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리핀 숙지지 않는 개헌 논란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피델 라모스 대통령의 연임문제로 필리핀 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라모스 대통령은 지난 8일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통해 6년 단임제를 지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이를 믿지 않는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민주세력들의 항의가 확산일로에 있다.라모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일 재선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시사한 이후 불붙은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라는 의혹을 낳고 있어 반대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정치적 혼란을 우려한 미국도 라모스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헌법 개정 움직임에대한 경고에 나섰다. 8일 라모스 대통령과 회담한 스텐리 로드 미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국무부차관보는 필리핀에서 정치적 혼란없이 민주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헌법 개정 문제는 라모스 대통령의 연임은 물론 장기 독재를 노린 '음모'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의 필리핀 헌법은 라모스 대통령이 주도한 시민항거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독재체제가 붕괴된 지난 87년에 개정됐다.

야권에서는 헌법 개정을 위해 양원 투표, 국민투표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라모스 대통령과 8명의 상원의원, 87명의 하원의원 등의 임기를 연장할수 있는 헌법 개정을 현정부가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라모스의 퇴임을 촉구하는 민주인사들의 반대 운동도 대대적으로 펼쳐지고있다.

특히 필리핀 전체인구의 83%%를 차지하는 가톨릭신자들에게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정신적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은 라모스 연임 반대의 선봉장. 묘하게도 라모스와 함께 독재자마르코스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섰던 그는 지금 독재시대로 회귀하려는 현 정부를 견제하기위해 5천8백만 가톨릭신자들이 들고 일어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라모스 지지자들은 "복음을 전파할때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지만 정치는 별개"라며신 추기경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고, 경제 발전과 정치 안정을 위해 라모스의 임기를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돌포 알바노 하원의원은 "헌법 개정에는 불과 10일이면 충분하다"며 독재와 민주주의의 싸움에서 국민들이 또다시 피를 흘리는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지 우려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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