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운명) 셋걸을 때면 약간 절룩거리긴 해도 어머니는 전혀 몸에 이상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셨다. 합의금을 내미는 것도 괜찮다고 돌려 주며 우리는 도리어 택시 기사를 위로 하였다. 사고가 있었던 며칠 뒤 어머니께서 이유없이 드러눕게 되셨어도 우리는 누구 하나 그것이 교통사고 탓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그저 안정하면 나아질 거라고만 했다. 헌데도 어머니는 어지러움과 구역질이 점점 심해지더니 날이 갈수록 누워 지내는 시간이 늘어 나셨다. 끝내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게 되자 그제서야 어머니가 심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겪고 계시다는 걸 알았다.
다음에는 미수가 사소한 사고를 당했다. 결혼준비를 위해 쇼핑을 나갔다가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삐어 깁스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아주 사소한 그런 일이라면 내게도 있었다. 서점에 책을 사러 나갔다가 지하도에서 손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이었다. 사소하나마 사건들이 줄지어 우리들에게 일어났지만 나는 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그냥 한꺼번에 일어나는 정도라고 개의치 않았다. 어머니와 미수에겐 모처럼 푹 쉬는 계기가 된것이라고 여기며 나는 잃어버린 신분증이며 크레디트 카드들을 신고하였다.그런데 혜수에게 정말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생겼다. 때 아닌 감기 기운이있다던 혜수가 하루는 제법 몸을 떨며 고열과 두통 증세를 호소하더니 열두시가 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뭘 먹지도 못했다. 오후 늦게서야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혜수는 그래도 연극 공연은 해야겠다고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더니 밥을 한술 뜨기도 전에 헛구역질을 하는 거였다.깁스한 다리 탓에 집안에만 있던 미수가 혜수의 그런 양을 지켜 보더니 혹시? 하며 날카롭게 다그쳤다. 혜수는 아무런 대꾸없이 물만 한컵을 훌쩍 마셨다. 나는 나도 모르게 혜수의 어깻죽지를 거세게 한대 쳤다. 짜증이 났다. 나이가 몇인데?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미수보다 혜수에게 더 친화감을 느끼던 내 감정이 달아나 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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