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악성-우는사람은 울고싶어 운다

곡(곡)의 풍습은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으며 우리나라에서 장례식의 울음이{의식화}된 것은 주자가례가 전래된 조선조 이후로 추정하고 있다.그 이전 고려나 신라때의 곡은 조선조의 곡풍습과 달리 일정한 형식을 벗어난 본능에서 우러나는 울음이었다.지금 북한 땅이 김주석 장례일을 앞두고 온통 울음바다가 되고 있다.무엇이 그들을 저토록 오열하고 통곡하게 만드는 것일까.

헐벗고 굶주리고 이밥에 고깃국 한그릇 제대로 못먹여준 지도자인데 저 울부짖음은 어디에서 솟아나는건가.

그리고 왜 모든것을 숨기고 은폐시켜온 그들이 주민들의 울음모습만은 전세계에 스스로 드러내 보여주는가.

{당신들이 독재자라고 비난하지만 저 몸부림치며 비통해하는 구름같은 인민의 행렬을 보라}는 심사에서인지 모르지만 한 인간의 죽음을 체제선전의 극적효과로 이용할수있다는 순발력이 놀랍다.

어쩌면 그저 순수하게 사실보도 그자체였을뿐 {선전}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독재자가 사라졌다는 환호와 함께 소련붕괴후 레닌의 동상을 철거하듯 울음바다와 다른 반대되는 분위기가 있었더라면 대외 공개는 철저히 막았을 것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불과 수십년전 일제때 고종 승하후에도 지도자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조율됐던 기억을 갖고 있다.

덕수궁에서 덕률풍이라 부르던 자석식 전화의 송화기에 대고 곡을 하게하고정릉 무덤에는 수화기만 세워 곡소리를 듣게했던 전대미문의 전화호곡이 그예다.

왕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비공개로 차단시킴으로써 일제에대한 저항의식의 단합을 예방한 정치공작이었다.

뒤집어 보면 이번 김주석 사망 경우는 인민들의 통곡모습을 대내외에 공개해 보임으로써 인민의 일체감을 강화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볼수있는 것이다.

그들의 절규하는듯한 통곡을 보면서 남한쪽 사람들로서는 어떤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갖는 것이 평균감정인지 매우 곤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밉건곱건 동족의 한쪽 지도자였다는 관점에서 인간적으로 슬퍼해줘야 할지,적장이며 전범자의 죽음이란 시각에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애매한 감정을느끼는 사람디 적지 않다고 본다.

어쨌든 우상화정책에 의해서였든 카리스마에 의해서였든 그들의 울음은 그들나름대로 울고싶어서 우는 것임은 틀림없다.

울고싶어서 우는 사람들의 통곡을 놓고 굳이 일부언론처럼 {집단히스테리}라거나 {광신도적}행위로 몰아치고 비하시킬 필요도 없다고 본다.왜 울든 어떻게 울든 그것도 그들의 몫이요 그들의 정서요 그들의 감정일뿐이다. 마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찾아가 울고 기도하는 유태인들의 정서가그들의 감정과 믿음의 세계에 속하는 것인것과 같다.

김일성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듯한} 칼럼기사를 쓴 정부간행물 간부등을징계한것은 좀 과민한 반응이다. 살아있는 김주석은 평양까지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가 죽고나서는 안됐다는 감정조차 표해서도 안된다는 인식은 이해가어렵다.

지금 우리는 적이든 무엇이든 만나서 대화하고 민족통일의 숙원을 이뤄내야할 민족적 과제를 안고 있었던 입장이다.

또 어차피 당분간 김정일은 그러한 대화의 새로운 상대가 돼야할 사정이다.그렇다면 민족단합의 대화를 위해서라도 인간적인 감정선에서 우호적 감정의바탕은 잘 보호유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김정일로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곡하는 인민들의 울음을 {히스테리}로 비난하는 남쪽의 {초상집 예우}에 대해 인간적으로 좋은 감정을 가질지 의문이다.지금 죽은자에게 더이상 많은 비난과 비판이 무슨 죄업과 벌을 더 씌워줄수있을까를 생각해야한다.

이미 죽은자에게는 조의까지는 표할 것 없더라도 굳이 비하하고 나쁘게 말할것 없는 아량을 갖는 것이 대인의 큰 태도다.

우리는 그래도 북한에 비해 대국의 입장에 서야만 한다. 적이지만 동족집안의 초상집 이웃에 앉아서 장례식도 안끝났는데 {1-2년내 실각할지 모른다}거나 {섬뜩하다}거나 {집단 히스테리다}는 자극적 말만 하고 있는 것이 장례식이후 남북회담에 무엇이 도움될지를 냉정히 내다보기 바란다.우는 사람은 저나름대로 울고 싶으니까 운다,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바라보자. 조문시비로 국회가 시끄러운것 같은데 다 허튼짓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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