빠져나가면서 도심의 빈촌으로 전락했다. 하루 몇만 원을 받던 여관·여인숙은 방을 쪼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거 형태로 전환됐다. 이것이 오늘날 쪽방촌의 출발점이다. 대구의 쪽방은 지역마다 성격이 다르다. 중구는 1950년대 지어진 건물이 많고, 서구는 70~80년대 건물, 동구는 상가형 건물이 섞여 있다. 건물의 연식에 따라 월세 수준도 달라진다. 중구와 서구는 20만 원 안팎, 동구는 30만 원 수준이다. ◆최저주거기준 아득히 미달⋯감정은 전염된다 비산7동의 또 다른 쪽방에서 사는 남경태(55) 씨는 김 씨보다 1만원 더 비싼 방에 산다. 형편도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방도 조금 더 넓었고 개방형 구조의 건물이라 방문만 열면 햇볕을 쬘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만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strong〉"꿈이요? 있겠습니까? 가족도 없는데."〈/strong〉 기자의 질문에 남 씨는 황당한 듯 웃었다. 주변 이웃들도 비슷할 거라고 했다. "다들 대낮부터 취해서 횡설수설하는데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남 씨 역시 집이나 공원에서 막걸리 한잔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나도 내가 부끄러운데 친구를 어떻게 만듭니까. 있던 친구들도 연락 끊겼는데⋯." 이런 환경은 이웃을 경계하고 불신하게 만들었다. 쪽방 거주민 중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립을 강화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기범(55) 씨가 그랬다. "난 가비지(garbage·쓰레기)죠. 돈도 없고 뭣도 없어요." 부산 출신이라는 정 씨는 2017년 대구에 왔다. 2년간은 아는 동생 집에서 얹혀살았고 그 뒤로는 쪽방을 비롯한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집에 거주했다. 정 씨는 자주 영어를 섞어 말했다. 부산에서 살던 적에 대기업 자본의 대형 서점에서 근무해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봤다고 했다. "'나홀로 집에'란 영화 알죠? '홈 얼론'. 그 영화 보면 애가 혼자 집에 사는데 유쾌하잖아요?" 그는 마치 재미난 얘기라도 하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똑같이 혼자 사는데, 난 지옥이에요. 하하." 비산7동 쪽방에서 도합 4년을 지내는 동안 이웃들과 많은 불화를 겪었다. 그래서 이사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술 먹고 꼬장 부리는 놈들이 많아요. 그럼 나는 나이 안 따지고 샤우팅을 하거든." 그는 쪽방에서 인연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말끝을 갈았다. 쪽방에서의 친분이란 대개 술을 매개로 이어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벽간소음도 이웃 간 불화의 요인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은 잽도 안 된다니까요. 한숨소리까지 다 들리니까 더 예민해지고요." "차라리 죽어버릴까란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어떤 '테두리'에 갇혀있다는 생각도요. 아마 남은 생에서 이 테두리 밖을 벗어날 일은 없겠죠." ◆"어디가 아픈지 몰라요"⋯술과 병, 고립 악순환 중구 교동의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 앞엔 아침 댓바람부터 여러 무리의 남자들이 긴 줄을 이뤘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에게 밥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다. 이희준(50·가명) 씨도 밥을 먼저 먹는 쪽이다. 9년 전 본가에서 쫓겨난 뒤로 노숙과 쪽방을 전전하다 성내2동의 한 쪽방에 정착했다. 그는 매주 2~3일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화요일이면 대구역 광장에 들러 무료 도시락까지 챙긴다. 특별한 날에 제공되는 부식은 비닐봉지에 담아가 술안주로 쓴다. 이 씨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알코올은 삶의 많은 것을 증발시켰다. 집에서 쫓겨난 것도 그놈의 술 때문이다.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짓는 이 씨의 부모는 그를 치료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노력했었다. "내가요, 알코올 중독 상담사가 찾아와도 치료받기 싫다고 했어요." 이 씨는 낡은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은 채 말을 쏘아댔다. "예전에 정신병원도 갔다 왔는데 그땐 아무 문제 없다 했거든요." 그는 영천 시골집에서 다시 살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면목이 없다고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도 많다. 비산7동 쪽방주민인 권희재(49·가명) 씨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마라톤 선수를 했을 정도로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뒤 술에 의존하게 됐고, 어느덧 쪽방까지 이르렀다. "두통이 심하긴 한데, 병원을 가지 않아서 어디가 아픈지 몰라요." '왜 병원에 가지 않느냐'고 묻자 권 씨는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암 유전력을 걱정했다. 그러나 매달 76만원가량의 수급비를 받는 처지에 걱정거리를 늘리느니 술을 마시고 잊어버리는 편이 나은 선택이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회사 지원 받아서 검사받는 거 아닌가요?" 권 씨를 만나고 몇 주 뒤, 취재진은 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수신이 정지된 전화"라는 안내를 받았다. 쪽방 관리자도 담당 복지사도 그의 행방을 몰랐다. 모종의 이유로 잠적을 한 것이라 추정할 뿐이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좁은 쪽방서 가라앉는 사람들 〈strong〉쪽방촌〈/strong〉은 네 유형 중 가장 극단적인 고립 양상을 보였다. 최저주거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관계망이 〈strong〉단절된 상태에서 회복의 동력까지 소진된 '침전 고립'〈/strong〉이 발생했다. 쪽방은 〈strong〉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고 머무는 1평 남짓의 방〈/strong〉이다. 취사와 세면, 화장실은 공용공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벽도 부실해 주민들은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버티며 산다. 거리에서 〈strong〉노숙을 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strong〉다. 쪽방에는 공동 공간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주하는 관리인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쪽방주민들의 사회 관계망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웃에 대한 불신과 폭력이 팽배할뿐더러, 친해진다 한들 서로를 더 깊은 고립으로 끌고 가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쪽방 현장을 동행한 염강훈 복지사는 "쪽방주민들이 쪽방에서 맺는 관계는 상호 파괴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주거 특성상 사람 간 접촉이 많아 고독사 발견이 조금 빠를 수는 있으나, 사회적 고립이 나아지는 형태는 결코 아니다"라며 "이처럼 단절이 고착화된 상태에선 원룸, 빌라 등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가도 고독사 위험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신은경 서구사회적고립예방지원센터 과장은 "쪽방주민들의 삶은 늘 열악하고 불안정하다. 그 때문에 복지 개입의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라며 "혹서기에는 시골이나 모텔로 피신하는 분들도 있어 접촉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또 수급비를 받기 위해 주소만 등록해 두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쪽방은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월세가 한 번만 밀려도 바로 나가야 한다"며 "술값으로 수급비를 탕진해 월세를 못 내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이 경우 노숙인이 되며 범죄나 폭력 등 외부에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trong〉열악하고 불안정한 공간〈/strong〉에는 〈strong〉경제적 실패와 가족 해체를 겪은 사람들이 몰려〈/strong〉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이웃들은 우울과 체념을 서로에게 전염시키며, 서로를 침전시킨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간사는 "쪽방주민들은 늪에 빠진 것처럼 살아간다. 단순히 '개선 의지가 없다'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해서 돈 벌기 싫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회가 말하는 의지와 이분들에게 요구되는 의지가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프로그램 좀 참여해보라'고 쉽게 말하지만, 이분들에겐 그 말 자체가 너무 먼 이야기일 수 있다"라며 "쪽방주민들을 둘러싼 환경이 새로운 시도를 막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침전된 고립의 양상은 분명했다. 본지가 쪽방 거주 고립 가구 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명)는 연락 가능한 가족이나 지인이 전혀 없었다. 일주일 기준 10분 이상 대화한 날이 '전혀 없었다'는 응답자는 71%(10명)에 달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36%였다. 공동생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으로 '이웃'을 꼽은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이처럼 극심한 사회적 관계 결핍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절반은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strong〉고립이 장기화되며 관계망 붕괴가 일상으로 굳어〈/strong〉져, 객관적 상태와 주관적 인식 사이의 괴리가 커진 결과로 보인다.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낮은 쪽방주민들은 〈strong〉알코올 의존과 만성질환이 겹치면서 노동·건강·관계의 세 축이 동시에 무너진 사례가 많았다.〈/strong〉 병으로 몸이 약해지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관계가 끊기면서 술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쪽방주민들 중에는 "몸은 아픈데 병원을 안 가서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종명 대구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은 "쪽방주민 중에는 치료에 대한 본인 의지도 약하고 비용적인 문제로 망설여 병이 깊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아픈 데가 없는데 내가 왜 가야 하냐는 식"이라며 "대개는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알코올 중독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거동이 불편해지면 집에만 있고, 몸이 힘들면 우울해지고, 결국 술에 기대는 연쇄작용이 자주 관찰된다"라며 "이 연쇄를 끊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과 복지사의 판단과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대구보건대의 연구지원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기획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2-16 16:39:37
칼라스퀘어, 80억대 '대형 미디어아트' 입고 부활 신호탄
침체된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가 '미디어아트'를 등에 업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이곳에 80억원 규모의 미디어아트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 수성구가 민간사업자 선정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최초의 대형 미디어아트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상권은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주와 부산, 여수 등에 자리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빛의벙커', '아르떼뮤지엄'과 같은 미디어아트가 대구에도 세워진다면 또 하나의 관광 트렌드 시설로 주목될 전망이다. 15일 수성구에 따르면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전시관 조성 사업자 선정 공모'를 이날 마감했다. 국내 민간 업체 한 곳이 공모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지털 디자인·아트 기업 디스트릭트도 접촉했지만, 시기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는 해당 업체에 대한 적격 심사를 진행한 뒤 올해 안으로 사업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장비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7월에 개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문화도시(문화특구)로 지정된 수성구는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 지하 1·2층에 약 80억원(국비 20억원·구비 14억원·시비 6억원·민간투자 40억원)을 투입해 대구 최초의 대형 미디어아트 시설을 설치한다는 사업 구상을 발표했다. 지하 1층(417㎡), 지하 2층(4천293㎡) 등 5천44㎡ 규모다. 수성구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시설은 대구미술관, 국립대구박물관,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기존 문화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관광객들을 유치할 거점시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주변 소상공인들과도 상생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칼라스퀘어 상가 상인들은 누구보다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지난 2021년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이 폐점하고 2023년에는 지하 1층에 있었던 대규모 실내 동물원인 아이니테마파크까지 문을 닫으며 이곳 상권은 몇 년째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대구스타디움몰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현재 대구스타디움몰 입점 업체는 15곳 미만이다. 초창기 150여곳에서 대폭 줄었다. 공실률은 80~90%정도로 추정된다. 이곳 상인들은 지금까지 절박한 심정으로 미디어아트 시설 개관을 기다려왔다. 박천식 칼라스퀘어 상가번영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홈플러스가 빠지고 손님이 뚝 끊겼다. 하루 종일 매출이 한 푼도 안 나올 때도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아트 시설은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다. 지자체가 간담회나 설명회를 열고, 이 사업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일부라도 공유해주면 우리의 의견도 전달해 참고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15 18:01:11
"어려울수록 檢 본연의 임무 집중" 정지영 대구지검장 취임
최근 검찰 조직의 내우외환 속에 취임한 정지영 신임 대구지검장의 첫 일성은 '원칙'과 '기본'이었다. 그는 15일 취임사에서 "마냥 무기력하게 있기에는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가 너무도 무겁다"라고 밝혔다. 정 지검장은 이날 대구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검찰은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통과를 시작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큰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파견과 사직 등으로 실근무 인원이 현저히 줄어 구성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도 "(범죄자들은) 우리가 어렵다고 해서 범죄의 실행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에서부터 다시 출발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웃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검찰 본연의 임무, 그 기본 중의 기본에 다시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을수록, 좌고우면 하지 말고 증거와 법리라는 원칙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전임자인 박혁수 전 지검장에게도 "탁월한 통찰력과 인품으로 대구검찰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박 전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일선 검사장들 중 한 명이다. 지난 11일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라는게 세간의 평가다. 한편 정 지검장은 광주 송원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 합격후,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 후 서울 동부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 중앙지검 공판2부장 검사 등을 거쳤다. 이후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인천지검 인권보호관 등을 거쳤다.
2025-12-15 15:58:08
대구 동구, '수장' 당선무효 상고에 동구의회 인사 문제까지 '시끌'
당선무효 위기에 몰린 '수장'이 구의회의 인사 전횡에도 얽히는 등 대구 동구가 연일 시끌하다.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은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12일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 대구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김정도)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윤 구청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최모씨와 함께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비 3천400만원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윤 청장이 당초 미신고 계좌를 관리하면서 회계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며 2심 재판부도 지난 5일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 동구지부에서는 현 의회사무국장이 공로연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의회와 집행부 사이 인사 전횡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공로연수 대상인 국장이 관행인 1년을 따르는 대가로 의회 행정직 6급 인사권을 얻어 오는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11일 이를 규탄하는 농성도 진행했다. 공무원노조 동구지부 측은 "후배들의 승진을 볼모로 의회가 제 식구 챙기기를 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의장은 연수 신청서가 들어온 지난 9일 오전 11시 이후 구청장실을 방문해 6급 1명의 인사권을 의회가 가져오도록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같은날 오후 3시 예정돼 있던 의회 6급 승진 인사위원회 대상자는 반나절 만에 1명에서 2명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의장과 구청장간 '밀실 인사 합의' 논란이 촉발된 계기다. 문제는 해당 인사결정과정이 공무원 정원규정에 벗어나는 방식이란 점이다. 급수별로 정원이 정해져 있는만큼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방공무원 정원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회와 집행부 모두 인사위원회가 끝날 때까지 승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동구의회는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난 11일 오전, 회의를 거쳐 인사 심의 결과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동구의회는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당일 국장이 공로연수를 신청해 4급 자리가 비게 됐다. 그 자리를 대신해 6급 승진 인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해당 방식이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사 결과를 취소하기로 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기존 1명만을 다시 승진심사 하려 한다"고 밝혔다. 동구청은 "1월1일 인사 시점에서 6급으로 승진한 의회 직원 한 명이 구청으로 전출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인사권을 넘겼던 것"이라며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의회에서 자체적으로 인사심의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2025-12-14 16:25:55
"복종만 하란거냐"…대장동 비판 검사장 강등에 법조계 비판 봇물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일선 검사장들이 한직으로 밀려난 가운데,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검사장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정 검사장은 소장에 "지난 몇 년 간 검찰 내부 사이트인 이프로스 검사 게시판에 검찰청 폐지,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몇차례 의견 표명을 한 바 있다"며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비판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해 담당 공직자로서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에서 이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하여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하며 오히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검찰 인사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오염"시켰다고 썼다. 또 "자신들과 견해가 같지 않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박해하는 이러한 처분이 반복된다면 결국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고 침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기존 검사장 4명을 전보 조치했다. 정 검사장은 평검사인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다. 기존 박혁수 대구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사실상 강등·좌천에 해당하는 조치다. 김 지검장과 박 지검장은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업무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한 것을 비롯해 검찰 조직의 기강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앞서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 및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주요 국면마다 검찰 내부망 등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검사장급 검사가 고검 검사로 보직 변경된 사례는 지난 2007년 3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배치된 권태호 전 검사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권 전 검사장은 비위 의혹이 제기돼 '부적절한 처신'을 명분으로 인사 조치가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검찰 간부 인사를 두고 근거가 없을 뿐더러, 법령에 어긋나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검검사급 이상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범위에는 고검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검찰청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라며 "법무부의 이번 인사 조치는 '미운 검사를 강등시킨다'는 의도 외에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복종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마라는 식의 '입틀막'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검사장의 지적이 너무 아팠나 보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고 덧붙였다. 부장검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공직자로서의 발언은 정제돼야 하는 건 맞지만, 진정성 있는 비판마저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대장동 항소 포기가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결정이니 고참 검사로서 쓴 소리를 한 것을 강등시키면 앞으로는 누가 건전한 비판을 하겠나. 정 검사장은 평소에도 원리원칙에 따라 말하고 행동했던 검사다. 검찰 내부에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2025-12-14 11:28:29
[대구고립보고서] 한때는 대구 최고 부촌, 지금은 '고립 밀집지'…노후주택가의 고립
빛바랜 적벽돌조 주택, 오래된 전단이 겹겹이 붙은 전봇대, 글씨가 드문드문 지워진 낡은 간판.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이곳은 대구 남구 대명3동. 골목은 조용했다. 담배를 입에 문 노인도, 보행기를 끌고 걷는 노인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인근 아파트 재개발 현장의 공사음이 들려왔다. ◆대명동의 고장투성이 집…"계단에서 자주 굴러요" 32년 된 다세대 주택 3층 집은 대낮에도 어둑했다. 안부를 확인하러 온 복지사가 "전등 좀 켜도 되냐"고 묻자, 김향숙(67) 씨는 단호히 손사래를 쳤다. "안 돼요." 그는 전깃불을 극도로 싫어했다. "작년에 우리 아저씨가 벌건 대낮에 불 켜놓고 가 버렸거든요. 침대에 거꾸로 누워 있길래 자는 줄 알았지. 그 뒤로 불을 켜기가 무서워." 집은 고장투성이였다. 며칠째 수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변기도 깨졌고, 밥솥은 반년 전 고장이 났다. 새로 장만할 돈이 없어 라면으로 매 끼니를 때운다. 세탁기 역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병원은 4년 넘게 가지 않았다. "무섭잖아요. 갈 때마다 병이 하나씩 생기니까. 돈도 없는데…." 향숙 씨는 평생을 대명동에서 낡은 다세대주택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선천적으로 척추가 약해 멀리 걷지도, 직업을 갖지도 못했다. 어릴 때만 해도 대명동은 대구의 대표적 부촌이었다. 1970~80년대에는 영남대병원 뒤편 언덕마다 지역 기업가와 명망가들의 저택이 들어섰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아파트붐과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일대는 빠르게 쇠락했다. 1996년 계명대 대명캠퍼스가 성서로 이전하면서 젊은이들도 떠났다. 한때 활기를 불어넣던 하숙촌마저 무너졌다. "옛날에는 유명한 부잣집 양옥이 줄지어 있었지. 기업하는 사장님들, 돈 많은 집안들이 다 거기 살았거든. 나도 어릴 때는 부족함 없이 자랐어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집안이 넉넉했다고, 향숙 씨는 말했다.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동네에 남은 건 저처럼 오래된 것들 뿐이라예. 주민들도 늙은이들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고." 향숙 씨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약한 그가 홀로 지내기에는 지금의 집은 적합하지 않다. 가파른 계단이 특히 그랬다. "이건 2주 전에 넘어진 거." 그는 새파랗게 멍든 왼쪽 눈두덩이를 가리켰다. 몇 달 전에는 계단에서 굴러 머리가 깨졌다. 남편과 사별한 뒤로 향숙 씨의 세계는 점점 좁아졌다. 지금은 좁은 방 안 침대 위로 축소됐다. 그는 여름 대부분을 침대에 드러누운 채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만 들으며 지냈다. ◆대명동 70%는 30년 넘은 '노후 건축물'…저렴한 월세에 취약계층 몰려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위험군들은 고립사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명동 전체 건축물 1만3천여 호 중 약 70%에 해당하는 9천200여 호가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20년 이상 30년 미만의 건축물도 1천400여 호다. 〈strong〉대명1·3·9동〈/strong〉의 주거 형태를 보면 단독·다세대 주택이 전체의 약 77%를 차지하는 반면, 아파트는 평균 18%에 그치며 전형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의 형태를 보였다. 인구 구조도 비슷하다. 대명1·3·9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평균 30%, 1인 가구 비율은 58% 수준으로, 대구 평균(65세 이상 21.5%, 1인 가구 40.4%)을 크게 웃돈다. 〈strong〉주민 절반 이상이 혼자 살고, 열 명 중 세 명은 노인인 셈〈/strong〉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LH 매입임대주택도 이 일대에 쏠려있다. 16년 전 대명9동의 LH 매입임대주택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 허진호(63·가명) 씨는 최근 기독교 계열의 신흥 종교단체를 다니기 시작했다. 해당 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하루종일 집 안에만 있는 그를 찾아주는 건 이곳 교인들뿐이다. "예배를 하루라도 빼먹으면 전화가 오고, 심지어 집 앞에도 찾아와요." "날 이렇게 찾아주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더라고요." ◆송현동도 노후 주거 밀집지…치매 앓는데 홀로 지내는 노인도 대명동 일대에서 확인한 고립의 유형은 〈strong〉달서구 송현1·2동〈/strong〉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지역 역시 〈strong〉낡은 단독·연립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전형적인 노후 주거 밀집지〈/strong〉라는 점에서 대명동과 궤를 같이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송현1·2동 전체 건축물(5천900여 호) 가운데 20년 이상 된 건물은 약 95%에 달한다. 30년 이상 노후 건물로 좁혀 봐도 3천5백여 호로, 전체의 60%를 넘는다. 새집은 손에 꼽을 정도다. 10년 미만 신축은 176호, 10~20년 건물은 98호에 불과하다. 송현1·2동의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 비율은 41.22% 정도였다. 송현1·2동은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대규모 저층 단독주택지다. 한때는 신도시로 불렸지만, 재개발 사업이 번번이 좌초하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송현1동의 한 다세대 주택. 장화자(77) 씨는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로 갔다. 그는 지난해 침대에서 떨어진 뒤 허리를 다쳐 걷질 못했다. 화자 씨는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치매가 시작된 지 5년, 그의 인지 능력은 매일 조금씩 와해되고 있다. 그를 돌보는 사람은 요양보호사 서모(65) 씨뿐이다. 그마저 하루 세 시간만 곁에 머문다. 아들 정우(가명)는 서울로 떠난 지 오래다. 아들 얼굴을 보는 날은 1년을 잡아도 한 손에 꼽는다. 화자 씨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아들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남는다. 치매 탓에 같은 전화를 반복하기도 하고, 잘못 눌러 걸기도 한다. 아들은 근무 중이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자 씨는 곧잘 '방금 전까지 아들이 집에 있었다'는 식의 망상에 빠진다. "새 영감 하나 데리고 올까?" 화자 씨가 농담을 내뱉자 서씨는 "걷지도 못 하는데 누가 오겠노" 하며 맞받는다. 서 씨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이웃 집주인 번호를 저장해뒀다. 화자 씨가 전화를 받지 않을 때면,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노후주택가의 '혼합 고립'⋯'장기 단절'과 '단기 취약' 교차 노후주택가는 〈strong〉두 경로의 고립이 공존하는 공간〈/strong〉이다. 저렴한 월세를 찾아 흘러온 취약계층의 단기 유입형 고립과, 한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며 관계망이 소진된 장기 정주형 고립이 겹쳐 나타난다. '혼합 고립'은 이처럼 이중화된 고립 구조를 뜻하는 말이다. 대구의 노후주택가 밀집지에는 고립된 가구가 몰려 있다. 남구 대명1동(인구 천명당 16.0명), 대명3동(14.4명), 대명9동(13.7명), 달서구 송현1동(15.8명), 송현2동(16.0명)은 대구에서 인구 대비 고독사 위험군 비율이 상위권에 속한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범어2동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 역시 오래된 저층주택이 밀집한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노후주택가는 모두 건물 가치와 주거 매력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때문에 세입자 비율과 거주 불안정성이 높다. LH 매입임대주택이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다. LH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대명동 일대의 LH 매입임대주택은 1천801호로, 남구 전체 물량(2천58호)의 87.5%를 차지한다. 대구 전체(1만150호) 기준으로도 17.7%에 해당한다. 송현동 역시 569호로 달서구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노후주택가에 사는 고립 가구의 〈strong〉사회적 관계망은 극도로 얇았다.〈/strong〉 본지가 노후주택 거주 고립 가구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꾸준히 연락이 닿는 가족이나 지인이 1명 이하라고 답했다. 일주일 기준 '10분 이상 대화한 날'이 2일 이하인 비율도 44%(8명)에 달했다.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고립의 양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응답자의 거주 기간은 2년 이하 단기 거주자(66.7%)와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22.2%)로 극단적으로 양분됐다. 단기 거주자는 저렴한 월세를 찾아 유입됐지만 지역사회에 관계망을 형성하지 못한 채 고립되는 유형이다. 장기 거주자는 사별, 자녀 출가 등 생애 사건을 거치며 관계망이 소진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 사회 관계망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2년 이하 단기 거주자 12명 가운데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으로 '이웃'을 꼽은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가족(5명)이나 친구·지인(3명)을 관계의 중심으로 인식했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 4명 중 3명(75%)은 '이웃'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꼽았다. 오랜 거주 과정에서 이웃과의 옅은 유대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하나둘 끊기는 경향을 보인다. 〈strong〉물리적 환경도 고립을 심화〈/strong〉시켰다. 가파른 계단, 열악한 채광과 구조는 고립 가구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외부 접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구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의 신은경 과장은 "대구의 노후주택가 지역은 주거급여 수준의 낮은 월세로 인해 주거취약계층이 밀집해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으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주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집이나 폐건물에 거주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거주 안정이 보장되지 않아 이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대구보건대의 연구지원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기획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2-13 17:12:52
[대구고립보고서] "수급비 모아요, 딸이 돈 필요할까봐"…'카톡 헬멧' 쓴 그 남자의 사연
허진호(63·가명) 씨의 손은 두텁고 투박하다. 반평생을 목수로 일한 흔적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과 내장 인테리어를 만드는 일을 했다. 부서진 가구를 고치고, 삐걱거리는 문짝을 바로잡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진호 씨는 자신의 손으로 고칠 수 있는 것과 고칠 수 없는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깨진 가정과 무너진 관계는 끝내 돌이킬 수 없었다. 진호 씨의 하루는 방 한켠에 걸린 사진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액자 속에는 백일을 막 지난 갓난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지금쯤은 어엿한 아가씨로 자랐을 터이지만, 그의 기억은 그 웃음에 멈춰 서 있다. 20년여 전 이혼한 뒤로 딸을 본 날이 한 손에 꼽는다. 전처는 중국인이었다. 아이는 중국으로 건너가 자랐다. 진호 씨는 이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내가 밤마다 집을 비워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더군요. 물론 저도 잘한 건 없었어요." ◆죽음 결심하고 매일 폭음…"38만원 내라" 소리에 의지 낯설었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법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strong〉차라리 자신을 망치기로 했다.〈/strong〉 "마누라도, 자식도 없는 삶은 생각도 해본 적 없었거든요." 술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어느 날은 죽어버리려고 술을 마셨다. 밥은 손도 대지 않고, 소주만 들이켰다. 잠들고 나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술을 마시고 토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그렇게 20일을 버티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깨어나 보니 응급실이었다. 〈strong〉"38만원 내고 가세요." 병원 직원의 단호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strong〉 "술 먹고 죽으려던 사람이 돈이 어디 있냐"며 2박3일을 싸웠다. 진호 씨는 결국 돈을 안 내고 퇴원했다. 실랑이를 실컷 벌이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결심이 섰다. 살아야겠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살아야겠다. 진호 씨는 술을 끊고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여인숙에 살면서 일용직 목수 일을 했다. 그러다 2009년에 주거상향지원 사업에 선정돼 대명9동의 LH매입임대주택인 낡은 빌라에 입주했다. 그렇게 대명동으로 흘러 들어와 16년째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동네에서 지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너무 외로워서 인근 공원을 자주 나간 적이 있어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정자에 모여 있었는데, 허구한 날 술만 마시고 시비를 걸어와서 보기가 싫더라고요." 어떻게든 살아가려 했지만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2020년 교통사고로 허리에 철심을 세 번 박았다. 노동 능력 상실은 그나마 남아있던 관계마저 단절시켰다. 그는 몇 년간 병원을 갈 때만 빼고는 집에만 있었다. ◆안부 묻는 건 종교인 뿐…오토바이 헬멧에 덕지덕지 붙은 그리움 〈strong〉외로움이 만든 틈을 종교가 파고들었다.〈/strong〉 올해 들어 진호 씨는 기독교 계열의 신흥 종교단체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알지만, 요즘 그의 꾸준히 안부를 묻는 건 종교인들이 전부다. 일주일에 세 번, 세 시간 정도 모인다. 집회에 가면 하루가 금방 끝나서 좋다. "예배를 하루라도 빠지면 꼭 전화가 와요. 집 앞까지 찾아오기도 하고요. 날 이렇게 챙겨주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더라고요." 진호 씨는 몇 년 전부터 〈strong〉매달 수급비를 조금씩 저축하고 있다.〈/strong〉 "혹시나 딸이 연락 와서 돈이 필요하다고 할까 봐요." 진호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딸의 사진을 보여줬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몇 년 전, 전처와 겨우 연락이 닿았을 때 받은 것이라고 했다. 진호 씨는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말했다. "계속 보니 예뻐 보이더라고."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 헬멧을 보여줬다. 〈strong〉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strong〉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색이 바랬다. "이렇게 다니니 주변에서도 '아저씨, 멋지다' 해줍디다." 진호 씨는 잠시 웃음을 짓다가 오토바이에 걸터앉았다. 허리를 다친 뒤부터 오토바이는 그의 다리나 다름없었다. 헬멧을 천천히 눌러쓰고 시동을 걸었다. 가로수 그림자 속으로 진호 씨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알록달록한 헬멧은 가장 마지막까지 보였다.
2025-12-13 17:08:46
불법체류 외국인, 여대생 성폭행 시도 혐의로 구속기소…전 부인은 피해자 협박
대구에서 같은 국적의 여대생을 강간하려고 한 베트남 국적의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정은)는 베트남인 A(40)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A씨의 전 부인인 C(39)씨는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불법 체류자인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대구 달성군의 자택에서 같은 국적의 여대생 B(20)씨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일자리를 찾고 있었던 B씨는 농업 현장에 외국인 인력을 소개해주는 일을 한 A씨의 집에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의 전 부인인 C씨는 같은 해 12월 22일 남편을 고소한 B씨에게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물건을 훔쳤다고 신고할 수 있다"라며 협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A씨의 DNA를 확보한 결과 지난 2014년 발생한 미제 사건 범인의 DNA와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미제 사건 역시 베트남 국적의 여성이 성범죄를 당한 것으로, 검찰은 경찰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인적사항을 특정할 단서가 있었음에도 A에 대한 실질적 수사 진행 없이 만연히 성명불상 수사중지 결정, 1차 수사가 종결되었던 사안"이라며 "범죄의 실체가 규명되지 못한 채 장기간 암장 될 우려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해서는 치료비, 심리상담 지원을 의뢰하는 등실질적인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2025-12-12 15:23:20
원룸서 극단 선택하려던 청년…경찰 정밀탐색 기술로 구조
경찰이 '112 정밀탐색기'을 활용해 원룸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주민을 구했다. 해당 기술은 구조 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대폭 줄여줘 신속한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20대 A씨는 자살예방상담센터 상담자에게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 이에 센터 측은 극단적 선택 시도 의심자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 신호를 기반으로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112 정밀탐색기을 활용해 그를 구조했다. 이 기기는 휴대전화에서 발신하는 무선 신호를 탐지해 전화기에 가까워질수록 신호 감도가 높아져 건물 위치는 물론, 층과 호실까지 특정할 수 있는 장비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실종 등 위치추적 신고 발생 시 112정밀탐색 기술을 활용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탐색을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요구조자를 발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12-12 14:41:2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청장은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 대구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김정도)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윤 청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최모씨와 함께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비 3천400만원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청장이 당초 미신고 계좌를 관리하면서 회계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도 지난 5일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고 피선거권 5년 제한을 받는다.
2025-12-12 14:06:10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성명 참여 지검장들 줄줄이 한직으로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에 항의성 성명을 냈던 박혁수 대구지검장 등 지검장 3명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또 성명에 이름을 올리고, 검찰 내부망 등에서 대검 및 법무부 지휘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사실상 강등 성격의 보직변경이 됐다. 법무부는 11일 이같은 내용의 검사장급 인사를 15일자로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혁수 대구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인사가 발표되자 김창진 지검장과 박현철 지검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앞서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선고 이후 항소를 포기하자 검찰 지휘부 등에 경위 설명을 요청하는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고위간부들이다. 검사장 직급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 당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내 반발이 일고 검사장 18명이 서명한 해명 요구서를 문제 삼아 해당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인사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직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조직 안정'을 강조하면 징계를 보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2주만에 좌천성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하여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했다"며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임 대구지검장에 정지영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 승진 임명됐다. 여성 대구지검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지검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4년 서울동부지검을 시작으로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광주지검 인권보호관,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인천지검 인권보호관 등을 거쳤다.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수사 및 공소 유지를 담당할 신임 수원지검장에는 김봉현 광주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부산지검장에는 김남순 부산고검 울산지부 검사가, 광주지검장에는 김종우 부천지청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2025-12-11 18:19:23
"짜장면 먹자" 女초등생 유인 미수 60대, 징역형 집행유예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초등학생을 유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에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형사단독(장동민 부장판사)은 11일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9월 10일 오후 1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시장 인근에서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초등학생 B(11)양의 팔을 붙잡아 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의 범행은 B양의 저항으로 미수에 그쳤다. 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초등학생인 피해자를 유인하려 한 점, 피해자의 나이라든지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상당한 두려움, 공포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 부모에게 소정의 금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 부모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범행이 2~3초 사이에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25-12-11 10: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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