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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능취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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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예를 배우는 초보자는 누구나 옛 사람의 좋은 글씨를 베껴쓰는 일부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임고(臨古)부터 한다. 남의 글씨를 베껴 쓴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매우 어렵고 힘들다.임고에 통달하지 않으면 자기 글씨를 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흉내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다.임고의 요체는 능취능사(能取能舍)에 있다. 능취능사는 중국의 유명한 서예이론가 왕허주가 정립한 서법론이다. 왕허주는 이렇게 말했다.

"옛 사람의 글씨를 베껴 쓸 때는 먼저 옛 법(古法)을 잘 취하고 다음엔 이를 잘 버려야 한다. 취하기는 쉬우나 버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힘들여 잘 취하지 못하면 잘 버릴 수가 없다"처음에는 옛 사람의 좋은 글씨를 베껴 쓰기에 힘쓰고 자기 것이 되면 아까워 하지 말고 용감하게버려야 비로소 자기만의 글씨를 잘 쓸수 있다는 뜻이다.

능취능사는 서예론에 불과한 이치가 아니다. 우리 생활과 인생에도 들어맞는 철리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려면 먼저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잘 소화한 다음에는 배설을 잘 해야 한다. 잘못 먹으면변비에 걸리거나 설사를 한다.

돈을 벌고 쓰는 일도 그렇다. 처음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재산을 모은 사람은 나중에 좋은 곳에돈을 써서 칭송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갖은 고생끝에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할머니들의 미담도 자주 듣는다. 능취능사한 덕분이다.

지금 말썽이 된 대선자금 문제는 능취능사하지 못한 탓이다. 때묻은 돈을 손쉽게 얻어썼으므로솔직 명쾌하게 공개를 못하고 있는 셈이다. 능취능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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