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가위 차례상 차림-전통격식 따르되 간소하게

추석차례는 햇곡식과 햇과일 등을 조상에게 올리며 음덕을 기리는 가례이므로 성의껏, 정갈하게 차리는 마음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제례의 전통적인 격식을 따르되 지나치게 형식화시키거나 과시의 수단으로하지말고 조상을 추모하는 본래의 뜻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올추석은 수해와 불경기 등으로 장바구니물가가 껑충 뛰어오른만큼 간소하면서도 제사의 의미를 살리는데 초점을 두어야할것같다.예기나 중용 등에서도 제례의 정신에 대해 '사사여사생, 사망여사존(사사여사생, 사망여사존)'이라고 했듯 돌아가신 분 섬기기를 살아계신 분 섬기듯 정성을 다하는데 있다. 성균관 전학 허봉출씨(대구시 여성회관 예절강사)도 "예부터 차례상은 기제사보다 간소하게 했다"면서 "형편과 분수에 맞게, 정성껏 차리는 것이 가장 좋은 차례상"이라고 강조했다.추석 차례상은 가가례(가가례)라 하여 제물의 가짓수나 진설법, 제사방법등이 지방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차례상의 가장 위쪽에는 고인의 사진이나 지방을 놓고 양옆에 촛대를 세운다. 촛대는 집안에 따라 상 중간쯤의가장자리에 놓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주쪽에서볼때 첫째줄은 과실, 둘째줄은 포와 나물,셋째줄은 탕, 넷째줄은 전(지짐), 적(산적), 면(국수), 편(떡), 다섯째줄엔메(밥)와 갱(국)대신 시식(시식)으로 송편을 놓는 순서로 진설한다.과실은 홍동백서(홍동백서)라 하여 붉은 것은 동쪽(오른쪽), 흰색을 띤것은 서쪽(왼쪽)에 놓는데경상도지방에서는 대개 조율시이(조율시이)라 하여동쪽에서부터 대추 밤 감 배의 순서로 놓는 집이많다. 사과 포도 등 다른과일을 놓아도 좋지만 복숭아는 자녀생산의 의미가 있어 제사상엔 놓지 않는다.

둘째줄은 좌포우혜(좌포우혜)라 하여 왼쪽에 포를 놓고 오른쪽에 건더기만건진 식혜를 놓고 그 사이에 나물과 간장을 놓는다. 포는 북어포 오징어포육포 문어포중의 한가지를 올리고 나물은 삼색나물로서 시금치 고사리 무나물 등을 삶아 마늘, 고춧가루, 파 등을 넣지않고 무친 숙채와 나박김치 등의침채를 놓는다.

셋째줄에 홀수로 탕을 놓는데 예전엔 육탕(고기탕), 어탕(생선탕), 소탕(채소탕) 등 3가지를 모두 올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간소화돼 세가지를 합친 합탕, 또는 한종류만의 단탕을 올리는 집도 많다.

넷째줄에는 기름에 지진 전과 불에 구운 적, 면, 떡 등을 놓는다. 전은 예전엔 소전(두부전) 어전(생선전) 육전(고기전)을 모두 갖추는 예가 많았지만요즘은 줄여서 한가지만 놓아도 무방하다. 적의 가짓수도 육적 어적 소적 등이 있으나 역시 한가지로 줄여놓을 수 있다. 다 갖출때는 어동육서(어동육서)의 순서에 따라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으로 가게한다. 생선은 전통적으로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쓰지 않으며 조기, 도미, 민어 등을 쓰며동두서미(동두서미)라 하여 꼬리쪽을 서쪽으로 가게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나 이같은 어동육서니 동두서미도 가가례에 따라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다섯째줄에는 송편과 시접(수저) 잔반(술잔과 받침)을 놓는다. 신위가 한분인가 두분인가에 따라 송편과 시접, 잔반의 수를 맞춰 놓는다.제주를 중심으로 차례상의 맨앞에는 술과 강신잔, 술을 비우는 퇴주그릇,향로 향합, 모래를 담은 모사그릇을 놓는다. 원래 모사그릇에는 산소의 띠풀을 베어 아래위를 깨끗하게 간추려 중간을 묶은후 꽂아두는데 이를 흰실로묶는 집이 많으나 사례찰요(사례찰요)에서 송우암선생은 홍실로 맨다고 말한기록이 있다.

제사가 고인에 대한 추모이고 효의 연장인만큼 요즘은 형식을 떠나 고인이생전에 즐겨하던 음식을 놓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나 제사를 올릴때는 제대로 격식에 맞춰서 하고 배례가 끝난후에 고인이 좋아하던 커피나 기타 음식 등을 올리며 "이것도 한번 잡숴보십시오" 하고 산사람 대하듯 정성을기울이는 것도 흠될 것이 없다. 〈전경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