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대통령 선거 직전 대구에 들른 당시 평민당 김대중총재. 지역경제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그는 대구의 지역총생산이 전국 하위권이며, 99.6%%가 중소기업이라는 브리핑을 듣고 깜짝놀란 표정이었다. 정권 창출지로서 온갖 개발특혜를 받고있는 것으로 알았던 대구의 경제 실상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 경제는 점점 더 악화되어 이제고사 직전의 비상경보음을 내고있다.
대구를 둘러보는 외지인들은 도시에 온통 아파트밖에 없다며 놀란다. 이렇다할 큰 공장 하나 없다. 최근 출범한 삼성상용차가 대구경북을 통틀어 포철을 빼고는 자본금 규모에서 가장 큰 회사일 정도.
그래도 한때 대구에는 코오롱,제일모직 등 굵직한 회사가 있었지만 대구를 떠나고 말았다. 요즘에는 높은 인건비를 못이겨 역내 업체들의 중국진출 러시로 산업공동화가 한창이다. 한마디로 대구는 기업할만한 곳이 못된다는 얘기다.
구조면에서도 대구는 기간산업,첨단산업과 거리가 멀다. 제조업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유흥.향락.소비성 산업만 발달한 취약 구조를 지니고있다.
주요 경제지표를 봐도 지역경제의 위기상황은 금세 드러난다.
92년 이후 대구는 시도별 1인당 지역내 총생산액에서 전국 꼴찌를 달리고있다. 생산성을 알수있는 지역별 총부가가치액에서 대구는 94년 현재 4조4천7백37억원으로 인천(8조9천5백63억원)의 절반밖에 안된다.
국가공단의 경우 총 10개의 국가공단이 있는 경남 등과 달리 경북에 1개만 있을뿐 대구에는 하나도 없다. 지방공단의 경우 7개가 있지만 5.6공 들어서 생긴 공단은 성서공단과 비산염색공단 2개뿐으로 개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런데도 외지 사람들은 대구가 TK정권 30년동안 엄청난 특혜를 받은것으로알고있다.
3공화국 시절부터 5.6공을 거치면서 출향인사의 인사문제에서 대구경북은 적지않은 시비거리를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혜의 대상은 일부 극소수의 출향인사지 지역민과 지역은 아니었다.
특혜받은 극소수 인사들은 지역의 발전보다는 일신의 영달과 보신에만 신경썼다. 오죽했으면 5.6공 시절 로비하러 서울에 온 지방사람 중 고함만 가장 많이 치면서 정작 챙겨가는 것 없는 사람은 예외없이 대구경북 인사 라는 빈정거리는 얘기가 정가에 나돌았을까.
정부도 대구에 염색공단을 조성해주고 섬유기술센터 하나 만들어주는 정도로 생색만 냈다. 지역경제인들도 경기불황 때마다 정부의 긴급 구조자금만을 바랐지 구조고도화를 통한 장기적 산업구조 전환에는 미온적이었다.
저부가가치 섬유직물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의 경제는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붕괴를 예고했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을 장악하던 서문시장 중심의 섬유제품 상권이 고속도로를 타고서울로 급속도로 전이된것이다. 70년대 이후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구조고도화만이 살길이었는데 대구는 낙오된 것이다.
결국 오늘날 대구경북 경제의 피폐상은 역대정권과 특혜받은 출향인사, 지역경제계의 무관심이만들어낸 합작품에 다름 아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그래도 3공 때의 국토개발 정책은 비교적 공정했다 고 술회한다. 좁디좁은 국토를 적절히 활용해 들어갈만한 자리에 대형 공장과 공업단지가 입지했다는 것이다. 3공때조성된 구미공단의 경우 박대통령의 고향이라 하여 시비도 없지 않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항만도시인 부산과 인접한 다른 대안없는 입지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5-6공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5.18 이라는 원죄를 안고 태어난 5-6공은 전라도 민심을 추스리기에 바빴다. 5공출범후 영호남화합 차원에서 개통한 88고속도로는 물동량 면에서 양지역의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있다.
자동차나 제철,화학 등 매머드급 중화학공장의 유치에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이었다. 우는놈 떡 하나 더 주는 격으로 선심쓰듯 입지여건을 안따지고 이 지역 저 지역에 줬다. 명예만 따지고 실속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탓인지 몰라도 대구경북은 철저히 배제됐다.
지역 화합이라는 명분에서 각종 사회간접자본(SOC)도 타 지역에 집중됐다.
일부에서는 지리적인 면에서 대구가 내륙공업도시로 성공할수 없다고 말하지만 임해도시인 포항과 불과 9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지적하는 이들이많다. 5-6공 시절 임해로 연결되는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데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대구는이미 내륙공업도시로 기반을 잡을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는 공단 조성지의 땅값이 평당 몇만원에 불과해 공단 조성도 매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열악한 물류시설,빈약한 사회간접자본 때문에 경제논리만으로는 내륙도시인 대구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그나마 부지도 없다. 대구시민들이 목을 매어 원하는 위천국가공단 지정도 경제.환경논리보다는근거없는 지역이기주의에 발목잡혀 표류하고있는 것이다.
현정부가 지난 5-6공과 구별되는 점 중 하나는 자기 동네 를 확실히 챙겨준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96~98년 민자유치대상 사업만 보더라도 영남권의 투자사업 10건 중 7건이 부산을 중심으로한 항만건설 투자 등 PK지역에 몰려있다.
TK 30년 동안 개살구였지만 빛깔만은 좋았던 대구경북은 이제 빛깔마저 나쁜 개살구 신세로전락하고 있다.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유산치고는 너무도 비참한 꼬리표가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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