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 스포팅'은 퍼덕이는 물고기를 손에 쥔 듯한 전율이 느껴지는 영화다. 마약에 찌든 어린물고기들, 그래서 그 요동은 더욱 강렬하고 비늘은 손바닥을 찌른다.
'트레인 스포팅'은 기차 플랫폼에 모여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맞추는 게임이다. 단지 운에만 의존하기에 단순하기 짝이 없다. '쉘로우 그레이브'의 대니 보일이 두번째 영화로 이 제목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가변적인 게임규칙을 주인공들의 출구없는 절망과 고통, 마치 럭비공처럼 튀는 운명과 동일시한 것이 아닐까.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듯한 록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젊은이가 전력으로 질주해 카메라를 뛰어넘어 거리를 달리는 도입부. 이 영화가 질주하지 않고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절망의 영화라는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주인공 렌튼에게는 스퍼드, 식 보이, 토미라는 세명의 친구가 있다. 축구경기와 여자, 마약이라는세가지만을 탐닉하며 살아가던 이들은 마약을 사기위해 강도행각을 시작한다. 렌튼과 스퍼드는백화점을 털고 도망가다 법정에 서지만 렌튼만 부모의 도움으로 마약을 끊는데 성공한다. 그러나최악의 상황에 처한 친구들에 의해 다시 어두운 세계로 빠져들고….
'트레인 스포팅'은 지난해 칸에서 공개됐을때부터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영화평론가 잭 매튜스는"90년대 판 '시계태엽 오렌지'(스탠리 큐브릭감독)이다"며 극찬했다. 빠른 호흡으로 치닫다 갑자기 나른해지는 완급의 절묘한 조절과 속도감 넘치는 카메라, 음악의 적절한 배치, 주인공들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다. 돌봐주는 사람없이 방치됐다 마약을 먹고 서서히 죽어가는 갓난 아이, 좌약을 찾기 위해 변기속을 헤매는 환상장면은 음울한 배경과 일탈한 주인공의 심상을 잘 표현하고있다. 말쑥하게 장만된 영화라기 보다는 다소 혼란스럽고 광기가 번뜩여 컬트영화를 즐기는 관객에게 잘 맞을 영화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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