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소설가.시인.문학평론가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두나라 문학의 동질성과 이질성, 변천과정과 그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개양상과교류방향을 모색해본 제2차 한일작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문학과 지성사(대표 김병익) 주관, 한일문화교류기금(이사장 이한기)지원으로 열렸다.지난해 일본 도쿄에서의 첫 모임에 이어 마련된 이번 회의에서는 한.일 두나라의 진보적인 문학은 프롤레타리아(마르크스주의) 문학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식민지 체험, 일본은 천황제 중심 사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굴절의 양상을 보이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에서는 정치가 문학과 깊은 함수관계로 작용, 진보문학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문학에는 {진보}의 개념마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야유적인 뉘앙스로만 쓰일뿐이며,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들이 주요주제로 자리매김을 하는 이질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밝혀졌다.
주제 {일본에서의 진보적 문학의 변천} 발표를 통해 작가이자 평론가인 구리하라 유키오씨는 "20년대 관동 대지진 이후 본격화된 일본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35년을 전후해 공산당이 무너진 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천황주의}로회귀하거나 시대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전향자가 됐다"고 진보문학의 굴절 양상을 밝히고, 당시에는 시대적 특수성 때문에 마르크시즘 문학으로 연결됐지만 이젠 정치적인 과제들이 문학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짚었다.{한국의 진보적 문학사상}을 통해 평론가 홍정선씨(인하대교수.국문학)는"한국에서는 전통적인 윤리관, 마르크스주의, 경술국치, 3.1운동, 8.15해방,한국전쟁, 4.19혁명, 광주항쟁등 끊임없이 되풀이된 민족적인 문제들이 작가들을 사회적 문제로 불러들였다"고 강조하고 "70.80년대를 통해 한국의 진보문학은 이데올로기 콤플렉스를 극복했으며 이제 비로소 외압과는 관계없이 자생적으로 진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또한 평론가 가와무라 미나토씨는 {일본의 전후 문학}을 발표, 일본의 현대문학은 본격적인 {포스트 전후문학}으로 이행했다고 짚었다.19일 주제발표에서 문학평론가 오생근씨(서울대교수.불문학)는 이청준씨와오정희씨의 소설을 중심으로 한 {집.가족, 그리고 개인}을 통해 "이씨에게 집과 고향은 돌아가야할 모성적 공간 혹은 현재 삶을 지탱하게 하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것이라면 오씨의 집은 원형적인 고향의 집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떠나야 할 장소이거나 변화시켜야 할 삶을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이날 평론가박혜경씨는 {전통적 가족관의 변화와 세대간의 갈등}을,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씨(호세이대교수)는 {내면의 발견}을 발표했다.
특히 {진보}의 개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이 모임에는 시인 김광규, 이성복, 후지이 사다카즈씨, 소설가 이와하시 구니에, 나카자와 게이,후마 모토히코, 이청준, 오정희씨의 작품낭독과 대화의 자리도 열기를 보였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