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획연재-필립보브코프 누구인가

필립 데니소비치 보브코프 전KGB 제1부의장(70)은 1946년 KGB 양성학교인'스메르쉬'에 입교한 이후 만 45년간 KGB에서 근무한 러시아의 최고 정보통이다.그는 냉전 미-소 스파이전의 한가운데 있었다. 역사속에 묻혀 버린 미스터리들, 예를 들면 트로츠키 암살,케네디 암살범 오스왈드,81년 교황암살기도사건,KAL기 격추 이후 진상은폐공작등 KGB 연루 의혹을 받았던 그 많은 역사적 사건의 소용돌이를 몸으로 겪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년간 소련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이름 하나로도 전율을 느끼게 해준 KGB의 제2인자를 정치적 암투에 휘말리지 않고 비교적 조용히 보냈다. 정치권력에 구애받지않는 정통 고위 스파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는 안드로포프 전서기장을 비롯해 12명의 의장을 겪었다."45년간 나를 위한 명예욕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나에겐 조국과 인민만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베리야,메르쿨로프,아다쿠모프등 그의 상관인 역대 의장이 거의 총살형에 처해진 혹독한 권력암투에 염증을 느꼈는지도 모른다.그는 1925년 남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측량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2차대전중 히틀러의 러시아침공전쟁인 '내조국전쟁'을 참혹하게 겪으면서 17세란 어린 나이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다.

그는 여기서 혁혁한 무공으로 3개의 전공훈장을 받는다. "나에겐 적 독일군을 격퇴시켜 조국과 인민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술회했다.전쟁후 1946년 그는 조국을 위한 또다른 '전쟁'에 참여한다. 소련 간첩정보학교를 졸업하고 KGB소위로 임관, 본격적인 '스파이전쟁'에 뛰어든 것.이후그는 탁월한 정보분석능력과 스파이관리능력을 인정받아 65년에는KGB 소장까지 진급했다. 브레즈네프 시대인 70년대말부터 80년대초까지는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뤘던 제5위원회를 맡았다. 이 기구는 당시 소련내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된 지하출판물을 통제하고 불순 지식인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것.

이때가 그에겐 가장 큰 시련의 시기였다. 브레즈네프 서기장에게 반기를든 '반역자'들에 대한 숙청을 맡으면서 많은 비난을 받은 것. 그는 "피치 못하게 인민들을 체포해야 했을때 탄압이 아닌 방법들을 찾는데 많은 고민을했다"고 회고록에 적고 있다.

85년 대장에 진급한 그는 제1부의장에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KGB 실권자자리에 오른다. 또 소련국회의원겸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까지 맡으면서 정치적 기반도 닦았다.

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서기장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정책으로KGB의 위상이 쇠락하자 구소련을 지켜온 KGB를 사임, 민간인 신분으로 '새로운 공화국' 러시아를 맞는다.92년 러시아 국방장관 고문을 거쳐 현재 그는러시아최대은행인 모스트 뱅크의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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