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할마이 약이나 달여주려고...

9일 오전 구미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한쪽구석에 평생 경찰서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백발의 70대 촌로가 멍한 눈망울로 젊은 피의자들 속에 웅크리고앉아있었다."집에 혼자있는 할마이가 밥을 굶고 있을 건데... 물도 떠다줘야 하고..."고향마을에서 평생동안 농사만 지어온 이학근할아버지(73.선산군 선산읍 봉남리)가 5년동안 중풍으로 수족이 마비된채 꼼짝도 못하고 있는 할머니(64)의병에 좋다는 말만 듣고 단순한 한약초로 알고 산속 자두밭 4평정도에 68포기의 앵속을 심었다가 마약법위반혐의로 입건된 것.

이할아버지는 농삿일을 하던중 경찰에 연행돼 바지가랑이에는 흙이 묻은채아직도 무슨 죄로 붙잡혀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고, 오로지 집에혼자 남아있는 할머니 걱정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제대로 치료조차 못해본 할머니의 병을 고치기위해 민간요법을 찾던중 어느아주머니가 "혈액순환에 좋은 약"이라고 권해 2만원주고 씨앗을 구입해다 묘지를 관리해준 대가로 무상임대받은 자두밭속에 뿌려둔 것이 산나물 뜯으러온행인의 신고로 적발됐던게다.

이할아버지는 앵속을 심은 이유를 묻는 담당형사의 질문에 "그저 할마이 약이나 달여주려고 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초췌한 모습으로 계속 할머니 걱정만 해 조사를 하던 직원들조차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가슴 아프다"며일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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