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술-서학연구발표회 김수천교수

한국서예의 발전과 서학의 체계적인 정립을 모색하기 위해 대구서학회(회장전진원)가 개최한 {제4회 서학연구발표대회}가 11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대구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2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구발표회로서수생씨(경북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은명문의 서예사적 의의(부정형의 미)}(김수천 원광대 교수), {중봉논}(채용복 대구서학회 회원,경북대강사), {기논과 서법(서예의 이론적 틀)}(정세근 미술평론가), {서법의력학적 고찰(집필, 운필에 대하여)} (류재학 대구서학회 회원, 영남대 강사)을 주제로한 연구발표와 종합토론이 있었다.다음은 김수천 교수의 {은명문의 서예사적 의의}에 대한 주제발표 요지이다.은대의 명문(김갑문)은 갑골문과 더불어 중국문자의 시원이며 예술서로서의출발점이지만,중국, 한국,일본을 막론하고 은명문을 예술서로 보는 것이정당한가라는 문제는 적지않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대인들의 조형능력에 대한 불신과 은명문의 특색인 부정형에 대한 인식부족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은명문은 대부분 한 글자 또는 몇자 안되는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장법과 결구가 매우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치 신성한 제례에서 무녀의극도로 긴장된 정동의 몸짓처럼 한 획 한 획이 절제된 가운데 거침없는 자유를 느끼게 해 신과 더불어 사는 은인들의 예낙생활을 반영한다. 또한 정치권력집단들이 소유하고자 했던 주요대상이었던 청동기는 명문의 발달에도 큰영향을 주어 자연스레 일상 서체의 서사와 각을 달리하는 예술성을 띠게 됐다.

은명문의 서예사적 위상은 동양미학의 형안으로 일컬어지는 야나기 무네요시(류종렬)의 {부정형의 미}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은명문은비수와 필도(필선)가 잘 조화돼 있어 당시에 이미 모필사용과 아울러 리필과 안필의 의식이 있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은명문에는 여러 서체가 나타나는데 용경선생은 웅장과 수려의 두 서체로구분하고, 일본 이현사 발행 김문집 1에는 아순,직방,굉방,파절,수려로 품격을 구분하고 있다. 이밖에 강유위 등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은명문은 서예의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를 두고 볼때 은명문은 중국 최초의 문자임과 동시에 서예의시원임을 말하고 있다. 중국서예사에서 은대의 서예만큼 다양한 품격을 보여준 시대를 찾기 힘드는데 당시 문자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이는 창작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표현에 대단히 유리하며 어느 한 자도똑같은 조형을 찾아볼 수 없는 다양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은명문의 그로테스크한 조형속에서 대전, 소전과 유사한 세련되고 정형화된 결구와 장법이발견되고 있다. 부정형의 특징을 지닌 은명문의 조형이 묘사부족의 미완이아닌,자연스런 조형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은인들의 미적 스타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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