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대구에서 전당대회를 여는 신한국당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잔칫상에 재뿌리는 것이 아니다. 오해 없었으면 한다.
지방에서 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한국 정당사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는 짐짓 상기된 목소리가 왠지 우습다. 아이들 말로 '썰렁하다'.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정치적 속내를 누가 모르겠는가.
신한국당이 하나의 이벤트로 대구경북 지역을 감격시키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며,모욕이기까지 하다. 얕은 꾀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라. 자신의 꿈과 포부를 당당하게 보여서심판을 받기 바란다. 후보자 아들의 병역문제 등은 사실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에, 오늘날 신한국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원은 정체성(identity)의 위기이다. 신한국당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이 점이 분명치 않아서 혼란이 생기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의 책사들은 보수대연합, 내각제개헌, 전노 조기사면 등과 같은 '정치적 엔지니어링'따위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신한국당의 정체성은 개혁정치다. 신한국당은 권위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고 민주주의로의 여정을 만들어냈으며 그 성과도 결코 가볍지 않다. 개혁이 시작되면서 한국정치의 만성적 불안이종식되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교차되던 '거리의 정치'를 생각하면 지금의 평화는 얼마나 값진것인가. 역사 바로 세우기나 군의 탈정치화, 금융실명제와 같은 개혁작업이 그것을 뒷받침했다.아무리 인색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라도 신한국당이 지방자치, 여론정치의 시대라는 민주주의의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위협하는 좌우 강경파들이 신한국당의 개혁과정에서 주변화되었다.
물론 '성공적인 혁명이 드물다면 성공적인 개혁은 더 드물다'는 미국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신한국당의 개혁정치는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는 진전과 반전, 교착상태를 되풀이하다가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까닭은 개혁연합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뿌리가 다른 '모순적 요소들의복합체'였기 때문에 개혁의 목표와 추진방법을 정하는데 항상 힘이 들었다. 그러나 신한국당은개혁정치의 역사적 정당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접착제로 개혁연합을 지탱해왔다.지금 신한국당이 직면하고 있는 혼란은 그것이 약화되고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중단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가운데 후보는 '좌고우면', 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계속된다면 신한국당 후보는 마지막 남은 재산을 딸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자신은 정처없이 방랑의 길을 떠나는 리어왕의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신한국당의 정체성인 개혁정치의 깃발을 계속 올리는 것이다. 퇴행적 차별화 전략이나 보수적 카르텔 구상의 미련을 버리고 개혁프로젝트의 확대와 폭넓은 개혁연합을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개혁정치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따져 제2기 개혁정부에서 지불할 민주주의로의 이행 비용을 절약하도록 해야한다. '개혁정치'라는 규범만이 모순적 요소의 복합체를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한 시민으로서 신한국당과 이 나라의민주화를 위해 드리는 충고다. '정치적 엔지니어링' 따위의 안될 '꾀'는 버리는 것이 수다.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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