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 부도 중소기업 "회생 드라마"

극심한 경기침체와 한보 사태 파문에 따른 금융시장위축 여파로 최종부도났던 지역의 유망중소기업이 임직원과 채권단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회생해 화제가 되고있다.

전기밥솥, 전기요로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주)한미메리노(대표 박지헌·대구시 성서공단)는 품질관리대상(91년),금탑산업훈장(93년)을 수상한 이른바 '잘나가던' 중소기업.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대금으로 받은 40억원 가량의 어음이 부도난데다 한보 사태 여파에 따른 금융기관의 어음할인 기피로 예기치 않은 자금난을 겪은끝에 2월3일 총 1백95억원의 최종부도를 냈다."부도가 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치 못했습니다" 박지헌사장(57)은 막막했던 당시 심경을 술회했다.

정작 이 회사를 살리자고 팔을 걷어붙인 이들은 채권단과 임직원들이었다. 통상 부도난 회사의자산 대 부채비율이 2백-3백%%를 웃도는것과 달리 한미의 부채비율은 1백%%미만으로 경영상태가 양호한데다 미국에 연간 1천만달러 전기압력밥솥 수출계약을 체결해놓고있는등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채권단들이 경영이 정상화될때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부도 이후 불안한 마음에 퇴직한 이도 있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부도 이후 1주일간을 제외하고는조업을 계속하는등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여기에는 창업이후 17년간 전셋집을 전전하며 기숙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내온 박사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직원들과 채권단은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해서 그냥 주저 앉을수 없다. 한미에는 비전이 있고 간절한 회생의지가 있다. 회사가 다시 일어서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중기청과 금융기관등각급 기관에 돌리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끝에 회사는 지난달 25일 생산라인을 재가동해 폐업위기를 넘긴후 부도처리된 견질당좌수표를 일부 회수하는등 목하 회생 수순을 밟고있다. 박사장은 "정상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있으며 금년내로 흑자를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경제난에 기업인들이 의욕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박사장은 "직원과 협렵업체들에도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채무를 상환할 계획"이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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