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49)

새벽에 기차가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우리는 부두 터미널로 갔다. 뒷골목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잤다. 이튿날 새벽이었다. 납작모자가 우리를 선주에게인계했다. 우리 셋은 발동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날부터 나는 멍텅구리배를 탔다. 새우잡이 배였다. 그 배는 바다 가운데 닻을 내리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맑은 날, 까마득히 육지가 보였다. 그곳은 섬이라 했다.나는 비치파라솔 아래를 본다.거리가 멀다. 꺽다리와 꼬마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목으로 흐르는 땀을 닦는다. 아직도 한 여름은 멀었다. 너무 덥다.여름이 빨리 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비탈진 둑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나뿐이다. 주차장 아랫쪽을 본다. 빨간 양산을 쓴 젊은이 둘이 앉아 있다. 붙어 앉은 남녀다. 혼자 있음 남의 눈에 띌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지 않다. 사람들 가까이 있으면 누가 말을 걸런지 모른다. 말을 거는사람이 무섭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해거름이 강 건너 산쪽에 내리고 있다. 강건너에 미루나무가 늘어섰다. 잎새가 기우는 햇살에 반짝인다. 기요가 오지 않는다. 짱구도 오지 않는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반 넘게 빠져 나갔다. 왁실거리던 소풍객도 많이 자리를 떴다. 잔디밭의 축구시합은 벌써 끝났다. 모터보트는물살을 가르지 않는다. 선착장에쉬고 있다. 비치파라솔도 빈 자리가 생겼다.젊은이 한 패는 떠나버렸다.

나는 둑에서 내려온다. 강가로 가보고 싶다. 강 위에 물새들이 날고 있다.모터보트한테 빼앗긴 터로 새떼들이 돌아왔다. 새들은 해거름에 주로 먹이 사냥을 한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강가에는 사람들이 많다. 중학생 또래들이 수제비뜨기로 강물에 돌을 날리고 있다. 돌이 물을 차며 난다. 토끼 뛰듯 서너차례튀다 가라앉는다. 나도 아우라지 조양강에서 시애와 함께 수제비뜨기를 했다.처음에 나는 늘 아무 돌이나 물에 던졌다. 돌은 풍덩 쉽게 가라앉았다. -오빠,수제비 뜨기에는 납짝한 둥근 돌을 골라야 해. 그래야 빨리 가라앉지 않고 멀리 날지. 시애가 말했다. 나는 납작한 돌을 골라 강에 던졌다. 돌은 금새 물에가라앉았다. -옆으로 수평이 되게 던져봐. 물과 나란히 날아가게 던져야 돼.시애가 말했다. 몇차례 납작한 돌을 던졌다. 겨우 돌이 두번 물을 차고 나갔다. 시애가 던진 돌은 여러번 물을 차고 가다 가라앉았다.

물떼새와 도요새가 많다. 물떼새는 여름 나그네새다. 도요새는 여름 철새다.해오라기도 보인다. 해오라기는 텃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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