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1차공개가 있었던만큼 그 충격이 다소 둔화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1차때 감추어졌던 재산들이 엄청나게 새로 드러났고 다시 더 큰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남으로써 국민들은 또한번 망연자실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들중에서도 정당한 과정을 거쳐 재산을 모은이도 있을 것이고 공개되지않은 많은 공직자들이 청렴으로 살아왔으리라 믿는다.하지만 이번 재산공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허탈을 그같은 위로와 믿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이번 재산공개공직자 1천1백67명의 1인당 평균재산액은 약14억원. 이만한 재산은 서울에서 생활하는 공직자라면 강남의 60평아파트에 살면서 현금화할 수있는 예금이나 유가증권을 항상 1억원정도 지니고 부동산도 10억원어치쯤 소유하고 있는 수준이란 것이다. 또 이만한 재산을 모으자면 월수1백50만원의봉급자가 한푼도 쓰지않았을때 단순계산으로 78년6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제 실시한달을 맞은 금융실명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실명화하지 않을 수 없는 부동산은 그런대로 상당한수준으로 드러났지만 수십억재산에 예금은 한푼도 없다는 공직자가 95명이나된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곤혹스럽다. 이와 아울러 얼굴없는 돈을숨기는 최적의 수단으로 알려진 양도성예금증서가 만기후에도 임자가 나타나지않아 무려 1천5백억원정도가 은행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누구 돈일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축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공직자들을곁눈질해보는 것이다.
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재산을 숨기는 방법도 많았을 것이고 숨긴 재산을 되찾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또 드러나지않은 각계각분야의비리부정과 그에 얽힌 검은 돈은 비실명의 그늘속에 새끼에 새끼를 치는 확대재생산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않을까. 공직자의 재산문제도 현재의 공직자뿐 아닐 것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의 여론이 빗발치는 전직대통령의 재산공개문제와 율곡사업비리와 관련한 1조원이상으로 추정되는 커미션의 행방은 아직도 국민들의 궁금증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검은돈의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실명제와 공직자재산공개및 사정이 서민생활을 어렵게한다고 야단이다. 상경기가 위축되고 기업가들의사업의욕이 위축되어 경기가 바닥권을 헤맨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선거에 표를 잘못 찍었다는 말도 들린다. 일부에선 병든 사람을 수술하는데 한꺼번에 모든 기관을 들어내면 사람이 죽지않느냐는, 급진적 대폭적 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명제실시이후 지난달말까지 시중에 풀린 총통화는 2조8천억원이나 되지만이중의 약1조7천억원이 제도권밖으로 현금퇴장되고 있다는 것은 시중의 자금난과 불황, 물가고를 부채질하는 증거다. 그러니까 검은 돈이 주도하는 경제난이 연출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GNP의 약1%에 해당하는 지하경제의 검은 돈을 어떻게 실물경제화하는가가 실명제의 충격속에 있는한국경제의 회복을 가늠할것이라한다.
이제 극명하게 드러난것은 검은 돈이 양지에서 건전한 경제활동에 쓰여지지않는다면 우리경제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하경제의 큰 손들은 그가 공직자든, 사채꾼이든 누구든 국민경제의 존망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소이에 빠지지 말아야 할것이다. 국가경제가 침몰하면 시간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모두가 침몰하기 때문이다. 검은 돈을 가진 큰손들은 이제부터는 개과천선의길을 가야할 것이다. 그 개과천선에는 사회적 관용이 있어야하고 그 대신 개과하지않는 검은 돈은 정부기관뿐아니라 우리 모두가 감시와 고발로 응징해야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경제가 살수있는 유일한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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