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03)-도전과 응징(34)

나는 추어탕집 안을 기웃거린다. 식사하는 패, 술 마시는 패가 있다. 짱구는 보이지 않는다. 텔레비전에는 스포츠뉴스가 한창이다. 화면에 홈런이 터졌다. 빽빽한 관중 속으로 공이 떨어진다. 주인아저씨가 나를 본다."짱구, 와, 왔어요?"아저씨가 옆문을 가리킨다. 나는 식당 안 옆문을 밀고 나간다. 컴컴한 뒷마당이다. 화장실이 있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쪽방들이 나란히 붙어 있다.첫 방문을 연다. 역한 냄새가 코를 쏜다. 사내녀석 둘은 늘어져 앉아 있다.한 녀석이 몽롱한 눈으로 나를 본다. 혼곤하게 취한 모습이다. 형광등아래,파리하게 웃는다. 계집애는 부탄가스통을 얼른 감춘다. 나는 방문을 닫는다.나도 진해거담제를 몇십 알씩 먹은 적이 있다. 저 남도 항구에 있을 적이다.킹콩은 상습 복용자였다.

"투고다" "바가지 쓸텐데?" "쓰면 돈 풀지 뭘요" "당해봐 새끼. 광박으로모실테니"

모시겠다는 짱구의 목소리다. 화투장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다. 이번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등을 보인 짱구가 돌아본다. 둘러앉은 새끼 셋이 나를 본다. 고슴도치 머리들이다. 두 녀석은 티셔츠, 한 녀석은 윗몸이 알몸이다.

"벌써 끝냈어? 들어와"

짱구가 말한다. 나는 목발을 벽에 세운다. 방으로 들어간다. 새끼하나가맥주잔에 소주를 붓는다. 병맥주의 맥주를 섞는다. 단숨에 들이킨다. 잔을돌린다.

"스리고까지 밀어붙여야지"

각진 얼굴이 말한다.

"너들 인사 올려. 텔레비에서 봤지? 내가 말하던 그 유명한 마두야"짱구가 새끼 셋에게 말한다.

"인철이예요" "빠갑니다" "람보라 불러주세요"

새끼들이 목례를 한다. 눈은 화투판에 있다. 돈이 수북하다."이 새끼들, 아직 정신 못차렸군. 그게 인사야?"

짱구가 소리친다.

"놀 때라서…"

람보가 대답한다. 우람한 근육질이다.

"일어섯!"

짱구가 화투장을 패대기친다.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새끼 셋이 오뚝이처럼일어선다. 내게 정중하게 허리를 꺾는다.

"모두 벽에 붙어 서. 등 돌려서"

짱구의 명령에 셋이 벽에 손을 짚는다. 짱구가 밖으로 나간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온다. 셋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짱구는 꺽다리의 발목을칼로 내리쳤다. 나는 그 삿매질을 볼 수없다. 벽으로 면상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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