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언 기자 shyoung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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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주식리딩 사기로 수십억원 가로챈 20대, 징역 3년6개월

    캄보디아 주식리딩 사기로 수십억원 가로챈 20대, 징역 3년6개월

    캄보디아 투자리딩사기 범죄조직에서 유인책 역할을 한 20~30대 남성 2명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김미경 부장판사)는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주식 리딩 사기 조직에 가담해 펀드매니저를 사칭하며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A씨(20대)와 B씨(30대)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과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해 주식 리딩 사기 조직 사무실에 합류한 뒤, 조직원들과 공모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투자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며 자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해 4월부터 6월까지 26명에게서 약 29억5천855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지난해 5월 캄보디아로 향해 A씨와 유사한 역할을 맡아, 같은해 8~10월 16명으로부터 약 9억1천331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AI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을 자동 매매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며 실제로는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허위 주식매매 프로그램(HTS)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치밀하고 기만적인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해 거액의 자금을 편취했다"며 "범행의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고 피해 금액 또한 상당함에도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과 합의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25-12-26 14:47:31

  • '대구고립보고서' 이후 지역 정치권도 움직였다…

    '대구고립보고서' 이후 지역 정치권도 움직였다…"고립 위험군 밀집 지역에 맞춤 대응 필요"

    '고립자'들이 특정 지역과 주거 유형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한 본지의 심층 기획 연재 '대구고립보고서'(매일신문 12월 2일자 1면 등) 이후, 지역 정치권에서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사회적 고립을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일균 대구시의원(수성구1)은 지난 24일 대구시를 상대로 한 시정질문에서 "고립 위험군이 원룸·고시원 밀집 지역이나 영구임대주택 단지, 노후 주택가 등 특정 주거 유형과 행정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지역·주거 특성을 반영한 대응 전략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본지 보도를 근거로, 북구 복현1동(원룸·고시원촌), 달서구 상인3동·월성2동(영구임대주택 단지), 남구 대명동 일대(노후 주택가) 등에서 고립 위험군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고립의 위험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서 인구 대비 고독사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은 행정동은 복현1동(27.8명/천명), 상인3동(25.3명)과 월성2동(23.5명), 대명1동(16.0명) 순이었다. 이 상위 4개 동의 위험군 평균 비율은 인구 1천명당 23.2명으로 대구 142개 행정동 평균(5.2명)의 4.5배에 달했다. 정 의원은 "대구의 고독사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9.7명으로 전국 2위 수준이고, 2017~2024년 누적 사망자는 1천114명에 이르지만, 위험군 발굴 규모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험군 밀집 지역·주거 유형별 대응 전략 ▷복지·정신건강·의료 분야를 연계한 컨트롤타워 구축 ▷고독사 위험군 발굴률 제고 방안 등을 대구시에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은 "이제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는 곳'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며 "행정동 단위의 공간 구조와 주거 조건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병문 대구시의원(북구4)도 같은 날 시정질문에서 본지에서 지적한 바 있는 대구시의 부실한 중장년층 고립 대응을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은 "최근 제정된 '사회적 고립·은둔 예방 및 사회복귀 지원 조례'에 따라 대구시가 기본계획을 준비 중이지만, 정책 대상은 여전히 노인과 청년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대구의 고독사·무연고사 사례 상당수는 40~64세 중장년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구시 고독사 위험군 1만682명 중 50대가 5천5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1천301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위험군의 약 60%가 40~50대에 분포해 있는 것이다. 하 의원은 "실직·이혼·질병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중장년층의 고립 위험이 큰 만큼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길 바란다"라며 "인공지능(AI) 안부전화 같은 비대면 돌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장년층을 포함한 생애주기별 접근 ▷관계 회복 중심의 대면 지원 확대 ▷복지·정신건강·고용을 연계한 통합 대응 조직 마련 등을 대구시에 제안했다. 하 의원은 "사회적 고립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이라며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의 '대구고립보고서'는 고립 위험군의 공간적 집중과 주거 유형별 고립 유형을 처음으로 드러내며, 고립을 개인이 아닌 지역과 구조의 문제로 제기했다. 연재 이후 행정과 정치권에서 잇따라 대응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립 문제를 공공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12-26 14:11:53

  • 대구법원 동절기 2주간 '휴정', 26일부터 오는 1월8일까지

    대구법원 동절기 2주간 '휴정', 26일부터 오는 1월8일까지

    동절기를 맞아 대구법원이 2주간 휴정에 들어간다. 25일 대구고법 등에 따르면 동계휴정은 대구지방법원, 대구고등법원, 대구가정법원 등에서 오는 26일부터 2026년 1월8일까지 2주간 실시된다. 휴정 제도는 1년에 하계와 동계 등 두 차례 시행된다. 동절기 휴정은 재판 당사자, 증인 등 소송 관계자들이 추운 날씨에 법정에 나오는 불편을 해소하고 재판부별 휴정 기간의 차이로 여러 재판에 관여하는 변호사, 공판관여 검사, 국가소송수행자 등이 휴가를 가지 못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휴정 기간 중 민사, 가사, 행정사건의 변론기일, 변론준비기일, 조정 및 화해기일, 형사사건 중 불구속 사건의 공판기일과 그 밖에 긴급을 요구하거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판은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민사, 가사, 행정사건의 가압류, 가처분 신문기일, 형사 사건 중 구속 사건의 공판기일과 기타 긴급을 요구하거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기일을 미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재판은 그대로 열릴 예정이다.

    2025-12-25 16:25:12

  •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 재개 또 미뤄져…건축심의위 공사 '재검토' 결정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 재개 또 미뤄져…건축심의위 공사 '재검토' 결정

    대구 북구 대현동에 구조적 결함을 이유로 2년째 공사가 멈춰있는 이슬람 사원 공사 재개가 또다시 미뤄졌다. 대구 북구청은 24일 건축위원회를 열고 2년째 중단 상태인 대현동 이슬람 사원 신축 공사 재개 여부를 논의한 결과 '재검토'를 결정했다. 앞서 이슬람사원은 건축 과정에서 기존 설계도서와 달리 일부 스터드 볼트가 빠진 채 지어진 사실이 드러나 행정당국으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았었다. 이날 북구 도시국장, 건축과장, 교수 등 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공사 중단 계기가 된 사원의 구조적 결함을 다른 시공법으로 보강하겠다며 최근 건축주가 제출한 계획서 등을 검토했으며, 심의 결과 '만장일치'로 재검토 결론을 냈다. 북구청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해보니 건물을 지지하는 보가 처진 부분이 발견돼, 건물 기울기 등 계측관리가 필요하는 등 10여건의 심의 조건이 지적됐다. 지적 사항을 보완해 심의를 한번 더 신청하도록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해당 결과가 발표되자 시민단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할 행정기관이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고 혐오의 편에 서는 행정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며 "대법원이 이미 사원 건립의 정당성을 판결했는데, 지난 5년간 북구청은 시간 끌기와 면피성 심의로 갈등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함께 숨 쉬고 공부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동료 시민인 무슬림 유학생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법 제24민사단독은 전날 시공업체 측이 건축주 측에 1억5천여만원을 배상하고 공사 중단된 사원 건물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고, 선고를 연기했다. 화해 권고는 판결에 앞서 재판부가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고하는 절차로 결정서를 송달받은 지 2주 이내 양측의 이의가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앞서 건축주 측은 지난 3월 공사비 등 1억8천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25-12-24 17:39:51

  • 올해만 법인 회생 94건·파산 90건 신청…생존 기로 선 대구경북 기업들

    올해만 법인 회생 94건·파산 90건 신청…생존 기로 선 대구경북 기업들

    대구경북 지역에서 법인 회생 신청이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법인 파산 신청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및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지역 영세기업들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회생(회생합의) 신청은 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건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법인 회생은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채무를 일부 조정하거나 감면해주는 절차다. 법인 파산 신청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구지법에 접수된 법인 파산은 90건으로, 지난해(99건)보다 약 10% 감소했다. 파산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법인의 잔여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분배하고 법인을 정리하는 절차다. 주목할 점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회생 신청 건수와, 사업을 포기하는 파산 신청 건수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생 절차에 드는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거나, 재기에 대한 의지를 잃고 곧바로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신청 법인의 상당수는 영세기업으로 파악됐다. 특히 연구개발(R&D) 분야 기업 비중이 높은데, 이는 최근 몇 년간 벤처·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며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뜻"이라며 "회생을 신청한 법인 상당수는 임금 체불 문제로 대표가 형사적 책임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경영·법적 부담이 겹쳐 있다"고 말했다.

    2025-12-24 15:20:59

  • 농장 비닐하우스서 살던 남녀…잠자던 중 화재로 사망

    농장 비닐하우스서 살던 남녀…잠자던 중 화재로 사망

    대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남녀가 밤사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9분쯤 대구 수성구 삼덕동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70대 남성 A씨와 60대 여성 B씨가 숨졌다. 소방당국은 차량 20대와 인력 59명을 투입해 20여분 만인 오전 4시 43분에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꺼졌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화재 원인은 난방기 과열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해당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복숭아를 재배하던 농업인들로, 5년 전부터 동거관계였다. 이들은 마땅한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한 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25-12-24 10:36:55

  •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사업 속도낸다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사업 속도낸다

    대구 수성구가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에 미디어아트 전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간 침체됐던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수성구는 지난 19일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테마파크 조성 사업'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구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전시 공간 조성과 미디어 장비 구축, 콘텐츠 개발 등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 15일 마감된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전시관 조성 사업자 선정 공모'에는 민간 업체 1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해당 업체는 미디어아트 분야의 국내 상장사로 알려졌다. 이번에 조성될 시설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체험과 관람을 결합한 테마파크형 미디어아트 시설로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 지하 1·2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수성구는 내년 7월 개관을 목표로 국비 20억원, 구비 14억원, 시비 6억원, 민간투자 40억원 등 총 8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캐릭터 '뚜비'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 개발과 전시를 비롯해, 테마파크 입구 상가 공간을 활용한 '뚜비' 굿즈숍 조성도 함께 추진한다. 이를 통해 '뚜비' 캐릭터의 인지도를 전국적으로 넓히고,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기념품 소비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취지와 추진 현황을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는 다음 달 2일 열릴 예정이다. 수성구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전용시설 조성을 통해 단기 방문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소비와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그동안 활용도가 낮았던 칼라스퀘어가 새로운 문화·관광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스타디움몰 인근 상인들도 이번 사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천식 칼라스퀘어 상가번영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상권 침체 이후 상인들 사이에서 미디어아트 시설 조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지자체와 입주 상인들이 충분히 소통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2-22 15:51:25

  • 수급률·주거 형태가 고립 지형 갈랐다…대구 고립사 위험 공식 '첫 분석'[대구고립보고서]

    수급률·주거 형태가 고립 지형 갈랐다…대구 고립사 위험 공식 '첫 분석'[대구고립보고서]

    대구 지역 8개 구·군을 대상으로 한 행정동 분석에서 단독·다가구 주택 비율이 높고 저소득층 비중이 큰 지역에 사회적 고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보건대 공동연구팀은 2023~2024년 대구 8개 구·군(군위군 제외)을 대상으로 한 행정동 분석을 통한 '대구 지역 고립사 위험군 분석'에 대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립 위험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생활공간의 구조 문제로 파악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군은 특정 권역에 뚜렷한 군집화를 보였다. 북구 복현1동, 달서구 상인3동·월성2동·송현1동·송현2동·신당동, 남구 대명1·3·9동, 수성구 범어2동 등 일부 동네에서 위험군 비율이 두드러졌다. 고립이 지역 단위로 고착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사회적 고립이 집중된 지역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차상위 계층 비율이 높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1%포인트(p) 늘면, 인구 1만6천명 규모 행정동 기준 고독사 위험군은 약 8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단위의 축소를 반영하는 '세대당 인구수'가 고립 위험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세대당 평균 인구수가 0.1명 줄어들 때마다 인구 1만6천명 규모의 행정동에서 고독사 위험군은 약 13명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형태 역시 주요 변수였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 위험군 군집 현상이 나타났으며, 특히 〈strong〉영구임대아파트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취약계층 비중과 고립 위험이 동시에 높게 측정〈/strong〉됐다. 이 같은 결과는 고립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인구구조·빈곤·주거환경 등이 결합된 사회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주거·소득·관계 요인을 동 단위에서 연결하면서 고립 위험의 공간적 구조를 드러냈다. 이는 최근 고립·고독사 정책이 '발견 지연'에서 '조기 식별' 중심으로 이동한 흐름과도 맞물린다. 우영민 코뮤니타스 본부장은 "위험군이 많다는 건 조기에 발견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발견력이 개입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라며 "복지는 사람이 사는 동네 단위에서 설계해야 한다. 지리 기반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군위군의 대구 편입 이전(2023~2024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8개 구·군만 포함해 진행됐다. 본지는 강상훈 대구보건대 교수, 김석주 대구대 교수, 우영민 코뮤니타스 본부장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보고서는 이달 말쯤 대구지역 사회복지관과 구·군청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대구보건대의 연구지원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기획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2-20 19:40:36

  • "5·18은 폭동"…온라인에 글 올린 40대, 벌금형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4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유성현 판사)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19일 자신의 주거지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게시판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총을 꺼내들었으면 폭동이 맞고 저때 경찰·군인도 많이 죽었다"며 "이게 왜 민주화운동이랍시고 (참가자들이)유공자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5·18민주화운동은 시민들이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해 펼친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과 게시글의 표현 내용, 범행 동기의 결과, 범죄전력 등을 모두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25-12-19 16:30:11

  •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민주 전·현직 의원들, 2심서 무죄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민주 전·현직 의원들, 2심서 무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18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윤관석·임종성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 대표 후보(현 소나무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서 허 의원과 임 전 의원 등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1개씩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2022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각종 알선·청탁을 빌미로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이 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3대 속 돈 봉투 관련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에게 휴대전화 속 녹음 파일 등을 다른 사건 수사에 사용해도 좋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적법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은 1심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 3대 안에 이 사건 금품 수수 관련 내용이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며 "휴대전화 3대의 임의 제출 관련 압수 조서 등에도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만 기재돼 있고, 남은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수사의 실마리가 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025-12-18 17:56:20

  • "네이버·카카오·KT·삼성전자까지 폭파하겠다"…'공중협박죄'도 못 막는 폭발물 협박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KT에 이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폭파 협박이 잇따르면서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3월 시행된 '공중협박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검거된 협박범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나 저연령층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억지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카카오 CS센터 사이트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제주 본사, 그리고 네이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게시됐다. 또 해당 사이트에는 "삼성전자 수원시 영통구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 총기로 쏴 죽이겠다"는 글도 이어 게재됐다. 이에 앞서 "분당 KT 사옥에 사제 폭탄 40개를 설치했다는 협박이 들어왔다"는 KT의 신고도 접수되는 등 이날 하루 동안만 대기업을 상대로한 폭발물 협박이 3건이나 보고 됐다. 신고가 접수되면서 해당 회사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경찰이 수색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등 피해가 막심해지고 있다. 폭발물 협박 신고는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대구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달 10일에도 "하교 후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메일이 학교 대표 이메일로 접수돼 전교생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폭발물 협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막아설 법은 미흡한 상황이다.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 허위로 폭파 협박 글을 작성할 경우, 지난 3월 신설된 형법상 '공중협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수의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연히 협박한 경우, 실제 피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의 장난성 협박은 처벌보다 예방과 교육 중심으로 접근하되, 성인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12-18 15:29:12

  • 외도 의심하다 여친父 보복살해한 40대…2심도 무기징역

    외도 의심하다 여친父 보복살해한 40대…2심도 무기징역

    자신을 경찰에 신고힌 것에 격분해 연인의 부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성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들 간의 관계,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피고인의 언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피해자의 수사 단서 제공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그의 부친을 살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원심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1억원을 형사공탁하기로 했지만 피해자들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릐사를 밝히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경북 상주에 있는 연인 B씨의 부모 집에 찾아가 부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범행을 말리는 모친에게 중상을 입힌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도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외도를 의심한 끝에 소주병을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이후 B씨의 피해 진술로 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자,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5-12-18 10:40:48

  • 정장수 前 대구 부시장에 벌금 200만원 구형

    정장수 前 대구 부시장에 벌금 200만원 구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검찰이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근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재판에서 정 전 부시장은 최후진술로 "공직자로서 법률 위반한 행위를 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진과 '준비된 대통령, 검증된 대통령'이란 글귀가 적힌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공직자인만큼 사안이 더 중요하다며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정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선관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마자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하는 등 위법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으로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정 전 부시장은 이날 법정을 나서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출마를 고민 중인 건 맞다"고 답했다.

    2025-12-17 18:19:33

  • 김중군 수성구의원, 수성미래교육재단에 장학금 200만원 기탁

    김중군 수성구의원, 수성미래교육재단에 장학금 200만원 기탁

    대구 수성구는 김중군 수성구의원이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 200만원을 수성미래교육재단에 기탁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원은 수성구의회 도시환경보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재까지 수성미래교육재단에 모두 600만원을 기탁했다. 김 의원은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꿈을 키워나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12-17 16:17:56

  •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정장수, 법정서 혐의 인정…"부끄럽고 죄송"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결심 공판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17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한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정 전 부시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공직자로서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한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조기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홍 시장의 사진과 함께 '준비된 대통령, 검증된 대통령'이란 글귀가 적힌 게시물을 올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죄명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이 사건인데 피고인 지금 공무원 신분으로 저지른 범행으로서 일반인들에 비해서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할 것"이라며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정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선관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마자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해서 수정하는 등 해서 위법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다했다"라며 "피고인 페이스북 친구가 4천6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댓글을 단 사람들은 150명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전 시장은 당내 경선 후보에서 탈락하기도 했다"라며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으로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전 부시장은 지난 2022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의해 시정혁신단장으로 발탁되며 시에 입성해 정책혁신본부장을 거쳐 경제부시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정 전 부시장은 민선 9기 대구 동구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다만 이날 검찰이 200만원의 벌금을 구형함으로써 정 전 시장의 행보에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정 전 부시장은 이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을 만나 동구청장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련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만 "출마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편 정 전 부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1월 23일 오전 10시 10분에 이뤄질 예정이다.

    2025-12-17 11:27:25

  • 가스라이팅 100억원 편취…20대 男 징역 20년→16년 감형

    가스라이팅 100억원 편취…20대 男 징역 20년→16년 감형

    또래 여성을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하는 수법으로 해당 여성의 재력가 부모로부터 100억원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왕해진)은 17일 또래 여성을 사귀는 척 속여 현금 등 자산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20대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A씨가 빼돌린 현금 일부를 보관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 20대 B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 B씨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죄책이 극히 무겁다"라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 반면에 피해자들은 평생 모아온 재산을 모두 잃고 막대한 채무까지 부담하게 되어서 가정이 파탄되고 삶이 파괴되는 처참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현금과 명품 등이 경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판결을 통해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교부가 될 경우에 기회가 일부나마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도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주된 범죄인 사기에 대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양형 기준은 징역 6년 이상 징역 13년 6개월 이하인데,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피해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난 것"이라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3년 11월~올해 3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C씨와 교제하는 척 속이고 심리적으로 그를 지배해왔다. 그 이후 C씨 부모가 보관 중이던 현찰, 부모 계좌에 입금돼 있던 돈 등 자산 100억원어치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00억원 중 70억원가량을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바꿨고, 개인 상품권 매매 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한 뒤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일부는 B씨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확보한 압수물인 29억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명품 시계와 가방 등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2025-12-17 10:13:15

  • "옆방남자가 죽었다, 그 방을 치운건 나였다" [대구고립보고서]

    대구 중구 성내2동. 경상감영공원을 끼고 공구 골목 쪽으로 100여m를 더 가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이 나온다. 오래된 수제화 가게, 피혁점, 카바레 사이로 일제강점기부터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대구 최대 번화가였음을 알리는 흔적들이다. 모퉁이 하나만 돌아 개미굴처럼 퍼진 샛골목으로 들어가면 주변은 빠르게 바뀐다. 다닥다닥 붙은 낮은 여인숙과 여관들이 '요새'를 이룬 모습이었다. 대부분 지어진 지 60년 안팎의 2층짜리 목조건물로 계단이 몹시 좁고 가팔랐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49층에 이르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쪽방촌을 내려다본다. 대구의 대표적 집창촌이었던 '자갈마당'을 밀어내고 세워진 단지다. 이런 풍경은 옆동네인 대신동과 동인동의 쪽방촌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지난 9월 22일, 동인동의 A여관 101호에서 사망한 지 일주일이 지난 주검이 실려 나왔다.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옆방 주민의 연락을 받은 쪽방상담소 직원이 101호의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뒤였다. 사망한 양정모(56·가명)씨는 어떤 이유에선지 전기장판과 선풍기를 동시에 켜둔 채 숨을 거뒀다. 사인은 미상. 양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노숙인 자활시설을 전전했다. 밥보다는 술을 더 자주 먹었다. 쪽방에 올 때쯤에는 각혈을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병원은 기피했다. 사망 3개월 전쯤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대구의료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양 씨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니었다. 그는 치료를 마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두어 달을 더 앓다가 절명했다. 공무원으로부터 〈strong〉아들의 부고를 들은 늙은 아버지는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아들과도 연락하지 않은 지 수십 년"이라며 시신 인수를 거부〈/strong〉했다. 그렇게 양 씨는 무연고 시신으로 화장됐다. "이거 한 번 봐요." 101호 옆방에 사는 윤광수(42·가명) 씨가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눈이 불편한 지 휴대전화를 코앞까지 갖다 댔다. 화면에는 어질러진 바닥과 핏자국, 검은 얼룩이 보였다. "꽤 오랫동안 몰랐죠." 그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더운 날씨 탓에 건물 안에 시취가 진동했지만 이웃 중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strong〉윤 씨는 며칠간 혼자서 옆방을 치웠다.〈/strong〉 시취(屍臭)가 밴 세간을 전부 빼내고 피를 닦고 장판을 뜯어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구더기들은 빗자루로 쓸어버렸다. 그러나 구더기는 하루만 지나도 어디에선가 또 나타났다. 그는 A여관을 거의 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잡다한 일을 하곤 했다. "무보수 총무 같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생전 양 씨는 말수가 적었다. 쪽방상담소나 노숙인 자활시설에서도 그와 유의미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없었다. 〈strong〉가끔은 A여관 대신 길에서 자는 날도 있었다. 구걸을 하기 위해서였다.〈/strong〉 그렇지 않은 날은 TV를 틀어둔 채 술을 마셨다. 가끔은 혼자 고함을 치거나 흐느꼈고, 아주 가끔은 토악질을 해댔다. 윤 씨는 이런 소리를 통해 양 씨의 존재를 확인했었다. 윤 씨가 A여관에 입주한 지는 이제 1년 반이 됐다. 그 시간 동안 얇은 벽 하나를 두고 지낸 이웃이 고립돼 숨졌지만, 그는 무덤덤했다. 〈strong〉쪽방촌에서 이웃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strong〉 그러나 이웃의 말로가 언젠가는 나의 결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윤 씨를 계속 불편하게 했다. 가난에 의한 불편은 익숙했다. "평생을 떠돌이로 살았다"는 윤 씨의 일생은 늘 '나쁜 집'과 함께였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기찻길 옆 달셋방·무허가 판잣집, 다 쓰러져가는 노후주택에서 살았다. 지금의 쪽방에 이를 때까지 그는 단 한 번도 가난의 궤적을 벗어난 적이 없다. 외로움은 가난과는 달랐다. 익숙해진 듯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을 찌르듯 솟아난다. 〈strong〉"실은 내일이 제 생일이에요."〈/strong〉 인터뷰가 끝날 무렵 윤 씨가 말했다. "당연히 평소처럼 집에 박혀 있을 거고요."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뗐다. "침울하죠. 명절이나 생일에는 더요. 이 세상에 나 하나 생각해줄 사람 하나 없는 걸 실감하니까요."

    2025-12-16 16:49:25

  • "'나홀로 집에'는 유쾌, 난 지옥'"…1평 테두리에 잠긴 쪽방촌 사람들 [대구고립보고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남쪽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 사이로 난 골목에 들어서면 서구 비산7동의 속살이 드러난다. 붉은 벽돌과 시멘트로 덧씌운 건물들 사이에 '여관', '여인숙'이라 적힌 작은 간판들이 숨어 있다. 오래된 여관이나 여인숙, 일반 주택을 개조한 건물들이다. 입구는 대부분 열려 있지만 대부분 어둡다. 인기척도 없고, 사람이 사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문 옆에 붙은 '달셋방 있음'이라고 휘갈겨 쓴 종이만이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비산7동의 시멘트 벽돌조의 2층짜리 다세대 건물인 'A여인숙'. 50년이 넘은 이 건물 내부에는 곰팡내와 오래된 양념 냄새, 담배 냄새, 관리되지 못한 공용 화장실 냄새가 뒤섞여 났다. 바깥을 다른 건물 벽이 막고 있어 환기가 안 됐다. 복도를 중심으로 17개의 쪽방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흐린 전등이 비추는 방문에는 낡은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6번 방은 김완수(56) 씨의 거처다. 한 걸음이면 벽에서 벽까지 닿을 수 있는 좁은 방. 각종 쓰레기들이 찌든 이불 위로 술병과 담배꽁초, 각종 레토르트 식품이 높게 쌓여있었다. 방 대부분을 쓰레기 더미에 내준 탓에 한 뼘 방바닥에 웅크린 채 자야 한다. 그는 이 방에 매달 월세를 15만원씩 내고 있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이지만 김 씨가 외출하는 날은 드물다. "귀찮어." 그는 대신 방 안에서 TV를 틀어둔 채 술을 2병씩 마신다고 했다. 옆방도 비슷한 처지인 듯했다. 얇디얇은 합판 벽 사이로 옆방의 TV 소리와 낮은 기침소리가 그대로 넘어왔다. ◆쪽방촌 몰린 곳에 무연고 사망도 많아 쪽방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구도심의 뒷골목 같은 그늘진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strong〉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난 끝에 스스로를 돌보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들〈/strong〉이 많다. 대구쪽방상담소 등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쪽방주민은 약 530명 정도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구 비산7동(약 90명), 중구 성내2동(80명), 동구 신암4동(70명), 중구 대신동(60명)에 몰려있다. 쪽방 건물과 방 개수로 따져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비산7동에는 11개 건물 157개 방, 신암4동에는 8개 건물 131개 방, 대신동에는 7개 건물 102개 방이 모여 있다. 쪽방이 몰린 동네에는 외로운 죽음이 잠복해 있다. 지난 2년간 대구에서 인구 대비 무연고 사망 비율이 가장 높았던 행정동은 비산7동(0.216%)이었다. 이어 성내2동(0.177%), 산격1동(0.174%), 동인동(0.144%) 등이 뒤를 이었다. 대신동도 0.107%를 기록했다. 쪽방촌과 고립사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strong〉대구의 쪽방촌〈/strong〉은 〈strong〉과거 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쇠락한 곳〈/strong〉이라는 특징이 있다. 당시 인부들이 묵었던 여관과 여인숙이 지금의 쪽방이 됐다. 비산동과 대신동은 섬유 산업 중심지로 과거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북성로와 대구시청을 품고 있는 성내2동·동인동은 공구 산업이 발달해 1970년대 후반에 호황을 맞았지만, 1998년 검단동 유통단지로 상당수 업체가 빠져나가면서 도심의 빈촌으로 전락했다. 하루 몇만 원을 받던 여관·여인숙은 방을 쪼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거 형태로 전환됐다. 이것이 오늘날 쪽방촌의 출발점이다. 대구의 쪽방은 지역마다 성격이 다르다. 중구는 1950년대 지어진 건물이 많고, 서구는 70~80년대 건물, 동구는 상가형 건물이 섞여 있다. 건물의 연식에 따라 월세 수준도 달라진다. 중구와 서구는 20만 원 안팎, 동구는 30만 원 수준이다. ◆최저주거기준 아득히 미달⋯감정은 전염된다 비산7동의 또 다른 쪽방에서 사는 남경태(55) 씨는 김 씨보다 1만원 더 비싼 방에 산다. 형편도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방도 조금 더 넓었고 개방형 구조의 건물이라 방문만 열면 햇볕을 쬘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만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strong〉"꿈이요? 있겠습니까? 가족도 없는데."〈/strong〉 기자의 질문에 남 씨는 황당한 듯 웃었다. 주변 이웃들도 비슷할 거라고 했다. "다들 대낮부터 취해서 횡설수설하는데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남 씨 역시 집이나 공원에서 막걸리 한잔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나도 내가 부끄러운데 친구를 어떻게 만듭니까. 있던 친구들도 연락 끊겼는데⋯." 이런 환경은 이웃을 경계하고 불신하게 만들었다. 쪽방 거주민 중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립을 강화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기범(55) 씨가 그랬다. "난 가비지(garbage·쓰레기)죠. 돈도 없고 뭣도 없어요." 부산 출신이라는 정 씨는 2017년 대구에 왔다. 2년간은 아는 동생 집에서 얹혀살았고 그 뒤로는 쪽방을 비롯한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집에 거주했다. 정 씨는 자주 영어를 섞어 말했다. 부산에서 살던 적에 대기업 자본의 대형 서점에서 근무해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봤다고 했다. "'나홀로 집에'란 영화 알죠? '홈 얼론'. 그 영화 보면 애가 혼자 집에 사는데 유쾌하잖아요?" 그는 마치 재미난 얘기라도 하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똑같이 혼자 사는데, 난 지옥이에요. 하하." 비산7동 쪽방에서 도합 4년을 지내는 동안 이웃들과 많은 불화를 겪었다. 그래서 이사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술 먹고 꼬장 부리는 놈들이 많아요. 그럼 나는 나이 안 따지고 샤우팅을 하거든." 그는 쪽방에서 인연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말끝을 갈았다. 쪽방에서의 친분이란 대개 술을 매개로 이어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벽간소음도 이웃 간 불화의 요인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은 잽도 안 된다니까요. 한숨소리까지 다 들리니까 더 예민해지고요." "차라리 죽어버릴까란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어떤 '테두리'에 갇혀있다는 생각도요. 아마 남은 생에서 이 테두리 밖을 벗어날 일은 없겠죠." ◆"어디가 아픈지 몰라요"⋯술과 병, 고립 악순환 중구 교동의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 앞엔 아침 댓바람부터 여러 무리의 남자들이 긴 줄을 이뤘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들에게 밥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다. 이희준(50·가명) 씨도 밥을 먼저 먹는 쪽이다. 9년 전 본가에서 쫓겨난 뒤로 노숙과 쪽방을 전전하다 성내2동의 한 쪽방에 정착했다. 그는 매주 2~3일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화요일이면 대구역 광장에 들러 무료 도시락까지 챙긴다. 특별한 날에 제공되는 부식은 비닐봉지에 담아가 술안주로 쓴다. 이 씨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다. 알코올은 삶의 많은 것을 증발시켰다. 집에서 쫓겨난 것도 그놈의 술 때문이다.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짓는 이 씨의 부모는 그를 치료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노력했었다. "내가요, 알코올 중독 상담사가 찾아와도 치료받기 싫다고 했어요." 이 씨는 낡은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은 채 말을 쏘아댔다. "예전에 정신병원도 갔다 왔는데 그땐 아무 문제 없다 했거든요." 그는 영천 시골집에서 다시 살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면목이 없다고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도 많다. 비산7동 쪽방주민인 권희재(49·가명) 씨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마라톤 선수를 했을 정도로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뒤 술에 의존하게 됐고, 어느덧 쪽방까지 이르렀다. "두통이 심하긴 한데, 병원을 가지 않아서 어디가 아픈지 몰라요." '왜 병원에 가지 않느냐'고 묻자 권 씨는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암 유전력을 걱정했다. 그러나 매달 76만원가량의 수급비를 받는 처지에 걱정거리를 늘리느니 술을 마시고 잊어버리는 편이 나은 선택이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회사 지원 받아서 검사받는 거 아닌가요?" 권 씨를 만나고 몇 주 뒤, 취재진은 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수신이 정지된 전화"라는 안내를 받았다. 쪽방 관리자도 담당 복지사도 그의 행방을 몰랐다. 모종의 이유로 잠적을 한 것이라 추정할 뿐이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좁은 쪽방서 가라앉는 사람들 〈strong〉쪽방촌〈/strong〉은 네 유형 중 가장 극단적인 고립 양상을 보였다. 최저주거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관계망이 〈strong〉단절된 상태에서 회복의 동력까지 소진된 '침전 고립'〈/strong〉이 발생했다. 쪽방은 〈strong〉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고 머무는 1평 남짓의 방〈/strong〉이다. 취사와 세면, 화장실은 공용공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벽도 부실해 주민들은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버티며 산다. 거리에서 〈strong〉노숙을 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strong〉다. 쪽방에는 공동 공간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주하는 관리인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쪽방주민들의 사회 관계망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웃에 대한 불신과 폭력이 팽배할뿐더러, 친해진다 한들 서로를 더 깊은 고립으로 끌고 가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쪽방 현장을 동행한 염강훈 복지사는 "쪽방주민들이 쪽방에서 맺는 관계는 상호 파괴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주거 특성상 사람 간 접촉이 많아 고독사 발견이 조금 빠를 수는 있으나, 사회적 고립이 나아지는 형태는 결코 아니다"라며 "이처럼 단절이 고착화된 상태에선 원룸, 빌라 등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를 가도 고독사 위험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신은경 서구사회적고립예방지원센터 과장은 "쪽방주민들의 삶은 늘 열악하고 불안정하다. 그 때문에 복지 개입의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라며 "혹서기에는 시골이나 모텔로 피신하는 분들도 있어 접촉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또 수급비를 받기 위해 주소만 등록해 두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쪽방은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월세가 한 번만 밀려도 바로 나가야 한다"며 "술값으로 수급비를 탕진해 월세를 못 내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이 경우 노숙인이 되며 범죄나 폭력 등 외부에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trong〉열악하고 불안정한 공간〈/strong〉에는 〈strong〉경제적 실패와 가족 해체를 겪은 사람들이 몰려〈/strong〉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이웃들은 우울과 체념을 서로에게 전염시키며, 서로를 침전시킨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간사는 "쪽방주민들은 늪에 빠진 것처럼 살아간다. 단순히 '개선 의지가 없다'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해서 돈 벌기 싫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회가 말하는 의지와 이분들에게 요구되는 의지가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프로그램 좀 참여해보라'고 쉽게 말하지만, 이분들에겐 그 말 자체가 너무 먼 이야기일 수 있다"라며 "쪽방주민들을 둘러싼 환경이 새로운 시도를 막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침전된 고립의 양상은 분명했다. 본지가 쪽방 거주 고립 가구 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명)는 연락 가능한 가족이나 지인이 전혀 없었다. 일주일 기준 10분 이상 대화한 날이 '전혀 없었다'는 응답자는 71%(10명)에 달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36%였다. 공동생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깝게 느끼는 사람으로 '이웃'을 꼽은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이처럼 극심한 사회적 관계 결핍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절반은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strong〉고립이 장기화되며 관계망 붕괴가 일상으로 굳어〈/strong〉져, 객관적 상태와 주관적 인식 사이의 괴리가 커진 결과로 보인다.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낮은 쪽방주민들은 〈strong〉알코올 의존과 만성질환이 겹치면서 노동·건강·관계의 세 축이 동시에 무너진 사례가 많았다.〈/strong〉 병으로 몸이 약해지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관계가 끊기면서 술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쪽방주민들 중에는 "몸은 아픈데 병원을 안 가서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종명 대구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은 "쪽방주민 중에는 치료에 대한 본인 의지도 약하고 비용적인 문제로 망설여 병이 깊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아픈 데가 없는데 내가 왜 가야 하냐는 식"이라며 "대개는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알코올 중독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거동이 불편해지면 집에만 있고, 몸이 힘들면 우울해지고, 결국 술에 기대는 연쇄작용이 자주 관찰된다"라며 "이 연쇄를 끊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과 복지사의 판단과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대구보건대의 연구지원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기획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2025-12-16 16:39:37

  • 칼라스퀘어, 80억대 '대형 미디어아트' 입고 부활 신호탄

    칼라스퀘어, 80억대 '대형 미디어아트' 입고 부활 신호탄

    침체된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가 '미디어아트'를 등에 업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이곳에 80억원 규모의 미디어아트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 수성구가 민간사업자 선정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최초의 대형 미디어아트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상권은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주와 부산, 여수 등에 자리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빛의벙커', '아르떼뮤지엄'과 같은 미디어아트가 대구에도 세워진다면 또 하나의 관광 트렌드 시설로 주목될 전망이다. 15일 수성구에 따르면 '칼라스퀘어 미디어아트 전시관 조성 사업자 선정 공모'를 이날 마감했다. 국내 민간 업체 한 곳이 공모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지털 디자인·아트 기업 디스트릭트도 접촉했지만, 시기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는 해당 업체에 대한 적격 심사를 진행한 뒤 올해 안으로 사업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장비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7월에 개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문화도시(문화특구)로 지정된 수성구는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 지하 1·2층에 약 80억원(국비 20억원·구비 14억원·시비 6억원·민간투자 40억원)을 투입해 대구 최초의 대형 미디어아트 시설을 설치한다는 사업 구상을 발표했다. 지하 1층(417㎡), 지하 2층(4천293㎡) 등 5천44㎡ 규모다. 수성구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시설은 대구미술관, 국립대구박물관, 삼성라이온즈파크 등 기존 문화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관광객들을 유치할 거점시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주변 소상공인들과도 상생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칼라스퀘어 상가 상인들은 누구보다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지난 2021년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이 폐점하고 2023년에는 지하 1층에 있었던 대규모 실내 동물원인 아이니테마파크까지 문을 닫으며 이곳 상권은 몇 년째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대구스타디움몰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현재 대구스타디움몰 입점 업체는 15곳 미만이다. 초창기 150여곳에서 대폭 줄었다. 공실률은 80~90%정도로 추정된다. 이곳 상인들은 지금까지 절박한 심정으로 미디어아트 시설 개관을 기다려왔다. 박천식 칼라스퀘어 상가번영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홈플러스가 빠지고 손님이 뚝 끊겼다. 하루 종일 매출이 한 푼도 안 나올 때도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아트 시설은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다. 지자체가 간담회나 설명회를 열고, 이 사업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일부라도 공유해주면 우리의 의견도 전달해 참고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15 18:01:11

  • "어려울수록 檢 본연의 임무 집중" 정지영 대구지검장 취임

    최근 검찰 조직의 내우외환 속에 취임한 정지영 신임 대구지검장의 첫 일성은 '원칙'과 '기본'이었다. 그는 15일 취임사에서 "마냥 무기력하게 있기에는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가 너무도 무겁다"라고 밝혔다. 정 지검장은 이날 대구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검찰은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통과를 시작으로 형사사법 체계에 큰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파견과 사직 등으로 실근무 인원이 현저히 줄어 구성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도 "(범죄자들은) 우리가 어렵다고 해서 범죄의 실행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에서부터 다시 출발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웃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검찰 본연의 임무, 그 기본 중의 기본에 다시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을수록, 좌고우면 하지 말고 증거와 법리라는 원칙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지검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전임자인 박혁수 전 지검장에게도 "탁월한 통찰력과 인품으로 대구검찰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박 전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일선 검사장들 중 한 명이다. 지난 11일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라는게 세간의 평가다. 한편 정 지검장은 광주 송원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 합격후,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 후 서울 동부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 중앙지검 공판2부장 검사 등을 거쳤다. 이후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인천지검 인권보호관 등을 거쳤다.

    2025-12-15 15: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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