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운 노동법 개정과정 동안 노사개혁위원회 참가, 총파업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노동계는 이번 여야합의 노동법으로 인해 성과와 손실을 한꺼번에 안게 됐다. 사상초유의 전국적인 총파업을 전개함으로써 신한국당의 '날치기'를 뒤집었지만 결국 개정내용이 소속 조합원들의 기대에서 훨씬 빗나갔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허탈감이 불신으로 바뀌어 조직의 동요가 예상되자 노동계는 임단협과정에서 강도높은 투쟁을 벌이고 이 분위기를 대통령선거까지 연계한다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있다.
〈성과〉
▨민주노총
지난87년 노동자대투쟁을 밑거름으로 지역별노조협의회-전노협-전국노조대표자회의를 거쳐 95년11월 발족한 민주노총은 그간의 조직확대에도 불구, 불법단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그러나 민주노총은 노개위논의-정부안결정-날치기처리-여야합의에 이르는 동안 기동력, 조직력,진보적 성향 등으로 근로자는 물론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12월26일 신한국당의 날치기처리에 반발, 이날 오후부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는 신속함을 보였고 4차례의 총파업을 성공시키는 조직력을 과시했다. 출범이후 단위사업장 노사문제까지 적극적으로 개입, 소속 노조들에게 쌓아온 신뢰를 총파업 기간동안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결국 김영삼대통령조차'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시인하게 만들었고 개정노동법에서'복수노조 상급단체 즉각 허용'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한국노총
해방후 유일한 상급단체로 기득권을 유지해온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등장으로 위상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적지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오랫동안 정체됐던 조직은 계속되는 집회와 2차례의 총파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민주노총과 경쟁적으로 조직을 움직여오면서 체질개선의 계기를 만든 것이다. 특히 총파업 조직동원 면에서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지만 총파업을 했다는 사실은 소속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소속감과 한국노총에대한 잊혀졌던 신뢰를 살려내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지역
사업장 규모가 적고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지역 사업장 노조들은 이번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노조활동을 활성화, 유례없는 힘을 보여줬다. 지역에서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나름대로의 성과를거뒀다. 특히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명목상의 지역본부가 아니라 활동과 결집의 주체로 떠올랐다.아울러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각종 연대사업에서 주도적 지위를 인정받게됐다.
▨손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단위노조 간부들은 총파업의 성공에도 불구, 실제 노동법 개정내용에서는크게 얻은게 없다는 소속 조합원들의 따가운 비난을 안게 됐다. 무노동 무임금, 징계 등 희생을감수한 조합원들로서는 소속 노조는 물론 상급단체에까지 불신을 품게 된 것이다.또 내부 결속력과 조직력 면에서는 총파업 후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과에 대한 좌절감,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상호불신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망〉
상급단체 복수노조 인정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경쟁적 관계에 서게 됐지만 당장 이로 인한문제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정노동법에 대한 소속 노조들의 반발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 등 내부문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고 임단협-총파업-대선연계 등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노총 모두 단위노조보다 산별노조 강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확장, 정비과정에서 선명성 경쟁 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실질적인 지원, 표방하는 노선 등에 따라 단위노조들의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잡음이 생길 소지도 있다.
노동계에서는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안정화되는 시기를 4~5년후로 보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이금지돼 단위사업장 노조가 무력화되면서 산별노조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이 시기에 우리 노동운동은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앞으로 양 노총은 물론 산별연맹간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개정노동법으로 노조활동이 상당부분 위축된 상황에서 노동계 재편과정의 부작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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