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박진용 사회1부장)

경북도 개도(開道) 1백년, 대구시 개시(開市) 48년.시라는 명칭 개념을 무시하고 도회(행정중심)로서의 대구 역사를 따져보면 길게는 5백77년전으로거슬러 올라간다. 대구군(郡)의 본현(本縣)이었던 세종1년을 시발점으로 하면 그렇다. 물론 도호부로 승격된 세조12년이나경상감영이 설치된 선조34년을 시발점으로 할수도 있다.'歷史실체'없는 都市

어떻든 무명의 속현에서 본현으로 다시 도호부로, 경상감영으로 넘어오면서 대구의 역사는 짧게잡아도 3백95년(선조34년부터)을 헤아리고 있다. 이같이 유서 깊은 도시에 그 역사를 드러내 보일만한 실체가 없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살기에 바빠 그런 역사성을 시민 스스로가 간과해왔고역사에 걸맞은 자긍심도 키워오지 못한것 같다.

문희갑 대구시장이 새해부터 지역사랑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대구의 역사.풍물 사랑은 물론 지역기업과 지역상품을 아껴주고 대구의 대학과 대구의 예술을 육성, 세계적인 초일류 선진도시로키워보자는 구상이다.

문시장의 구상은 낙후된 지역형편을 사랑운동으로 만회해보자는 뜻을 담고있다. 다분히 실질적이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한 인상이고 그럴 필요성 또한 충분하다.

文化的 낙후성 실감

그러나 대구의 문제는 포괄적 의미의 문화적 낙후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대구는 돈 보다정신이 더욱 메말라 있는 도시다. 대구사람이라는건전한 소속감도 부족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수준도 넉넉지 못하다. 이래서는 지역사랑운동을 꽃피우기가 어렵다. 도시에 대한 긍지와 미래 개척의 의욕없이는 큰 성과를 기대 할수 없다.

고인 물이 썩듯 대구의 인심은 오래전부터 이상한 냄새를 풍겨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제살뜯기식의 과거지향적 내부경쟁에 빠져있었다는 자성의 소리도 있다. 전국에서 가장 진정.투서가 많은 도시라는 오명이 그사실을 짐작케 한다.

연전 대구에서는 시청 광장에 2천만원을 들여 트리를 세운적이 있다. 당시지역 여론은 과소비다,호화사치다 하는 입방아 뿐이었다. 지난 예산 심의 때는 문화체육 예산을 모조리 손대려 했다는이야기도 들린다. 굶고 있는 이웃이 수두룩한 판에 웬 행사비 지출이 그렇게 많으냐는 지적이었다.

살림이 없는 집일수록 따뜻한 맛이라도 있어야 한다. 돈(개발)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만으로 잴수 없는 도시의 가치가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 시청앞트리를 트리로만 보는 사고는 너무 딱딱하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런 사고들이 세계도시와 경쟁 해야할대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다라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초일류도시 元年으로

문시장에게 이런 대구의 폐쇄성을 깨트릴수 있는 해법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지나친 요구가 될지모르겠다. 그러나 폐쇄성 깨기를 더 미룰수 없는 것이 대구의 현실이다. 시민들의 관심을 밖으로,세계로 돌려놓지 않으면 대구의 미래를 기약할수 없다. 세계 조류가 개방으로 흐르면서 소위 보수적이라는 도시들이 한결같이 도시경영의 난관에 처하고 있다.이제 대구의 보수성은 도시의 긍정적 특성이 될수 없다.

대구 5백77년에 걸맞은 지역사랑운동으로 묵은 때를 훨훨 털어버리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