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세풍-두 전직대통령의 할일

벌써 그랬어야 했다. 전두환.노태우두전직대통령이 6.25발발 44주년이 되는25일 화해회동을 갖고 나란히 국립묘지를 참배하는등 오랜만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 주었다. 두사람의 만남은 88년2월 정권을 넘겨 주고 받은지 6년4개월만이어서 감회 또한 컸으리라. 두사람이 아침에 만나 같은 승용차에 동승,묘역 한바퀴를 돌고 술을 곁들인 점심을 같이 했다고 해서 마음 깊은 곳에쌓여 있는 앙금을 얼마만치 삭혔는지 모르지만 우선 보기에는 {참 잘된 일}같아좋았다.두사람은 그간 둘의 관계가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데 대해 사죄한다면서 남은생을 나라와 백성, 역사에 보람있게 처신하겠다고 밝혀 불편했던 불화의 세월이 끝났음을 알렸다. 시방 나라안팎의 사정이 예사롭지 못한 때에 두전직들이계속 반목해 온것을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떨치고 일어서는 {깨어남}으로 회동이 이뤄진것 같다.

국민들은 가끔씩 전직 두분의 존재 자체를 서글퍼 하거나, 연민의 정을 느낀적이 많았다. 또 나라의 원로로서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 왔기때문에 존경을 보낼수 없었다.

**카터 모습이 거울**

지미 카터전미국대통령은 거울이었다. 노구를 이끌고 휴전선을 넘나들며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두전직에겐분명 충격이었으며 강한 메시지였다. 카터가 우리 TV화면에 나타나 핵문제를마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기 전에는 두사람은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핵문제는 최대의 현안이자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철도와지하철 노조의 연대파업등으로 시국상황은 꼬여 가고 있으나 두전직은 개인적인 감정싸움에 휘말려 아무런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미국에서는 나라의 큰 행사나 위기에 봉착했을땐 전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타협할때도 4명의 전직들이 합동으로 참여하여 경륜을 과시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참여가 대세를좌지우지할수는 없어도 어른들이 나라일을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나라에는 어른이 없고 원로가 없어 한심하다. 따지고 보면 어른은 있었으나 어른으로서의 값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것이 더욱 슬프다.

**나라의 참어른 돼야**

외국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관료와 의원출신들이 퇴직후에도 평화를 위해, 또는 나라의 이익을 위해 저서 또는 강연으로, 때론 국제분쟁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키신저.윌리엄 로저스.브레진스키.맥나마라.사이러스 밴스.고르바초프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모습은 늙었어도 오히려 주름살이훈장처럼 느껴지고 굽은 등에서도 싱싱함을 느낄수 있다.

우리의 전직들은 무슨 연유탓에 주눅이 들어 칩거하면서 나라의 어른으로서기개를 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또 관료와 의원출신들은 평화와 국익을 위해 뛰기는 커녕 먹은 것이 죄가 되어 일찌감치 해외로 도망쳐 버린 예가 허다하다.그것은 정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승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하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은 불명예 퇴진하기 마련이다. 바톤을 이어받는 다음 권력은앞서의정당치 못한 권력을 핍박하는 악순환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나라의어른}을 모실수가 없었던 것이다.

**민족장래가 우선**

이는 우리 모두의 손해다. 이제 우리는 좀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직들의 투명성이나 헐뜯고 그들의 치죄에만 관심을 쓸일이 아니다. 움츠리고있는 그들에게 불안감을 씻어주고 그들이 한때 통치자로서 얻은 지혜와 경험을 민족의 장래에 접목시켜 봤으면 한다. 두전직이 카터를 보고 무릎을 치면서 느꼈다는 것은 그들도 {한국의 카터}가 될수 있다는 뜻이었을 게다. 다소늦은 감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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