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민시대 어제와 오늘-3

김영삼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1년만에 세상이 상전벽해 마냥 크게 변모했다는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드물다.대구.경북지역도 변화 물결에 예외는 아니었다.그 가운데 대구.경북 고유의 변화, 곧 특징으로 {대통령가의 몰락}과 {토착인물의 서열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노태우전대통령의 처남 김복동의원과 경북고 동기 류수호, 정호용의원의 상처, 처고종 사촌 박철언의원의 감옥행 등을 지역민들은 대통령가의 몰락이라봤다. 이들 의원들 주위에는 불과 1년전만 해도 사람이 들끓었으나 요즘은야속하리 만치 한적하다.

토착인물의 서열 변화는 중앙의 관점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 정도 일지도모르지만 지역민들은 여기서 금석지감까지 느낀다 한다.

지난달 조해녕 신임 대구시장이 주최한 지역원로 오찬에 이대우 전의원, 이승호신풍회회장등 민주계 인사들과 범민주계로 분류되는 김영기 금호호텔사장이 처음으로 초대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6공시절은 물론 이의익전시장때에도없었던 일로 민주계 인사들이 비로소 {어른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민주계 인사들의 어른대접을 두고 당사자격인 민주계는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놀랄일은 아니다]며 덤덤한채 한다.

민주계 부상의 다른 예를 유성환의원의 넓은 행보에서 찾기도 한다. 유의원은 사정바람과 세대교체 와중에 전국구 의원직이 기대이상으로 빨리 수중에들어오자 과거에는 남이었으나 3당통합으로 한집살림을 차린 토착인사들과 즉각 교분을 쌓았다.

유의원은 류수호의원이 떠난 민자당 중구지구당을 맡으면서 김홍식 금복주회장을 비롯, 박신희 경북광유사장, 이동기 동서개발사장, 박성형 신라섬유사장,구본흥대구백화점회장등 인사들을 후원회 회원으로 고스란히 넘겨 받았다.서로 {청산대상} {싸움꾼}이라 비난하던 옛날과는 판이하다.지난해말 민주산악회 대구협의회장이 된 안숙제씨의 부각도 눈에 띤다.안회장은 대선 이후 김대통령지시로 활동을 중단했던 산악회를 재가동, 25일주왕산 첫산행을 계획하는등 분주하다. 바빠진 안회장은 차기총선때 분구 예정인 대구 북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같은 민주계로 북구를 노려온박승국 대구시의회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비정치인이긴 하나 김영삼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범민주계로 나눠지는김영기금호호텔 회장을 세간에서는 {YS정부 최대의 수혜자}로 부른다. 이는지난해 호텔 금호가 호텔사상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황금알을 낳는거위}라는 제2무선호출기 사업 대구.경북 지분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안숙제, 이승호회장과 함께 {대구지역 상도동계 4인방}으로 통칭되는 한치만서대구관리공단 상무, 김종한민자당대구시지부 사무처장등도 {문민정부}출범후 양지를 걷고 있는 인물들.

김처장은 3당통합 이후 곧바로 민자당 시지부를 맡은 이래 무리없이 당을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인데 공석인 동을지구당위원장에 타천으로 거명되며 본인은 고향인 의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경북 각급기관장에 부산.경남출신이 잇따라 채워지고 있는 것도 지역민들은 그냥 보고 넘기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부임한 이의호대구지방경찰청장은 경남 거창 출신이고 올초 대구에온 우명규경북지사는 경북 의성이 고향이나 동아대를 졸업해 PK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5일 취임한 심춘보안기부대구지부장은 울산이 고향이다. 지난해 경북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조성빈경남경찰청장도 PK인사이며 이외 각종공사사장도 PK인맥이 많다.

우연일 수도 있으나 전례가 드물고 정보라인을 부산.경남인맥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을 갖고 있는듯 느껴진다.

일부 민주계에서는 동지들과 PK인맥의 부상에도 불구, [새정부가 출범하고가장 변하지 않은 곳이 대구.경북]이라며 만족해 하지 않는다. 타지방과는 달리 정권창출 수혜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개혁 이미지와 맞지 않은 구세력들이 여전히 지역사회를 독점하고 있다는 거다.

민정계 시각은 이와 사뭇 다르다. 새정부 1년은 지난30년과 맞먹을 정도의변화를 가져왔다는 것. 대구.경북의 시각은 수구적이고 이른바 대구정서의 일환으로 치부해버려 할 말 마저 다 하지 못해 답답할 정도라는 것이다.어쨌든 김영삼정부 1년은 대구.경북에 {홀로서기}를 철저히 요구했고 2년째에도 이같은 요구는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구.경북이 외적 환경변화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계는 지난1년간 불만을 터뜨리거나 개인적 일에만 몰두했을뿐 지역공동사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달라져야 할 대목이다.

민정계등 기득권은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에 젖거나 보신에만 급급했을 뿐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바뀌어야 한다. 지역민들도 의리를 중시하고 인정에끌리는 비과학적, 비논리적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한다.홀로서기가 강요된 지난1년이 시련이 아니라 지역발전과 혁신을 위한 기회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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