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콜슨 베이커의 소설'복스'출간-폰섹스소재 포르노그라피

폰섹스라는 파격적인 소재에다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묘사로 미국 순수문학계에 파문을 던진 니콜슨 베이커의 소설 '복스'(VOX, 목소리)'가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됐다.이 소설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 해안 수천㎞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얼굴도모르는 한 남자와 여자의 단 한통의 전화 통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미국 내에서 거대한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은 폰섹스 서비스를 통해 소설속의 두 남녀는 상대방의 육체를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전화선 속의 목소리를 통해 각자의 상상력과 말초적인 감각 기관을 곤두세우며 상대방의 내밀한 삶과 육체를 탐닉한다. 그러나 서로간의 진정한 교감과 소통이 불가능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쓸쓸함의 여운조차 남기지 않고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는 순간 소설은 끝난다.

작가 베이커는 "에이즈와 같은 재앙이 존재해 직접적인 성관계를 갖기 두려워하는 현대 사회에서 전화는 섹스와 밀접히 관련돼 있으며 이 소설은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의 산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에 대해"'폰섹스'라는 현대화된 '엿듣기'를 여과없이 노출시키고 있는 포르노그래피이지만 현대인들의 소통되지 않는 사랑과 섹스의 교감을 예리하게 파헤쳐 현대 산업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커는 포르노그래피인 '페르마타'와 '실내온도', '메자닌'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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