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량형도 국민정서 맞아야

특정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이 집중되고 같은 종류의 범죄를 재판하면서도법관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하는등 법원의 불균형한 량형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일고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대법원이 거론하고 나와 주목되고 있다. 윤관대법원장은 어제 전국법원장회의서 {법원은 재판결과로 인한 사회적 영향까지고려해 판결을 내릴때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양형의불균형}을 인식하는 소견을 밝혔다.대법원이 법관의 양형문제를 법원장회의를 통해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문제가 그동안 꾸준한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최근 심각한 상황에까지이르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위험한 수준에 왔다고 느낀 때문인 것같다. 이날 공개된 대법원의 {양형실태에 관한 분석}에 따르면 지금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받고있는 뇌물죄와 강력범죄에 대해 매우 관대한 판결을내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뇌물죄의 경우 지난해 사정바람을 타고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엮여들어갔으나 그들이 얼마되지않아 거의가 풀려나옴으로써 이 죄에 대한 사직당국의 처벌이 매우 느슨하다는 비난을 세차게 받았었다. 대법원의 집계에 따르면지난해 6백82건의 뇌물죄가운데 60%가 넘는 4백11건이 집행유예판결을 받아풀려나고 실형선고를 받은 것은 17%를 밑돌고 있을 정도로 관대했다.뇌물죄와 함께 국민들의 정서와 달리 관대한 판결을 받은 강력범죄중 강도강간의 경우 95%가 법정형이하로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강도가 68%, 강도살인이66%가 역시 법정형이하의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그 연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주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할 이같은 반사회적범죄가 어째 관대한 처벌을 받는지 의아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판결추세가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끝내는 대법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사법부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사태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수준에서 신뢰받는 판결로 돌아갈 수 있는길을 사법부 스스로 모색하고 나선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다. 판결이 국민정서와 괴리현상을 일으키는 것은그 판결의 어느 부분엔가 법관이 사회전체를 뚫어 보는 능력의 모자람이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윤대법원장이 {법관의 양심과 가치관이 사회적, 개관적 타당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바로 사회전체를 꿰뚫어보는 힘을 키워달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은 법관의 재판독립원칙을 보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어야만 법관의 양심도 국민들의신뢰를 받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판결이 비판을 받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안되는 사법부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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