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구 잇단 반정부시위 왜 일어나나

세르비아와 불가리아에서 반정부 시위사태를 빚고 있는 것은 89년 소련(蘇聯) 붕괴직후 동구권을휩쓸었던 것과 같은 반(反)공산주의 열풍일까, 아니면 우연히 비슷한 시기와 장소에 일어난 우발적 사건에 불과할까.

최근 동구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해 열띤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두 사태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두 사태의 시-공간적 근접성 외에도 △저항의 표적이 공산당의 후신(後身)인 사회당이라는 점과 △근저에 경제실패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점 등을들어 공산세력에 대한 동구권 국민의 남은 반감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 머잖아 전(全)동구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불가리아 반정부 세력이 세르비아 사태가 세계언론의 각광을 받은 점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이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으며, 일부 동구권 전문가 들과 서방 외교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일부는 최근 벨로루스시와 알바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요까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킨다.그러나, 미국측을 포함한 다수의 동구권 전문가들은 불가리아에 비교적 민주적인 정치행태가 자리잡아 온 점, 냉전체제 붕괴후 동구각국의 정치발전 과정이 판이하게 다른점 등을 들어 반론을제기하고 있다.

세르비아 사태와 불가리아 사태를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물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르비아는 소련붕괴 직후인 91년~95년까지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민족분쟁에 휩싸였으며,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권력강화 수단으로 이용해 강력한 독재를 펴왔다.

그러나, 불가리아에서는 90년에 권좌에서 축출된 사회당이 94년 선거에서 평화적으로 정권을 탈환했으며, 지금 불가리아인들의 시위는 사회당마저 경제정책에 실패를 거듭하자 2년만에 또다시조기총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즉, 세르비아 사태의 핵심은 밀로세비치 정권의 독재에 대한 항거와 민주화 요구에 있다고 할 수있으나, 불가리아 사태의 원인은 경제정책 실패와 이를 빌미로한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분석이다.〈呂七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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