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네바회담장 이모저모

미국 워싱턴에서 오후7시에 출발한 유나이티드 항공은 프랑스 파리를 경유,11시간만인 다음날 낮12시(현지시각:시차6시간) 세계 평화의 메카이자 호반의 도시로 이름난 제네바에 도착했다. 비행기속에서 책을 놓지않고 꼬박 밤을새운 로버트 갈루치 미국대표는 공항에 몰려나온 각국 기자들을 멀리하고 곧바로 미국 대표부로 달려가 배경설명을 위한 브리핑을 가졌다.그의 브리핑장에는 각국의 풀기자 41명이 참석, 미국측 수석대표로서 과연그가 이번 회담에 어떤 전략과 어느정도 희망을 갖고 임하는지 큰 관심을 나타냈다.마치 돈자랑이나 하듯 비행기 1등석표를 구해 자신의 좌석옆에 앉아 집요하게 질문공세를 편 일본기자들에게 "나는 이번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있어 더욱 큰 관심속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는 말이외는끝까지 입을 굳게 다문 갈루치 대표였지만 브리핑장에서 비교적 솔직하고 자세하게 털어놨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을 이행과정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수 있다""북한이나 미국이 모두 만족할수 있는 나름대로 묘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마치 이번회담을 성사나 시킨 것처럼 낙관하는가하면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생각하고 있는 과거문제에 대해서도 "과거도 주요하지만 현재와 미래가 더욱주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그동안 비상한 관심이 되어온 북한의 핵과거문제에 대해(결코 덮어줄수는 없지만) 회담성공을 위해서는 양보도 할 의사가있음을 시사, 관심을 끌었다.

그는 특히 "제네바에서 며칠이나 묵을 것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네바에 아파트를 얻어놓고 살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답,기자들의 웃음을 샀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이 극히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는 이번 회담에도 도움이 될것으로 전망하고 회견도중 10여차례나 "이번 회담을 서둘러 끝낼것"이라고 말해 나름대로 큰 희망을 갖고 있음을 비쳤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우리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때로는 미국을 설득시키고때로는 양보를 하는등 조정역을 맡기위해 현지로 달려온 김삼훈핵전담대사도"현재로서는 앞으로 이틀간의 일정만 합의한 것 이외는 아무런 결판을 본게하나도 없다"고 특유의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뭔가 될것 같은 감이 든다"고말하기도. 김대사는 신중히 낙관을 하는 근거로 최근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보낸 북한의 편지, 강석주 북한대표의 도착성명 내용, 그리고 북한 언론의보도내용등을 들었다. 북한은 최근 트집을 부리는 악습을 버렸다 한다.실제 북한은 지난해 7월 제2단계 회담때만해도 표정이 심하게 굳은 사람들이대문 근처도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했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전혀 딴판이었다.8일 아침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에서는 입구 대문 반대쪽에 있던 남자직원3명이 찾아간 기자에게 "오후에 비가올지 몰라 기자 여러분들이 쉬어야 할곳을 만들고 있다"며 천막을 치고 있었다.

한 북한공관원은 "핵문제의 걸림돌은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다른 한 직원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거}를 추궁하는 것과 관련, "마치 처녀에게 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고 결혼을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이는 결혼을 하기 싫다는 뜻이 아니냐고 미국을 비아냥.한편 한 미국대표는 이날 미국은 북한의 경수로 개발을 위해 독일 프랑스 러시아 한국 일본 등과 함께 지원책을 논의하는 한편 미국이 컨소시엄 형태로참여하는 길을 찾고 있다고 최초로 {경수로 참여}를 확인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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