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선율에 인생을 담고" 재즈가 흐르는 가을.
진한 커피향과 서스락대는 낙엽, 적당히 차가운 바람, 그리고 휑한 가슴을 채우는 재즈 선율. 재즈는 가을과 어울린다. '미스티''스타더스트''아임 어 풀 투 원유'… 사라 본, 빌리 할리데이, 엘라핏츠제랄드…. 섹스폰의 짧고 긴 호흡들과 삶의 향기를 담은 허스키보이스, 그리고 인생의 관조.가을빛이 묻어난다.
대구의 재즈 연주그룹 '다운 비트'(단장 김상직). 84년 창단돼 대구의 '가느다란' 재즈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그룹. 지난해 이맘때쯤 재결성, 재기를 불태우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더니 다시 돌아왔다. 10여년에 이르는 부유(浮遊). 숱한 멤버 교체와 재정난에 따른 휴식들. 이제 또다시 둥지를튼다.
15일 오후 2시30분 황제예식장 부근 버킹검클럽. 한창 내부수리중인 가운데 새로운 멤버들이 모였다.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97년 이 가을 이들이 머물 곳이다.
데이빗 블루벳의 'Take Five', 카운트 베이시의 'Take the 'A' Train'으로 '몸을 푼다'. 이어 오는 17일 있을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과의 공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박성연씨의 대표적인레퍼토리 '미스티(Misty)'. 박성연 특유의 선 굵은 목소리를 받쳐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연주한다.이번에는 지난해 트리오가 아닌 콰르텟연주형태. 드럼의 이국평씨가 새로 투입됐다. "드럼을 멜로디 악기로 승격시킨 흑인드러머 아트 블랙키의 맛을 주는 드러머"라고 김단장이 귀띔. 베이스는김지태에서 손금식씨로 바뀌었고 피아노는 여전히 김종원씨가 맡았다. 모두 20~30년 경력의 베테랑들.
보컬은 필리핀 출신 걸리 베게라노. 재즈 연륜은 짧지만 매력적인 목소리와 세련된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참 힘든 여정이다.
역시 재즈는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다. 간간히 '반짝' 재즈바람이 불긴해도 스치는 바람일뿐이다.특히 대구엔 더하다. 층이 얇다. 그래서 서울이다 부산이다 떠돌기도 한다.
그래도 이들은 악기를 놓지 못한다. 누군 "뭔가 씌인 것 같다"고 한다.
처음 창단때 까맣던 머리들이 이젠 희끗희끗하다. "재즈는 연륜입니다. 악보대로 하는 것이 아니죠. 그날 그날 느낌에 따라 음악의 색깔이 바뀝니다" 현재 구미전문대학과 부산예전에 출강하고있는 프로 생활 27년째의 김종원씨의 말. 옆에 있던 김단장이 분신처럼 여기는 섹스폰을 닦으며"참 멋있는 음악입니다"는 말을 덧붙인다.
'부초'처럼 떠돌다가도 늘 재즈에 돌아오는 사람들. 악기 하나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들. 뭔가 씌인 사람들. 멋을 아는 이들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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