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 산업합리화 지정하나

정부가 24일 오후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한보철강을 "철강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차원에서 적절한 제3자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보철강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 인수업체에 세금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한보철강의 인수 유인(誘因)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5조원이란 막대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한보철강을 제3자인수 방식으로 회생시키려면 인수업체에 특혜를 주지 않으면 한보철강을 떠맡을 기업이 나서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그러나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입장은 "한보철강의 산업합리화 지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날 차관회의 직후 임창렬(林昌烈) 재경원 차관도 이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보철강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이와 관련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24일 오후 차관회의에 앞서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는 채권은행단과 인수업체간의 문제로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제3자인수를 위한협상과정에서 걸림돌이 있게 된다면 산업합리화업체 지정 등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이 검토될 수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보철강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하려면 정부는 산업합리화업체 지정기준을 다시 개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현재 산업합리화 지정기준은 △구조적 불황산업 △유망 유치(幼稚)산업 △과거 합리화 지정을 받았으나 다시 합리화 지정이 필요한 기업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지난 94년 9월 (주)한양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산업정책차원의 특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이같이 엄격히 개정됐다. 경영잘못으로 부실화된 기업에 대한 특혜는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규정상 한보철강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할 수는 없다. 한보철강은 명백한 경영잘못으로 부실화된 케이스일 뿐만 아니라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하려면 먼저 관련 업종을 합리화 대상으로 지정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철강이 구조적인 불황산업인가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보철강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하려면 산업합리화 지정기준을 재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들어 산업합리화 지정기준을 2차례나 개정하는 꼴이 되고 경영실패로 부실화된개별기업에는 더 이상 특혜를 주지 않겠다는 산업정책의 기조는 무너지게 된다.따라서 정부는 부실화된 쌍용자동차 문제의 처리도 걸려 있는 만큼 산업합리화 지정기준에 예를들어 "핵심 전략산업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라는 포괄적 지정기준을 추가, 여론의 비판을받더라도 이참에 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도 한꺼번에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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