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공공기관 금고 지역금융에" - 자금유출 봉쇄

지역의 공공기관들이 지역 금융기관을 외면,자금의 역외 유출을 부추긴다는문제는 새삼스러운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지방화시대가 열리게된 만큼 자금유출문제는 지역사회를 위해 올해내로 반드시 해결돼야할 현안문제.대구·경북이 다른 지역에 뒤쳐지지않고 지방화시대를 헤쳐나가려면 무엇보다 지역경제가 살아나야한다. 그런데도 지역발전을 위해 발벗고나서야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지역을 외면,지역외 금융기관에 금고를 맡겨 자금의 역외 유출을 심화시키는것은 지방화시대에 있을수없는 일이란 것이 지역민의 이구동성이다.

지역 자금을 유출시키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은 경북도와 시·도 교육청,지방법원이다.

경북도는 제일은행, 시·도 교육청은 농협,지방법원은 조흥은행에 금고를 맡겨놨다.

자금 유출이 민감한 사안이어서 명확한 금고 규모와 해당 금융기관이 얻는이익 규모는 잘 나오지않는다. 지역 금융업계에서는 어림잡아 연간 총 1조7천억원이상의 돈이 이들 3개 금융기관을 통해 움직이고 94년 평균잔액만도 5천억원이상 될것으로 추정하고있다.

가장 규모가 큰것은 제일은행이 가진 경북도 금고로 94년 금고규모 1조5천4백51억원,은행이 금고를 운용해 거둔 이익금 규모는 2백5억원정도나 될것이란 분석이다. 또 시·도 교육청 금고를 가진 농협은 24억원,지방법원 금고를맡은 조흥은행은 19억원정도 이득을 본것으로 추정하고있다.지역 공공기관들이 맡긴 금고는 지역에서 운용되지않고 몽땅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움직여지므로 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될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 서울의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원화 대출금 증가액의 45%)이 대구·대동은행등 지역 금융기관(80~90%)보다 크게 낮아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폭도 극히 좁다. 말(두)로 가져가서 '되'로 되돌려주는 꼴이다.대동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총 예금액의 10.4%를 경북지역에서 얻었지만대출은 총액의 11.5%를 경북지역 중소기업들에 내줬다.

반면 도금고를 갖고있는 제일은행은 총 예금의 12.6%를 경북지역에서 얻고도대출은 총액의 6.4%만 경북지역에 지원했다.

대동은행은 "서울등 다른지역에서 힘들게 끌어온 돈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을도왔다"며 "공공기관의 금고를 지역은행에서 맡았더라면 지역 중소기업들이훨씬 더 많이 지원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금고의 지역지원 효과는 대구은행에서 잘 나타난다.대구은행은 올해 경북도내의 통합시금고 변경에 따라 은행의 대출자금 운용상 지난해 예산 기준 3백70억원,95년 기준으로는 약 6백억원의 감소효과가있을것으로 추정됐다.

이때문에 대구은행은 올해초 지역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데도 은행의 자금수급 사정이 예년같지않아 지원폭을 탄력적으로 늘리지 못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같은 점들을 들어 공공기관의 역외 자금유출 문제는 올해내로 반드시 시정돼야 할것이라 주장하고있다.

경제인들은 또 "대구시금고의 경우 지난 75년부터 서울의 시중은행에서 대구은행으로 넘어왔지만 현재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공공기관들이 지역 은행을 외면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중앙집중식 정치논리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지방화시대를 계기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모으고 있다. 〈허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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