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는 그의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연주가 {폭포}를 끝내고 임꺽정 산채의 신명나는 춤을 묘사한 미완성곡으로 피아노를 진동시키고 있을때까지도.고개를 젖힌채 건반을 두드리던 허록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악기를 잡아보아라]
[.....]
동유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전혀 허록의 저 악음(낙음)과 맞출 수는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의 악음을 더이상 좇아가기가 싫어졌다는 이유가 더 맞을 것이다.
[악기를 잡아보래두!]
허록의 큰 소리에 동유는 마지못해 바이올린을 손에 잡았다. 순간 악기를 내동댕이치고 싶은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쳤다. 그러나 동유는 악기를 어깨에 걸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피아노는 여전히 진동을 하며 악음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예전에는 동유의바이올린을 유도하는 친절한 안내자였으나 지금은 그의 귀청을 찢어대는 난폭자에 불과했다. 동유가 소리를 질렀다.
[음악이 반드시 그렇게 거칠어야 합니까?]
[삶이 거칠기 때문이다]
한층 난폭하게 건반을 두드리면서 허록이 짧게 내뱉었다. 알수 없는 결단같은 것이 얼핏 느껴지는 말투였다. 동유로서도 더이상 물러설수 없다는 생각을하였다.
[거칠지 않는 삶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직하게 뚫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남의 눈을 함부로 왜곡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과거 어느땐가엔 급격한 단층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세상과 한으로 쌓인 심성이 있었겠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고운 말로 얼마든지 서로의 의사를 조정할수 있고 자연의 소리에 닮은 아름다운 멜로디는 오히려 인간의 심성을 순화시켜, 자기반성에 젖어들게 합니다]
[네가 얼마를 살았다고 인간을 운운하나? 도대체 예술이 무엇을 위해 태어났느냐. 위선을 만들고 권력을 만들고 삶의 껍질만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태어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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