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193)-도전과 응징(24)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쌍침형이 문앞 가운데에 자리잡는다. "협박으로조질 때 말고, 어디든 코너는 피해야 해. 코너에선 꼼짝없이 당하게 돼. 치고 튀기 좋은, 문 앞 중앙을 차지해야지" 언젠가 기요가 말했다. 기요는 지금 호텔(감방)에 있다. 그곳에선치고 튈 수가 없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다. 찜통처럼 덥다. 채리누나가 냉면 다섯 그릇을 주문한다. 고생한 마두 잘 먹여야 하는데 하며 메뉴판을 본다. 왕만두 2인 분을 추가로 주문한다. 옆자리 손님들이 휴가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인차인해(인차인해)에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이야. 피서는 커녕 몸살만 앓고 왔지"검정티셔츠가 말한다."마두도 목발 떼면 휴가 겸해 고향에 한번 보내줘요. 강원도 정선은 산 깊고 물 좋은 고장이라던데"

채리누나가 쌍침형의 눈치를 본다. 쌍침형은 대답이 없다. 늘 그렇듯 무뚝뚝하다. 나는 형의 무거운 표정이 두렵다.

"형님, 마두 할머니가 살아 계시대요. 일박 이일이면 돼요. 내가 오토바이로 데려갔다 데려올께요"

짱구가 말한다. 경주씨는 쌍침형을 보고만 있다. 무슨 말을 할 듯하다 참는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이맘 때면 찐 옥수수를 자주 먹었다. 마을뒤 언덕에는 옥수수밭이 많았다. 씨알 굵은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주문한 음식이 온다.

"먹지" 쌍침형이 그 말만 한다. 형이 냉면에 식초를 친다. 짱구를 본다. "짱구, 우리가 시원한데 앉아 냉면을 먹을 때 키유, 합죽이, 킹콩은 뭘 하고있겠어? 이 더위에 호텔방에서 썩고 있겠지. 우린 그 식구를 잊으면 안돼.휴가가 어디 당할 소린가"

짱구가 머리를 숙인다. 냉면 그릇에 면상이 빠질 것 같다. 아무도 말이 없다. 채리누나가 왕만두 한 개를 내 앞접시에 덜어준다. 엄지에 반지를 끼고있다. 같은 반지를 쌍침형도 끼고 있다. 우리는 말없이 음식을 먹는다. 냉면육수가 송천 냇물처럼 시원하다.그 냇물에서 멱감던 생각이 난다. 내가 쌀알이라면 좋겠다. 냉면 육수에 멱을 감을 수 있다.

냉면을 먹고 나자 경주씨가 먼저 떠난다. 시우씨 조리 잘하세요 하고 경주씨가 말한다.

"마두는 목발이 필요없을 때까지 옥상에서 지내. 짱구가 돌봐주구"쌍침형이 말한다.

우리 식구는 냉면집에서 나온다. 쌍침형과 채리누나는 호텔 지하 업소로간다. 짱구와 나는 국시집으로 걷는다. 목발을 짚고 옥상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짱구가 나를 부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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