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치졸한 '키재기' 선거의 책임

정치지도자의 언행이 신중해야 한다는데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인제(李仁濟)후보가 TV토론에 나와 "내일이라도 미국에 보낸 이회창후보의 둘째 아들을 불러 국민이 보는 앞에서 키를 재야 한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후보가 사퇴하라. 아니면 차라리 후보를사퇴하겠다"고 할때부터 조마조마하고 황당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병역기피 문제가 이회창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 하더라도 이 어려운 국난기에 기껏 이국땅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귀국시켜 키재기나 하자는 제의를 한것은 백번 양보해도 치졸스런발상이었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대선전은 국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인 만큼 '그 승패에 관계없이 공정하고 품격높은 선거'가 되기를 촉구한바 있었거니와 겨우 '키재기 선거전'수준을 맴돌고 있으니 그 결과 여하를 떠나 역겨움을 느낀다.

대통령후보 자녀의 병역기피 여부 확인은 물론 중요하다.그래서 타후보가 이후보 아들의 병역기피문제를 짚고넘어가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인제후보가 쟁점화한 자세와 언행은 그 나름대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중요한 이슈라해도 그렇지 당장 키를 재보자고 다그친 것이 그렇고 또 그만한 일에 '후보직 사퇴'까지 걸고 나선 경솔한 언동은 무척 실망스럽기까지하다.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 비명과 분노가 치솟는 이 시점에 구국의 방책(方策)은 제시도 못하고기껏 한다는 것이 키재기라니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짓들인가. 키재기 위해 중간시험중인 아들을불러들이라고 요구한 쪽이나 그렇다고 덜컥 불러들인 쪽이나 국민된 입장에서 볼때 정상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나마 키재기 결과 1백64.5㎝로 밝혀지자 이번에는 키문제가 아니라 의혹전체를 해명하라고 나서고 있는 이인제후보측의 말바꾸기 자세는 대선후보답지 못하다.

이번 '키재기'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난 경선때 이인제후보가 십여차례의 경선승복을 다짐하고도 끝내 대선에 출마한 사실을 다시한번 연상케 된다. 키재기 결과에 따라 이후보가 사퇴하는 문제는그 자신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그가 어떻게 판단하든 정치지도자가 국민신뢰를 받기위해서는 언행을 신중히 해야한다는 것을 지적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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