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의 중국식개방

북한을 폐쇄사회로 굳게 잠가둔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듯 하다. 북한은 턱까지 차오르는 심각한 경제난과 궁핍을 이겨내지 못한 인민들의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식 개방과 개혁을 곧 내외에 천명하리란 보도가있어 그동안 핵문제등으로 찌든 마음에 환한 햇살을 비춰주는 것 같다.최근 북한을 드나들며 무역업을 하는 중국인과 북한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관측통들에 의하면 김일성주석이 최근 주재한 핵심권력회의에서 개혁의 최대걸림돌인 핵문제와는 별도로 조기개방을 추진키로 결정한 사실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은 정무원내에 중앙경제개혁부를 신설, 중국식 제한개방에 따른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수립중이며 이미 그들의 우방인 중국에 이같은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카드를 유용하게 사용해오면서도 한편으론 {핵이후}상황인 경제개방에 대해서도 꾸준한 준비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해 왔다. 지난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이 평양에 도착, 통상사찰을 실시하면서 북한측 스스로도 핵문제에 숨통이 트였다. 아울러 미.북한간의3단계 고위급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것으로 예견되자 그들의 최대 현안인 개방.개혁의 시한을 그것들과 연계해서 짜맞춘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북한은 지난91년 12월 나진.선봉지구를 중국의 경제특구와 비슷한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는등 개방모델을 중국식에 따르고 있다. 또 지난 93년 9월16일 김일성은 전인대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부가 우리를 고무시킨다]고 찬양했으며 11월5일엔 중국정치협상위대표단을 만나서는 개방.개혁을천명한바 있다.

북한도 김일성부자의 체제가 유지되면서 권력의 붕괴위험만 없다면 벌써 개방과 개혁을 스스로 시도했을 것이다. 체제수호를 위해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의 차단과 아울러 폐쇄정치를 보강할수 밖에 없었지만 이젠 그 폐쇄와고립이 한계에 이르면서 경제난까지 겹쳐 자중지란이 오히려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이 과감한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인민들의불만이 동요로 이어지고 소요는 결국 나난으로 발전하여 외부에서 누가 손대지 않아도 자폭.자멸할지도 모른다. 들리는바에 의하면 이미 북한의 지도부가여러차례 중국의 여러 특구지역에 조사단을 보내 세밀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우리는 북한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개방.개혁정책을 환영한다. 다만 그들이처녀성처럼 아끼는 핵카드를 포기하고 투명성을 보여 준다면 우리는 자본.기술은 물론 오랜 노하우까지 제공할수 있을 것이다. 빗장은 주저하지 말고 열어야 한다. 빗장밖에는 항상 신천지가 대기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