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춤추는 숲

"저리 좀 비키세요."강희란은 이내 당황하는 품을 걷어내고 차분하게 여유를 찾았다. 동유는 웬지 거역하기 힘든 목소리에 한걸음 물러섰다.

"이러지 말아요. 허록 아저씨랑은 그런 사이가 아니예요. 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예술가이면서도 우리를 잘 이해해요. 아저씨에게 부담을 드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그러나 강희란의 말이 동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약간 덜 익은 머루 같은 눈동자와 귀밑으로 송송이 돋아있는 솜털이 그의 열망을 다시금 불지르고있었다.

"그럼 됐어요"

짧게 내뱉으며 동유는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팔을 안다 빗나간 왼손이그녀의 젖퉁이로 미끄러졌다. 물컹하는 감촉이 손바닥에 생생했다. 동유는몸을 빼려는 그녀를 방 모서리로 밀어붙였다.

"제발, 제발, 가만히 있어요. 오늘 당신을 껴안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아!"동유의 입에서 거푸 사정투의 말이 새어나왔다. 문득 타오르는 의혜의 환영,이미 내친김이라는 사내의 욕정이 쳇바퀴처럼 그의 의식 속에서 다급하게회전하고 있었다.

동유가 다짜고짜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뿌리쳤다. 그녀의 주먹이 가슴을 때렸고 동유가 결박하듯 그녀의 가슴을 옥죄자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안으로 파묻으며 정신없이 그의 팔뚝을 깨물었다. 동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미친듯이 그녀의 흰색 셔츠를 뒤집어 올렸다. 그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녀는 반항을 멈췄다. 아니, 얼어붙은듯 꼼짝도 않는 것이었다. 돌연한 변화에 동유가 셔츠를 올리다 말고 그녀의얼굴을 흘낏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폭풍이 쓸고간 뒤 같은 적막감과 미안함이 동유에게 찾아들었다.

"죄송해요. 한번,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당신의 알몸을 보게 해주세요.다른 생각은 추호도 갖지 않을게요"

동유는 기원하듯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순간 정말이지 그녀가 의혜의화신이란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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