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정덕분에 인간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보게 되었다.하긴 인간은 하늘(천)과 땅(지), 정신과 육체의 오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만큼 육체적 본능과 그 본능을 초월하려는 의지 사이의 싸움과 갈등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유교에서도 인간의 마음은 순간 순간 인심(인심), 도심(도심)으로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하는 상태를 인색하고 따분한(린) 것이라고 했다. 선과 악도 종이 한장의 차이이며 선한 사람은 악한 사람이 직접적으로 하는 것을 단지 남모르게 간접적으로 하는차이에 불과하다고도 한다.정신의학에서 히스테리 신경증의 일종으로 해리(해리)신경증(DissociationNeurosis)이라는 것이 있다. 해리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어떤 극심한 상황에서 인격의 일부가 주된 인격에서 부터 떨어져 나가 독자적인 인격체로 행세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억상실후 목적없이 방황하는 둔주(둔주)상태(Fugue)나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몽유병(Somnambulism)및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중인격(Dual Personalily), 다중인격(Multiple Personality)이다. 이중인격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The strang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를 든다. 의학박사이자 법학박사인 지킬은 자신의 지위와 명성 때문에 늘 본능을 억제하고 착한 생활만 해야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인간의 마음에서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약물을 만들려고 했다. 마침내 그는 약을 복용하면 모습까지 악하고 추한인간 하이드로 변할 수 있게 되어 그동안에는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고 할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약물을 사용하여 인격이 해리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중인격이라고 할 수 없다. 하긴 술만 먹어도 평시 얌전하기만하던 사람이 난폭한 야수로 변할 수 있으니까 인간의 마음속에 억압된 적개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이보다는 {이브의 세 얼굴} (Three faces of Eve)이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195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보고된 예를 모델로 한 것인데, 세 사람의 인격이 한 사람 속에 동시에 들어 있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인격체로 활동하는 사례이다. 즉 내성적이고 차분한 {이브 화이트}와 말괄량이 기질의 {이브블랙}및 온순한 {제인}의 세 인격이다. 또 몇년 전 미국의 법정에서 한 여인이 자신 속에 20여개의 각기 다른 인격체가 들어있다는 것을 증언했다는 해외토픽도 있었다.
이와같은 전형적인 이중인격, 다중인격의 예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중에인간의 두가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예로서 발자크(Balzac)의 서간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동창생인 두 여자가 한 사람은 창녀가 되었고또 한 사람은 귀부인이 되었다. 그들 각자의 생활도 너무나 달랐고 또 서로멀리 떨어져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여전히 친한 관계로 서신연락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편지내용에서 창녀인 친구는 늘 가정과 자식을 가지기를 원하는 반면 귀부인인 친구는 거꾸로 창녀가 되었으면 하는 갈망을 갖고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영국의 험담가 버나드 쇼도 한마디했다. 소위 동물애호가니 자칭 평화주의자니 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그런 인간들은 이 세상에서 다 없어져야돼!}하고 외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가장 인도주이자라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굉장히 억압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끝마다 도(도)를 내세우는 사람은 결국 자기속에 도가 없으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신판 삼불출중의 하나가 취한 중에도 이야기하는 것(취중도담)이라고 한다.근엄한 교육자나 성직자가 제자나 신도를 추행하기도 하고 남을 도우고 봉사할 신분에 있는 사람이 남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경우도 흔하다.맹자에도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착한 것을 하는 자는 순임금같은 무리요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자기의 이로운 것을 하는 자는 도척의 무리이니 순임금과 도척의 분간을 알고자 한다면 이런 차이일 뿐이다}(계명이기자자위선자 순지도야 계명이기 자자위이자 척지도야 욕지순여척지분 무야 이여선지간야)고 했다. 인간의 이중성, 모순성이 이와 있다고 백번 수긍을 해도,나쁜 점을 시인하고 되레 큰소리나 치지만 않았으면 훨씬 좋은 세상이 될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신신애의 노래처럼 요지경 속같이 여기도 가짜저기도 가짜가 너무나 판을 치고 있으니 그게 더 문제다.
박병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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