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칩 소고(驚蟄 小考)

엊그제는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뛰쳐나온다는 "경칩"이었다. 경칩날이면 가끔 떠오르 는 넌센스퀴즈가 있다.

숫개구리와 암개구리중 누가먼저 바깥으로 봄나들이를 나오겠느냐는 건데 정답은 숫 놈,이유는 암놈은 모처럼의 외출이라 화장을 하느라 좀늦다는거다.

경칩이 지나면서 여성들의 화장도 화사해지기 시작한다. 여인들의 화장에 대한 본능적 인 관심과 집념을 불붙인 것은 중세 후반, "거울"이 확산되면서부터라는 해석이 있다. 당시 청교도적인 교회에서는 거울을 악마의 도구요 허영심의 상징으로 터부시 했지만 거울의 등장은 여성들에게 비로소 자신의 주근깨나 기미를 볼수 있게 했고 자연스럽게 화장품의 개발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프랑스의 이사보여왕같은 여성은 당나귀의 젖에 목욕을 한뒤 수퇘지의 뇌와 악어의 땀 샘,그리고 늑대의 피로 만든 "로션"을 사용했다고도 하나 제대로 제조된 화장품이 세계 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베니스가 국제무역항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16세기 훨씬 이 후로 보고 있다.

당시 세계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화장품은 "베니스 분".

그러나 사실 이 세계 최고의 화장품은 백연(白鉛)으로 만들어져 피부의 모공을 통해 스며든 독성이 치아와 인체를 병들게 했지만 당시 여성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과 허영심을 경고하는 교회의 비난과 계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화장품을 시험하는 사교클럽까지 만들어가며 화장에 탐닉했다.

중세 이후 개발된 수많은 화장품들중 가장 오랫동안 (약200년) 살아남은 화장품으로 기록된 "솔리만의 물"이라는 주근깨 개선제제도 결국은 주성분이 수은 승화물로서 살 을 썩게하는 독성을 지녔었지만 베니스의 여성들은 죽음과 맞서면서 까지 아름다워 지 려는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긴 동양여성들의 화장극성도 결코 베니스여성들 못잖았다.

수양제의 궁녀들은 "나자대"라는 화장품을 하루에 다섯섬이나 소비했을 정도였다고 한 다.

오늘날 우리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도 우려할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것 같다. 올들어 두달새 벌써 무역적자가 55억달러가 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외제 화장품 수 입을 보면 판매가액으로 8천억원어치를 넘었다.

국산 화장품 수출은 수입액의 6분지 1도 채 안되니까 6천억원 정도는 수지적자를 봐가 면서 까지 외제 화장품을 사다 발랐다는 계산이다.

외제 덕분에 6천억원어치 더 아름다워 졌잖느냐고 말하면 할말없지만 6천억원어치 만 큼 외제 안발랐더라면 또 뭐 그렇게 나쁘게 될거 있었느냐는 반문도 생긴다. 세계 어디를 가봐도 기본적으로 미모가 뛰어나 보이는 우리 여성들이 더좋은 화장품을 쓰고 더욱 아름다워 지는거야 누가 마다 하겠는가.

그러나 나라경제가 어려울때 일수록 여성들이 나서야만 나라 살림이 펴지는 법이기에 여성들에게 근검절약을 호소해 보는 것이다.

특히 젊은세대들, 귓밥을 꿰뚫고 중세 여성같은 짙은 화장에다 배꼽에 까지 배꼽걸이 를 매다는 멋이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 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머슴애들까 지 귓밥을 뚫는 한심한 세상이 멋진 사내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머슴애가 귀걸이하는 짓거리는 400여년전 조선조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선 조 임금은 "중국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는 부끄러운 일이니 그러한 오랑캐의 풍속을 모 조리 고치라"고 귀걸이 금지령을 내렸고 왕명의 위엄은 여성들까지 귀를 뚫는 귀걸이 가 한동안 사라지고 귓볼을 찝어 무는 귀걸이만 유행되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TV는 배꼽티와 노랑 물새꼬리 머리에다 귀걸이 머슴애를 스타로 만들어 내보이고 화 장품은 "베니스 분"이 판치던 중세도 아닌데 외제만 적자봐가며 사다쓰고 있다. 일본 여성들이 백여년전 구라파의 양산이 10대 수입품목에 들 정도로 유행하자 너도 나도 외제양산을 썼지만 몇년만에 거꾸로 기술을 습득 주요 수출품으로 뒤바꾸어 일제 양 산을 외국에 팔아 국가 재정을 탄탄히 했던 교훈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무턱된 외제 화장품 소비 증가는 이웃나라 보기 부끄럽고 귀걸이한 머슴애들의 나약한 겉 멋은 선 조임금의 꾸짖음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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