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트집과 흔들리는 중심역할

경수로사업의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막이 오르기전부터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무총장단은 업무협의겸 취임후첫 상견례의 의미로 방북할 뜻을 비쳤으나 북한당국은 이를 거절했다. 이유는 한국인 사무차장인 최영진씨의 입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최사무차장의 입북거부 사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이는 앞으로 10년이상 걸리는 경수로 사업의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북한은 전체 40억~50억달러가 소요되는 원전은 한국이 중심이되어 갹출하는 돈으로 지원받되 건설·감리·관리면에선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당초의 뜻은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하여 최근 몇년사이에 있었던 남북관계 외교문제를돌이켜 볼때 우리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전혀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확실한 푯대를 세워놓고 일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측에겐 나약한 면만을, 미국에겐 눈치보기와 설득당하기에만 익숙해 있었던게 사실이다.

맨처음 북한이 핵위협을 시작했을때 우리 정부는 한국을 배제한 북·미협상을 쉽게 수용해 주는 첫번째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그후 제네바합의에서는 한국형경수로의 명칭문제와 중심적역할론을 명문화하지않는 두번째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대북문제는 주도권을 뺏긴채 질질 끌려 다녀야만 했던 것이다.

무릇 모든 일에 있어서의 시작은 곧 절반이라 했듯이 첫단추의 잘못끼움은끝에 가서 하나는 남고 하나는 모자라게 된다. 핵문제의 첫행보가 비틀거림으로 출발하여 오늘의 부담되는 결과를 얻었듯이 이번 KEDO사무총장단의 방북으로 시작되는 경수로지원사업은 단호한 마음가짐으로 첫단추를 정확하고올바르게 끼워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강인함과 단호함은 용서를 거부하는 용기가 배경에 깔려야 비로소 가능하다. 엄청난 돈이 소요되는 경수로도 거의 공짜로 건설해주기로 하고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쌀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우리가 북한측으로부터이런 수모와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있을수 없는 일이다.그런데도 우리정부는 입북거부사태를 두고 "이번 방북은 특별한 현안이 없기 때문에 경수로 공급협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어떠한 강인한 본때를 보여 주지못하고 엉거주춤 주저앉을 태세다. 이래서는 안된다. 한국 따돌리기에 이력이 난 북한을 이때 잡지 못하면 KEDO까지 질질 끌려다닐가능성이 있다.

오늘부터 열리는 KEDO총회와 집행이사회에서 우리의 중심적 역할의 명확한개념과 범위를 정립하여'한국배제'라는 한가지 명제에 집착하는 북한의 콧대를 꺾어야 한다. 대북정책은 너무 강해서도 안되지만 느슨해선 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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