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스폭발 희생자 외로운 넋 위로

'잘가라 내 남편 내 아내/내 아들 딸 내 친구들아/친구 떠난 등교길엔 가랑비만 내리고/텅빈 책상 위엔 꽃다발만 을씨년스럽구나/고운 모습 잊지 않으마 잘가라'시인 윤일현씨(39)가 지난 4월 28일 발생한 대구시 상인동 지하철 가스 폭발사고를 소재로 한 장시 '신오적의 불꽃놀이'('사람의 문학' 가을호)를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형참사가 빈발해도 일시적으로 흥분하다 언제 일어났느냐는듯이 곧 잊고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인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생활 현장에서 일어나 시민들에게 엄청난충격을 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 밑바닥에 내재해 있는 근본 원인을 밝혀 보고 싶었습니다"

사고 관련 수사가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에 쓰기 시작한 이 장시의 1부 '강물과 아이들'은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진혼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 2부 '군화와 등산화'와 제 3부 '신오적'은 이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다루고 있다. 특히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가 경실련기관지인 '시민의 신문'에 70년대 김지하의 오적에 빗대 95년 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신오적을거론한 것을 차용해 공무원(정치인), 공해범, 땅부자(졸부)등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제 4부 '불꽃놀이'는 지하철 폭발 사고당시의 신문 기사 스크랩을 활용, 현장감있게 구성했으며 제 5부 '구름처럼바람처럼'은 비명에 간 영혼들의 평안을 빌고 있다.

"문학적인 성취 여부를 떠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물리적인 좁은 의미에서의 환경이 아니라 광범위한 '인간의 환경'을 개선하는데문학이 일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80년대식 구호적 민중시의방법으로는 독자들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 없다고 보며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성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윤씨는 요즘 주된 경향을 보이고 있는 미적 탐구 경향의 시를 따를 생각은없으며 자신의 시가 질펀한 사설등을 통해 동시대인의 가슴에 맺힌 한이나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94년 문학계간지 '사람의 문학' 여름호에 장시 '흐르지 않는 강'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씨는 시집 '낙동강'을 낸 바 있으며 현재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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