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가는길-석장승 반겨주는 고향같은 옛길

관룡사를 찾아가는 길은 '고향 가는 길'처럼 푸근하다. 사람마다 제가끔의고향이 있어 나름대로 특색이 있겠지만 관룡사로 들어가는 10km의 농로는 예전엔 소달구지가 다녔음직한 넓이의 전형적인 '한국의 길'이다.대구~창녕~마산 간 국도에서 창녕을 지나면 계성.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면'화왕산 관룡사'라 적은 입석이 서있다. 기실 '구룡산 관룡사'가 맞을 것 같은데 화왕산 억새가 유명한 탓인지 화왕산 관룡사라 한다.여기서부터의 정경은 저녁 어스름에 보는 것이 좋다. 넓은 논밭 비껴 마을에선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 오르고 매캐한듯 구수한 연기냄새,돌담을 두른 나즈막한 농가들,연장을 챙겨들고 집으로 향하는 우리 아버지,어머니들…. 도시화에 발빠른 요즈음 절집 가는 길에 만나는 이만한 서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관룡사 입구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연전에 새로 길을 내어 시멘트 포장을 해두었는데 최근들어 절 집 올라가는 길은 사람보다 차 올라가기 좋으라고 전부 이런 식 이다. 다행히 오른쪽을 잘 살펴보면 옛 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길은 오랫동안 밟지않아 낙엽이 수북 쌓여 걷는 걸음이 즐겁고 조금만 나아가면 마주보고 선 석장승 두개가 어서오라 부른다.그뿐인가.당간지주도 게 있고…언젠가 걸망진 스님네도 이 길로 쉬엄쉬엄 다녔을 법한 정겹고고즈넉한 길 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올려다보면 높이 400여m,길이 2km에 달하는 구룡산 단애가 눈 가득 들어오고 특이하게 돌로 쌓아 기와를 올린 아주 작은 일주문(?)이 돌담을 두르고 서 있다. 그 곳에서 보는 구룡산 암벽과 대나무 숲,해 묵은 나무들의 조화는 전국 어디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경외스런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관룡사에 있는 대웅전.약사전등 모든 건축물들은 모두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도 예외없이 약사전 오른쪽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 것 때문에 우리 건축사에 길이 남을 삼중 대들보로 된 약사전이 볼품없이 되는 것이 안타깝고 서운하다.

대웅전에서 왼쪽으로 700m쯤 올라간 곳의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때작품이니 1천2백년동안 그 자리에 앉아 미소를 머금고 구룡산과 관룡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상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겸손해지는 것은 이름 모를 신라 석공의 솜씨 탓 인지,천년 넘는 세월의 아득함 때문인지.이 곳 용선대 여래좌상은 찾아온 이들에게 영겁 세월 속에 스쳐 지나가는 인생사 한 시절의 무게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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