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가 시작되면서 미국방문길에 나섰다가 귀국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여야 영수회담과 경제살리기로 한보정국의 물꼬를 트면서 대선정국을 주도하려고 했으나 정치권에 대한 검찰수사가 그의 구상을 뒤틀고 있다.
그는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5월전당대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출정식이나 출마선언도따로 하지않고 조용히 후보등록만 하기로 했다.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여야 구분없이 기성 정치권과 구시대 정치인들에 신물을 내고 있고 3김 청산론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판에 구시대 정치인의 상징인 김총재의 대선출정식이 자칫 국민들을 자극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외에는 가급적 언급자체를 피하고 있다.국민회의의 당내 역학구도상 김총재의 후보출마는 그대로 그의 대선4수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김총재측은 그동안 이에 걸맞는 모양새 갖추기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써왔지만 최근의 정국과 국민정서는 그럴 기회를 주지않고 있다.
김총재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정국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의 야권후보단일화협상이 잘 풀려나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DJ의 대선전략은 자민련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한 'DJP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보단일화에 매달려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내각제개헌 파문의 앙금이 두사람 사이에 틈을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김총재는 전당대회가 끝나는대로 곧바로 야권 후보단일화협상에 나서 이르면 8~9월이면 단일화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DJ는 미국방문중에도 야권후보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거듭 강조했다.
후보단일화가 야권대선전략의 절체절명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의미한다. 국민회의는 야권후보단일화는 조금이라도 당선가능성이 높은 김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으로 자민련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
자민련이 전당대회에서 내각제로의 당론변경을 먼저 요구하고있는 데도 국민회의가 후보단일화협상과 내각제 당론변경을 한묶음으로 협상테이블에 올리려는 것은 결국 DJ로의 단일화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자민련과의 본격적인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수회담이후 JP가 신주단지처럼 여기는내각제에 대한 DJ의 의지가 그리 두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DJP연합의 성사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의 분열과 여론이탈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단독출마에 따른 분열이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양김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바닥에 깔려있는 시각이다.
DJ의 고민은 구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불신이 확산되면서 DJP연합을 야합으로 여기는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DJ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다시 모으면서야권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 대선4수에 나서야 하는 자신앞에 가로놓인 난관을 무사히 돌파하고나설지 의문부터 앞선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보자금 수수설로 검찰수사를 받은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이 경선도전을 포기하고 당내기반이 약한 정대철(鄭大哲)부총재가 대타로 나서는 등 당내 비주류의 약화는 그에게적지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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