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백화점 임성조대리(33)는 올해 망년회를 갖지 않기로 했다. 고교및 대학동창,입사동기 등 해마다 3~4차례 망년회를 가졌지만 올핸 모두 취소하고 말았다. 임대리는 "경제가 신탁통치를 받는 판에 무슨 기분으로 술을 마시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IMF 한파로 직장인들의 음주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주)우방 직원 1천6백여명도 지난달말 망년회와 연말 술자리를 갖지 않기로 결의했다. 왕용 총무팀장(43)은 "퇴근후 술을 마시러 가는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접대비가 없어진지도 오래전"이라고 귀띔했다.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으로 2차를 가는 것은 더더욱 '옛날 이야기'가 됐다.
직장인들이 술자리를 줄이기는 대기업도 마찬가지. 삼성상용차 최종탁대리(37)는 "한달에 2~3차례술자리를 가졌는데 요즘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쇠고기가 삼겹살로, 맥주가 소주로 바뀌었다. 농협 최문섭대리(35)도 "퇴근후 한잔하는 직원이 없어 직장 부근 식당들은야간에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으며 2차·3차는 아예 사라졌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음주에 따른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적 손실규모는 95년 기준으로 9조7천8백여억원. 국민총생산의 2.8%%, 대구시 1년예산의 5배가 넘는 엄청난 돈을 술로 날린 셈. 귀한 달러를 쓰면서 외국에서 들여온 술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2억6백만달러어치의 스카치 위스키가 수입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스카치 위스키 수입증가율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스카치 위스키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아끼자는 사회분위기엔 아랑곳 없이 아직도 대구시내 일부 고급술집엔 평일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 경북대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사토쿠 쓰에쯔부씨(24)의 우리의 술문화에 대한충고가 따갑기만 하다. "한국인들과 같이 술을 마실때마다 비어가는 술병을 보면 놀랍니다. 술먹자고 하면 겁부터 나지요. 일본에선 룸살롱 등 호화판 술자리도, 2차 3차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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