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북한의 서예

남북대표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 사람들은 그곳 어린이들의 서예연습을 우리대표들에게 자랑했다. "남한의 어린이들은 이런 전통문화에 뿌리박은 예능활동을 하지 않잖습니까"하고 쳐다보던 도전적인 눈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있다. 서예가로서 북한의 서예실상이 항상 궁금했던 터인데, 90년도에 중국은 중국서법가협회 창립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북경에서 대규모 전시회를개최하였다. 그때 남북한의 대표적인 서예가중 한국 열 명, 북한 네 명의 작가가 초대되어 처음으로 양쪽의 서예실상이 공개되고 그 수준이 가늠된 일이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왜 네 명밖에 초대하지 않았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중국측 관계인사는 "보다시피 남조선의 높은 수준에 비하여 북한의 서예는 보잘것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서예가가 없기때문에 남북동수로 초대했으나 작품 넉점과 작가 두명만 왔다"고 대답했다.사실 북한서예의 수준은 예술성을 운위하기에는 너무나 저급한, 기본운필과기초서법조차 지켜지지 않은, 그러니까 문자의 조형성이나 장법등은 전혀 엿볼 수 없는 그런 수준이었다. 작가로 현지에 온 두사람을 자세히 관찰했더니그들은 작가라기보다 무슨 정보요원의 신분이 아닐까 생각됐다. 아무튼 북한의 서예는 그들의 자랑과는 달리 학교교육이나 사회취미생활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그들이기에 묵향을 가까이 할 겨를이나 있겠는가 말이다. 단지 군중대회에서 나부끼는 붉은 깃발이나, 길게 쳐들고 가는 현수막에 굵고 작대기같이 힘을 들여 쓴 선동적 필획의 간판성 한글, 그것이 북한 서예의 전부이다. 그것을 그들은 김일성의 교시로 만들어진 {천봉체}라고 자랑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