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유명기

이 정부들어 고관들의 인사이동이 유난히 잦다. 조선말 한성판윤 바뀌듯. 지난 4년동안 20여차례의 크고작은 개각에 장관들만도 1백20여명이나 바뀌었다니 나라일에 웬만큼 관심많은 사람도 장관이름 기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사이동이 잦다보니 새로 취임하는 고관들을 소개하기에 언론도 바쁘다. 신관 프로필이라는 이름의 소개란은 고관과 국민들과의 상견례의 성격을 갖는지라 언론도 이 시점에서는 고관들의 장점을 중심으로 대체로 호의적으로 소개한다. 따라서 이 난은 우리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 나름의 가치는 있는 셈이다.

신관 프로필은 약력소개와 함께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성격묘사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친화력이뛰어나고… 독실한 ××교 신자이며… 두주를 불사하는 호방한 성격이지만… 업무에서는 치밀하고 꼼꼼하여…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끈질긴 추진력이 돋보이며… 업무장악력이 뛰어나고 부하를 호되게 다루지만… 뒤끝은 없는 사람이라는 등의 이야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유의 소개는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로되 별로 필요치 않은 것들이다.어느 고관이 친화력이 뛰어나다 하되 평범한 일반시민들이 그와 친구되기를 기대할 것인가. 그가두주를 불사한다 한들 그와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바랄 것인가.장관이든 지방청의 기관장이든 언론에 프로필이 소개될 정도라면 모두 어떤 분야의 정책결정자들이다. 그들의 정책결정은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신임공직자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그의 성격이 아니라 담당업무에 대한 그의 소신과 정책의 방향성이다.예컨대 보건복지부장관이라면 의약분업이나 양.한의분쟁에 대하여, 내무부장관이라면 지방자치제에 대하여, 교육부장관이라면 과외금지나 고교평준화에 대하여 지금까지 어떤 입장에서 일해 왔고 앞으로의 그의 소신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고문기술자 이근안도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끈질긴 추진력'을 갖춘 공직자가 아니었을까. 신임공직자가 얼마나 '업무 추진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추진력이어떤 일에 어떻게 발휘될 것인가를 언론이 분석하고 예견해 줄 때, 국민들의 국가정책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폭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