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깨어나는 베트남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 베트남. 29일 이영덕국무총리를 수행해 베트남의 수도하노이공항의 트랩에서 내려선후 시중심부까지의 20여km를 달려오면서 연도풍경을 바라본 일행들이 느낀 일치된 첫인상이었다.거지들이나 살 것같은 어설프디 어설픈 움막집들. 어떤이는 샌들을 신은채또다른 이는 맨발차림으로 오가는 초췌한 모습의 군상들. 대중의 교통수단인고물 자전거 인력거꾼, 포탄자국도 선연한채 방치된 프랑스 식민지당시 건립된듯한 2층 건물들-- 게다가 도착때부터 내리고 있던 장대비는 상하수도시설이 거의 되어있지 않은 하노이시를 삼켜버릴듯 어지러이 흐르며 {몰골}을 더더욱 처연하게 만들고 있었다. 기대했던 시중심가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람보}영화의 월남전 당시 그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그것만이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의 실체는 아니었다. 여기에 2박3일을 머문 일행들은 베트남이 적어도 깨어날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나라란 점에서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자신에 대한 끝없는 신뢰를 갖고 있었다. 65년 세계최강국 미국이 개입해 10년을 끈 월남전에서 마침내 그들을 물리치고 승리한 나라라는데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노이의 외양이 비참한데 비해 이상스레 주민들 눈빛이 생기 차 있는 부분을 설명하는 상당한 이유다. 월남전이후 캄보디아침공-중국과의 국경전쟁등으로 60년대부터 89년 캄보디아철군까지 30년가량의 전쟁을 치른 나라의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가능할것 같지않은 활달함과 의욕이 거리마다 속속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전쟁승리는 또한 베트남인들의 지도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능하게 했다.독립영웅 호치민 사망이후 당총서기장, 수상, 대통령등 3인이 권력을 나눠갖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한 이들 지도자들은 86년부터 시작한 도이모이(개혁)정책을 통해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국민들에게 쌀 비축량 2백만t이라는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신뢰를 더욱 돈독히 했다.

올초 미국이 20년간 지속해온 금수조치를 해제한것도 이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우리 총리또한 이번방문에서 파격적인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베트남은 이에 북핵문제, 유엔안보리진출문제등에 대한 우리 정부입장에 예상외의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 화답했다.

31일 떠나오는 하노이 하늘은 화창하게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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