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오그라든 대중 외교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의 북경방문 과정을 줄곧 지켜 본 한국특파원으로서갖는 느낌의 일단이 있다.크리스토퍼 장관은 지난주 금요일(11일)밤에 북경에 도착, 토요일인 12일 오전엔 전그침부총리겸 외교부장, 오후엔 이붕총리와 회담을, 일요일인 13일에도 강택민주석과 75분간에 걸친 회담을 벌이는 것을 보고 곧 있게 될 김영삼대통령의 방중일정을 잠시 비교해 봤다.

김대통령은 토요일인 26일, 상해부터 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대사관측은 이 부분의 설명에서 "주말이 끼어있어 중국고위층과의 회담이 여의치 못하고|"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상해일정을 강조했다.문제는 김대통령의 상해일정이 북경보다 먼저 이뤄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한국측이 중국의 휴일까지 감안해 주는 한수 접힌 자세에 있다.김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정부의 초청을 받고 곧 방중하게 되는 호소카와일총리의 일정도 토요일인 19일에 도착, 월요일인 21일에 귀국하면서 그사이에 중국의 요인들을 두루 만나게 돼있다.

곱씹어 생각해봐도 이 문제는 우리의 국력이 미.일에 미치지 못하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보다 당당하게 중국과의 교섭에 임하지 못하는 우리의 오그라든자세에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한.중관계의 현황은 아직까지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현지투자를 바라는 중국당국의 요구가 그렇고 산업기술에서도 그렇다.사실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벌써 일부외신은 한국정부가 중국에 공여할 차관액수까지 보도함으로써 중국신문에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화려한 외교사령 뒤에는 힘의 논리가 엄연히 작용되고 있는 사실을 왜 중국에 대해서만 이상할 정도로 적용시키지 못하는지 모를 노릇이다.힘의 논리 적용은커녕 오히려 북경을 방문하고 돌아간 한국의 입법부 수장이"한.중우호는 한국의 백년대계"라고 한말이 중국신문에 크게 보도됨으로써우리의 실체대접은 간곳 없고 반대로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자존자대에 불만붙여주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얘기는 좀 다르지만 본 특파원은 16일 북경주재 일본대사관으로부터 호소카와 총리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달라는 팩스 문건2통과 전화 한통을 받았다.그러나 북경에 와 있는 홍콩.대만기자로부터 김대통령방중을 취재할 수 있는방법을 요구받고 알아본 결과 중국외교부에 알아 보라는 대답밖에 해 줄 수없었다. 얼마나 극명한 대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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