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제지사 "마이웨이"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는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와의 만남을 결별을 위한 수순으로 삼았다. 이지사는 1시간15분간의 단독대좌를 마치고 나와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며 "오늘 만남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사의 발언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는 뜻으로 비쳐졌다.

이대표와의 만남이 있기 전 이지사의 한 측근도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독자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도 "그렇게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사도 이대표에게 2~3일간 더 고민한 뒤태도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2~3일이든 빠른 시일이든 추석연휴가 끝난 뒤 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정도의 시간에는 여론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대표의 지지율이오르지도 더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지사의 거취에 이대표의 지지율 변화는 변수가 아닌 듯하다. 이대표의 당선가능성을 고리로 할용하고 있지만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시키라도 하듯 이날 이지사측의 '3단계 대선일정'이라는 내부문건이 유출됐다. 이 문건에 의하면 이지사는 8일 지사직 사퇴선언에 이어 12일 대선출마 선언을 예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행보가 순간의 발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 마스터플랜 아래서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이 문건은 또 '시간을 갖고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대 "자칫 실기(失機)할 수도 있다"고지적하며 조기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건은 이어 이지사가 출마선언과 탈당의 수순을 밟은데 이어 당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세력으로 박찬종(朴燦鍾)고문과 민주계, 정치발전협의회, 국민통합추진회의 등을 1순위로 꼽았다. 그 다음이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고문, 국민회의의 김상현(金相賢)의원과 정대철(鄭大哲)전의원 등을 거론했고 마지막으로 자민련과 충청권의원, 그리고 박태준(朴泰俊)의원을 꼽고있다.

또 방법상 이지사의 독자탈당의 길을 택하고 있다. 기존정치권과의 단절이미지는 물론 결연함을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또 당장 세력을 이뤄 탈당할 만한 당내 지지그룹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점도 고려한 선택이다.

결국 이지사와 그 주변인사들의 언행이나 이지사 측근들도 신빙성을 인정하고 있는 문건을 종합해 볼 때 이지사의 독자행보는 예정된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지사의 '마이웨이'에 대한 성패는 이대표의 지지율과 자신의 인기도에 변화의 기미가 나타나는 9월말, 10월초쯤 결판이 날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